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항상 ‘세는 나이’를 쓰다 보니 나이를 손해 본다고 ‘만 나이’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월 1일에 태어난 사람과 12월 31일에 태어난 사람이 나이가 같다보니 이런 말들이 있어 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우리 식 셈법으로는 손해를 보고 있다. 우리식 셈법으로는 집권 3년 차인 문 대통령도 이제 임기 1년 7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임기 중반 접어드는 대통령이 임기 말 접어든 착각을 불러일으키니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반면 20대 국회의원 임기는 이제 1년 4개월 남았다. 4년 임기의 종반으로 접어들고 있고 새해부터는 21대 총선 대비 국면으로 접어든다고 봐도 좋다. 현직 국회의원뿐 아니라 차기 총선에 출마할 정치지망생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은 1월 정초부터 선출직공직자평가를 한다고 해서 의원들마다 방대한 자료 정리하느라 바쁘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당협위원장 공모에 여념이 없다.

2019년은 큰 선거가 없다. 4월에 치러질 보궐선거도 2군데, 많아야 3군데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으로선 모처럼 국정운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이고, 국회의원들로서는 정치 생명이 달린 총선의 밑거름을 만들어야 할 시기이다. 중앙정치에서 이뤄질 정치공방은 더 치열해지겠지만 국회의원들의 관심사는 온통 지역구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 여나 야나 모두 거름을 치고 밭을 일궈 다가 올 봄을 대비해야 한다.

청와대는 연두회견을 기점으로 2기 체제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임종석 비서실장을 포함해서 내년 총선에 나설 자원들이 자리를 비우고 새로운 인물로 채워 경제문제, 북핵문제 해결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경제문제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급격하게 대통령 권력이 이완되고 내년 총선 전망도 장담하기 어렵다. 소득주도성장 좌측 깜빡이를 켜고 기업 기 살리기, 투자촉진 정책을 펴는 우향우 정책이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특히 이해찬 대표가 취임하고 난 뒤 민주당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고 일사불란한 당으로 거듭났다. 과거의 질서 없던, 내부에 총질하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좋게 보면 질서 있는 당으로 거듭난 것이지만, 당에서 역동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지는 대통령 지지도가 40~50% 선을 유지하느냐에 달렸다.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이 떨어지는 순간 웅크리고 있던 야성이 이빨을 드러낼 가능성은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2월 전당대회가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오세훈, 황교안 등이 당대표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에는 오세훈 전 의원이 급부상하고 있다. 당내 친박 성향을 보이던 초재선 의원들이 당의 새로운 얼굴이자 자신들의 공천을 보장해 줄 대표감으로 여긴다고 한다. 한국당은 오세훈 당대표를 세우고 초재선들이 친박의 그늘에서 벗어나 당의 전면에 서는 것이 2020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당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의 소선거구제는 양당제에 기여해 온 제도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해서 비례성을 강화하고 의석수 확대에 성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전망은 비관적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대통령 권력을 약화시키고, 무엇보다 거대 양당에 불리한 제도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제도를 도입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저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 해도 한국정치의 주역은 김정은과 트럼프가 될 것은 분명하다. 정치권의 분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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