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신년에도 탈원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이후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 4호기 건설재개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본부’가 지난해 12월13일 출범했다. 출범한 지 일주일 만에 대국민서명운동이 10만 명을 넘었다. 신년 들어와서도 반대 서명운동은 계속돼 12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서명운동본부는 인원이 20만 명을 돌파하면 청와대에 공식 의견과 서명부를 제출하고 광화문에서 집회를 가질 계획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서명운동에 국민투표 제안 부분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해 놓고 막상 어떤 절차를 밟아 포기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점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에 학계에서는 대안으로 대만 사례를 들고 있다. 대만은 아시아에서 처음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나라지만 최근 국민투표를 통해 정책을 수정했다. 국민투표 내용은 ‘2025년까지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하도록 한 전기사업법 조문 폐지에 동의하는가’를 찬반에 부쳐 찬성이 높아 탈원전 정책이 수정됐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정책적으로 실시하는 ‘탈원전’은 입법 절차 없이 정부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대만처럼 국민투표를 하더라로 고칠 법안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국민투표 방식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 정부 정책을 수정하도록 만들 수 있는 방안으로선 현재 최선이다.

‘국민투표 부의권’을 행사할 이유는 많다. 일단 국민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현재처럼 원전 찬성·반대하는 여론이 대립하며 사회적 갈등은 더 커지고 끝내 사회문제로 될 공산이 높다. 또한 경제적 손실도 막아야 한다. 당장 신한울 3, 4호기가 멈추면서 5천억 원가량 공사가 공중에 떠 있는 상황이다.

원전 시장은 6조 원에 이르고 관련 업체만도 697개다. 원전건설 7년 동안 3천억 원, 원전 운영 60년 동안 67조 원에 이르는 직간접 손해를 입게 된다. 또한 일자리 정부를 외치는 문재인 정부에서 60년간 이어온 24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탈원전 선언’으로 인한 미래 원전 수출의 축소까지 감안할 경우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전 세계에서 원전을 운영하는 나라는 31개국이다. 그중 탈원전 정책 추진국은 독일, 스위스, 벨기에와 한국 4곳뿐이다. 원전을 수출하는 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 한국, 프랑스 등인데 원전 수출국 중에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탈원전 정책을 펼치는 독일, 스위스, 벨기에나 원전이 없는 이탈리아 등은 인접한 국가들로부터 전력을 수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들어와 한전에서 8조 원을 들여 한, 중, 러를 잇는 ‘동북아 전력망 연결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최소한 전력 인프라 구축 이후 탈원전을 해도 되는 셈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도 최종적인 수단은 ‘국민투표가 고려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고유권한인 ‘국민투표 부의권’을 행사해 국론분열을 막아야 한다. 헌법 제 72조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 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는 규정의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으로 탈원전을 삼으면 된다. 대통령이 가진 부의권이 제대로 행사된 첫 사례로 평가받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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