‘환황해권 경제 거점’서 돌연 ‘태양광 메카’로 둔갑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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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이 전북 새만금 사업으로 불똥이 튀었다. 문 정부가 새만금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 태양광 단지 건설을 추진하며 전북을 ‘3020 탈원전 정책의 성패를 가를 실험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당초 새만금 사업의 핵심이었던 신항만·도로 등 기간 시설 확충은 팽개치고 재생에너지 클러스터에만 전력투구할 조짐이다. 새만금 개발로 환황해권 경제 거점으로 도약하길 기대했던 지역사회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30년 공들인 국가사업 방향이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바뀌었으니 갑작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새만금 일대가 태양광 및 해상 풍력 단지 조성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는 전문가 분석이 잇따르며 우려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야권은 밀실 졸속 행정이라며 제동을 걸고 있지만 문 정부의 독단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원전 정책에 새만금 불똥’ 30년 국가사업 추락 위기
새만금 일대 태양광·해상 풍력 단지 조성 적합도 적신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30일 전북 군산 유수지 수상 태양광 발전소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27년간 긴 어려움을 딛고 새만금에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단지와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가 건설된다전북 새만금을 명실공히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중심지로 선포하는 날이라고 했다.

이어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은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 정책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라며 재생에너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건강 에너지라고 말했다. 새만금 일대에서 문 정부 탈원전 정책의 해답을 찾겠다는 셈이다.

정부는 이날 문 대통령 임기 내인 2022년까지 민간자본 10조 원과 정부예산 5690억 원을 투자해 전북 새만금 일대에 원전 4(4GW) 분량의 초대형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 중에서도 세계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를 설립하겠다는 게 핵심 골자다. 정부는 군산~부안을 연결하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33.9)를 축조해 간척토지(291)와 호소(118)를 조성한 새만금 내측에 3GW급 태양광 발전단지를, 군산 인근 해역에는 1GW급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만 추진된다면 문 정부의 ‘3020 탈원전 정책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정책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가량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정부는 그동안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202211월까지 운전 승인이 난 경주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했다. 정부는 이번 새만금 일대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 조성을 통해 해당 목표치의 절반가량을 충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 희생양
기존 개발계획 뒷전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당초 새만금을 환황해권 경제 거점으로 삼았던 당초 계획과 확연히 다르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새만금에 신항만과 도로 등 핵심 기간시설을 빠르게 확충해 환황해권 경제권의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1년 만에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사업을 꺼내든 것이다.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애초 목표였던 경제 발전 계획을 무리하게 축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태양광이 들어설 위치를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새만금 사업의 중심축인 국제협력용지 내에 태양광 단지가 구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칼럼을 통해 신도시 개발계획을 세워놨다가 핵심 상업지구와 주거지구에 화력발전소를 세운다는 꼴이라며 국제협력용지는 새만금의 동서와 남북의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이자 도심의 집중지다. 기존 새만금 개발계획을 포기하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 설립이 환황해 경제권구상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발전단지 규모가 전체 부지의 10%가 안 되고 기존 개발 계획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게 새만금 개발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역 민심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일각에서는 호남 홀대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만금을 태양광 발전 패널로 뒤덮는 것은 전북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지역을 정부가 추진하는 ‘3020 탈원전 정책’(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의 희생양으로 만들 뿐이라며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태양광 발전소 중심 개발은 기존 개발계획을 뒷전으로 물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폐패널·전력 생산량 등
경제성 담보도 미지수

무엇보다 가장 큰 관건은 경제성이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은 투자 대비 큰 실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현재로서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가 건설 예정 중인 새만금 신공항의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새만금 발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태양광의 경우 패널 등 설비에 기대수명이 있다. 새만금 인근의 태양광 설비는 해풍의 염분 때문에 수명이 더욱 짧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대규모 패널이 15~20년 후 폐기물 형태로 배출되면 환경오염을 초래할 우려도 제기된다. 태양광 폐패널에는 종류에 따라 납뿐만 아니라 발암성 물질인 크롬, 카드뮴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우려를 딛고 새만금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가 건설된다 하더라도 원전 3~4기 만큼의 전력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 상황에 따라 실제 발전용량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설비용량 4GW만큼 무조건 전력이 발생하는 게 아니다. 수익 창출 기반이 불안정해질 경우 약 10조 원에 이르는 민간 투자 자금도 계획대로 유입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설상가상으로 밀실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30년 가까이 추진된 국가 개발 사업이 타당성 검토, 공론화 등 과정이 결여된 채 갑작스럽게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3020 정책유일 돌파구
정부 독단 지속 우려

논란이 일자 정부는 지난해 1127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 주민설명회을 열었지만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이 컸다. 지역 주민들은 새만금 인접 지역 주민 협의체를 구성해서 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야3당 의원들은 정부 발표 직후 반대 입장을 표했다.

평화당은 새만금 개발계획 변경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새만금을 태양광 발전의 메카로 만들려는 정부 계획에 반대한다애초의 개발계획이 훼손되지 않도록 태양광 발전사업을 대폭 축소해 최소한으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정운천·박주현 의원과 평화당 정동영·조배숙·유성엽·김광수·김종회 의원, 무소속 이용호 의원 등 전북 지역 의원 7명도 공동성명서를 통해 졸속, 근시안적으로 추진하는 정부의 새만금 태양광발전 계획에 반대한다정부의 개발계획 변경은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개적인 논의나 사회적 합의, 지역주민 의견 청취도 없이 새만금 개발계획이 변경되고 있다새만금 개발계획이 탈원전의 희생양이 되어 무산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새만금 일대를 태양광 메카로 강행하려는 문 정부의 독단은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새만금이 문 정부의 3020 탈원전 정책을 구원할(?) 유일한 방책이기 때문이다. 새만금 인근 태양광·풍력 단지 조성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3020 탈원전 정책 근간이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채익 한국당 탈원전 특위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탈법적 탈원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천명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대한민국 원자력계는 최악의 총체적 난국(難局)을 겪었다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기업부터 중소기업·협력업체까지 선순환적 성장을 해온 원전산업은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고, 원전 관련 전공자 부족으로 60년 동안 키워온 원전기술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은 새해에도 대한민국 원자력계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재앙적 탈원전 정책을 저지하는데 적극 앞장설 것이라며 지난해 말 시작한 탈원전 반대 100만명 서명운동과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탈법적 탈원전에 대한 법적 대응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1217정책저항 운동’ 1호로 발표한 탈원전 반대, 신한울 3·4호 건설 재개 촉구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은 현재까지 서명자 약 11만 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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