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증거 제출→법정 직접 출석 ‘공격 태세’ 갖추나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다스(DAS) 비자금 횡령 및 삼성 뇌물 등 혐의에 연루된 이명박(78)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이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의 심리로 지난 2일 서울고법 303호에서 열렸다. 1심 선고 이후 89일 만에 ‘2라운드’가 열린 것이다. 열띤 공방 현장을 일요서울이 찾았다.

 


검찰 “1심 무죄 판결된 일부 공소 사실, 사실오인·법리 오해 있어”
이 전 대통령 변호인 “다스 실소유주 문제, 정말 중요한가” 반문

 

지난 2일 항소심 재판이 시작되면서 이 전 대통령은 서류 증거 제출로 일관했던 1심과 달리 법정에 직접 출석해 입장을 소명하고 증인을 대거 신청해 주목을 끌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심 공판을 치를 당시 결심 공판이었던 지난해 9월 6일에는 출석했으나 그 다음 달인 10월 5일 선고 공판에는 건강 문제와 생중계를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표명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12일과 26일 두 차례 걸친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도 법정에 들어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판준비기일의 경우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를 갖지 않는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장은 취재진과 방청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준비된 좌석 전부에 이미 사람들이 들어찼을 뿐 아니라 법정에 서서 재판을 방청하는 등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또한 이날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는 이 전 대통령의 출석도 화제가 됐다. 1심 선고 이후 118일 만에 법정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2시 7분께 피고인 신분으로 입정한 이 전 대통령은 인적사항과 항소 사실 여부 등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간단히 “네”라고 대답했다.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올 당시 정동기 전 민정수석과 이재오 전 의원 등 지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 전 대통령 측근 10여명이 방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檢 “감경보다 가중요소↑
15년 1심 선고 부당해”

 

먼저 검찰이 1심 재판에서 무죄로 판결난 부분에 대해 부당하다는 취지로 항소 이유를 밝히며 재판이 진행됐다. 지난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김백준(79)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다스  미국 소송 관련 검토를 지시한 것이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항소심에서 “원심(1심)은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총무기획관을 통해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한 것이므로 직권 남용 혐의가 된다”고 판단했다.

계속해서 “다스 소송이 이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일에 불과하고 국정 수행과 무관해 대통령에 직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1심 판결은 잘못됐다”면서 “이 전 대통령 지시는 대통령실 공무원 업무의 절차와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따라야 할 의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관련 문제는) 대통령실 인원들이 조직적으로 관리하던 것이며 김 전 총무기획관이 총괄해 청와대에 업무 지시를 내리도록 한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최소한 김 전 총무기획관이 청와대 공무원을 동원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와 더불어 검찰은 1심에서 무죄로 본, 이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자금 지원 관련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지난 원심은 김석환 변호사(에이킨 검프)가 이 전 대통령을 면담한 2008년 4월 8일 이전 부분은 사전수뢰 부분을 포함해 무죄, 그 이후 송금된 552만5000달러가량은 유죄로 판단했다.

사전수뢰란 형법 제129조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문에 관해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 법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해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후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검찰은 “(원심은 이 전 대통령이) 김 변호사에게 삼성 현안을 언급한 점이 없고, 금산분리 완화를 두고 이 전 대통령이 삼성을 염두에 뒀다는 것은 무리라고 봤다”면서도 “본심(항소심)은 묵시적 청탁은 용인된다(고 본다). 이 전 대통령이 삼성 현안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는 건 원심에서도 입증됐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삼성) 뇌물 수수의 주체는 이 전 대통령”이라며 “김 전 총무기획관의 진술로도 자금 지원(대상)이 이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 삼성 지원금을 김 변호사가 관리한 것, 이 전 대통령이 남은 자금을 김 변호사로부터 받으려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삼성 지원금의 수익자와 결정권자가 이 전 대통령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검찰은 대통령 당선 전후의 뇌물 수수, 국정원 자금 상납 등 1심에서 무죄로 여긴 일부 공소 사실에 대해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형의 가중요소가 감경요소보다 압도적임에도 중간에도 못 미치는 15년을 선택한 것은 부당하다”고 1심 판결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辯 “다스 실소유주 논란
검찰 측 프레임 불과”

 

이 전 대통령 측도 항소 변론을 시작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강훈 변호사는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가 정말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며 “다스 실소유주가 누구냐에 따라 재판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검찰 측 프레임”이라고 일갈했다.

강 변호사는 “다스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여부는 재판과 관련 없으나 검찰은 재판의 필수 요소처럼 여긴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설립했다는 진술과 도곡동 땅이 그의 소유라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라며 “가족회사인 다스는 누구 것(소유)인지 전혀 관계 없다. 제3자들이 다스가 이 전 대통령 것이라 주장하며 혼란을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실소유주 논란과 관련된) 물증을 전혀 찾지 못했으며 김성호 전 다스 대표의 진술 증거뿐”이라면서 “(하지만) 김 전 대표는 검찰에 여러 차례 나와 조사를 받을 당시 그 때마다 진술이 번복됐다. 그의 증언은 계속 변하고 있다”며 신빙성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삼성 자금 지원 뇌물 수수 관련해서는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사면이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한 것이었음은 검찰도 인지하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만 단독 사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아울러 삼성의) 금산분리도 당시 많은 곳에서 현안(으로 여겨졌다)”고 변호했다.

한편 본격적인 증인신문은 오는 9일 예정된 2차 공판 기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까지 이학수(73) 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 전 총무기획관, 원세훈(68) 전 국가정보원장 등 15명이 증인 물망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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