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들지 않는 대학가 ‘총여학생회’ 논란
사그라들지 않는 대학가 ‘총여학생회’ 논란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9-01-04 19:54
  • 승인 2019.01.11 20:07
  • 호수 1288
  •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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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반발인가, ‘보편 인권’ 위한 ‘민주주의’인가
남녀 재학생 등으로 구성된 단체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가 지난해 10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 폐지투표 거부 보이콧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남녀 재학생 등으로 구성된 단체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가 지난해 10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 폐지투표 거부 보이콧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미투 운동’ 등 여성 인권 향상에 관한 목소리가 솟구치고 있다. 반면 서울 소재 대학에서 잇따라 총여학생회가 폐지되는 등 ‘반 페미니즘’ 움직임도 나타났다. 여기에 총여학생회 임원을 겨냥한 디지털 성범죄 논란까지 벌어져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투 운동’으로 사회 들썩이는데 대학가 ‘조용’
“총여인데 왜 남자도 운영회비 내나” 반발해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metoo·나도당했다) 운동’이 국내에서 큰 반향을 얻으며 여성 인권 상승을 목적으로 하는 페미니즘 물결도 거세졌다. 이 흐름을 타고 홍익대 불법 촬영 사건 편파 수사 논란 등이 불거지며 사회 전반에서 ‘페미니즘’ 관련 목소리가 빗발쳤다.

한편 서울 소재 대학에서 총여학생회(이하 총여) 폐지 운동이 벌어지며 총체적 와해 위기에 처하는 등 사실상 대학가에서는 페미니즘이 동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소재 대학
‘총여’ 자취 감추나

 

대학가에서 총여가 자취를 감추는 이유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먼저 취업난 등 어려운 사회 상황으로 인해 대학생들이 학내 기구에 대해 전반적으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면서 이 같은 경향이 발생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총여’라는 단체는 존재하나 입후보자가 없어 명목만을 이어가거나, 총여 존폐와 관련해 실시한 투표에서 저조한 투표율 등이 문제되기도 했다.

이에 관해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 자치 활동 등에 대한 참여율이 저조해져 총여뿐 아니라 전반적인 교내 활동이 저조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10월 15일 총여학생회 존속 여부를 놓고 총투표를 실시했으나 50% 이하의 투표율을 보여 투표관리위원회는 투표 기간을 하루 늘리기도 했다. 이는 ‘페미니즘’이 사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대학가는 다른 분위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대학 내 여성 성비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며 이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데 ‘별도의 여성 조직’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해석과 과거에 비해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 권익이 향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총여의 존속 여부에 대해 반대하는 측은 총여가 ‘여성’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보편 인권’을 대변할 것을 요구하는 태도를 취한다.

현재 서울 소재 대학에 총여가 남아 있는 곳은 지난달 1일 제30대 총여학생회 ‘프리즘’이 당선돼 재출범한 연세대 뿐이다. 하지만 이곳마저도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총여의 존폐 여부가 달린 학생 총투표를 시작했다. 투표의 주요 안건은 총여 폐지 및 총여 관련 규정 파기, 후속기구인 ‘성폭력담당위원회’ 신설안 등이다.

총여의 재개편을 추진하는 측은 “총여의 구성원을 여학생으로 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총여학생회’의 명칭을 ‘학생인권위원회(가칭)’로 변경할 것과 구성원 및 투표권의 확대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이들은 연대 공대 내 남자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이 이뤄졌으나 총여가 침묵한 점, 제29대 총여회장 동성 성추행 사건, 남학생들도 운영비를 공동 부담하나 참정권은 갖지 못한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반면 총여가 유지돼야 한다는 측은 “여전히 여성을 대표하고, 여성의 인권을 신장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며 “현재 총여가 수행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은 다른 단체에서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연세대 총여 논쟁은 지난 29대 총여가 페미니스트 작가 은하선 씨를 강사로 초빙해 강연을 진행하려 추진했으나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힌 이후부터 대두됐다. 이들은 이후 TF팀(태스크포스)을 꾸려 재개편을 논의해 왔다.

지난 4일 연세대 총학생회 비대위에 따르면 총여 폐지 안건을 놓고 시행한 학생 총투표 결과 찬성 78.92%, 반대 18.24%(투표율 54.88%)로 집계됐다. 이에 연세대는 총여를 폐지하고 학생회칙에서 관련 규정을 전부 삭제, 후속 기구로 '성폭력담당위원회'를 새로 만들게 됐다.

반면 연세대 제30대 총여 '프리즘'은 투표 마감에 앞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투표 진행 과정에서) 총여 회원들의 목소리가 또 다시 배제됐다"며 "총투표 요청안에 서명한 회원 비율 공개를 요청했으나 중앙운영위원회와 총여폐지위원회가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총여’ 겨냥한
사이버 성범죄 논란

 

이 같은 총여 논란을 두고 ‘백래시(backlash·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을 이르는 말)’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어느 웹하드 사이트에 동국대학교 총여 임원을 지낸 학생이 찍혀 있다는 허위 정보가 담긴 불법 촬영 영상물이 수십 건 올라온 것이 적발돼 논란이 빚어졌다.

불법 촬영물이 웹하드에 게시된 이후인 지난달 24일 대학생 전용 익명 소셜 미디어인 ‘에브리타임’에 이러한 동영상이 업로드된 사실을 알리는 글이 올라왔다 삭제돼 2차 피해를 양산하기도 했다.

이에 동국대 총여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를 사칭한 사이버성폭력 사건에 대하여’라는 입장문을 게재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지난달 20일 개인적인 제보를 통해 한 성관계 영상이 동국대학교 총여를 사칭해 업로드됐음을 인지했다”며 “촬영된 인물은 총여학생회 집행부가 아니나, (게시글) 제목은 총여 임원임을 암시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2월 재유포됐던 화장실 불법촬영물 증거 수집 이후 10개월 만에 불법촬영물이 올라오는 사이트에 다시 들어가게 됐다”며 “총여를 사칭한 불법 촬영물의 모든 것이 추악했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의 몸을 공공재처럼 다루며 여성의 성을 도구화한다”고 비판했다.

동국대 총여는 “‘페미니스트가 설쳐봤자 모욕하고 통제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의 (게시글) 제목들을 통해 한 가지가 자명해졌다”며 “그동안 페미니즘과 총여를 향하던 공격은 결국 이런 속내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고상한 말로 치장하고, 근거를 제시하고, 논리를 전개해도 그 근저에는 혐오가 가득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8일과 9일 동국대 제31대 총여 ‘무빙’, 연세대 제29대 총여 ‘모음’, 성균관대 여성단체 ‘성평등 어디로 가나’는 백래시에 대응할 동력을 마련할 목적으로 ‘총여 백래시 연말정산’이라는 제목의 포럼과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미투’로 시작해 여성주의 운동이 다시 한 번 본격화했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반동으로 백래시 역시 심화됐다”며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이름 아래 더욱 극심한 백래시가 대학 내 페미니스트들의 존재를 위협해 오고 있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