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란, 현실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를 묘사하는 ‘유토피아’와는 반대로 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의 픽션을 그려냄으로써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문학작품을 말한다. 조지 오웰의 ‘1984년’이 대표적이다. 
이 소설에서 오웰은 자본주의를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평등을 기초로 한 사회주의가 결국에는 전체주의적으로 변질되고 있는 사실에 분노한다. 모든 사람이 평등한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사실과 권력을 잡은 인간의 욕심은 결코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것을 오웰은 뒤늦게 깨닫는다. 
오웰은 사회를 끊임없이 감시하는 ‘빅 브라더’를 등장시켜 전체주의자들이 사회 곳곳에, 심지어는 화장실에까지 텔레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실로 가공할 만한 사생활 침해를 하고 있음을 고발한다. 전체주의자들은 이 ‘빅 브라더’를 사회를 돌보는 보호적 감시라고 포장하지만, 실은 음모론에 입각한 권력자의 사회통제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김일성에 의해 1958년부터 실시된 ‘5호담당제’는 5가구마다 1명의 선전원을 배치하여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감시 대상자의 행동을 규제하는 통제수단이다. 5호담당선전원은 각 가정, 각 개인과의 일상적인 접촉을 통하여 아동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사상·지식·소질·취미·희망 등 모든 동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지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감시 행태는 주로 전체주의국가 또는 후진국에서 오웰의 ‘빅 브라더’와 비슷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국민들을 지켜본다. 전화 통화는 물론이고,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도 감시한다. 또 공개석상에서의 이야기도 녹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석에서 하는 말도 녹음한다. 
요즘 청와대 감찰반(監察班) 사찰 의혹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특별감찰반은 대통령 친인척을 비롯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와 공공기관장 등을 감시한다. 감시대상자의 비리 혐의가 포착되면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등 내부 감찰 역할을 체계화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근무 장소도 정확히 공개하지 않은 채 각자 맡은 기관이나 대상자를 감찰하고 첩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곧잘 암행어사에 비유된다. 
그런데 여기서 일했던 김 모 수사관이 금지된 민간인 사찰까지 했다고 폭로하면서 사태는 치열한 여야 공방전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사찰의 대상이 누구였건 간에 사람을 감시하는 것 자체가 전형적인 후진국적 발상이라는 점이다. 매 정권마다 이런저런 사찰 문제로 난리법석을 떨었던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 또 그 일로 정권 자체가 휘청거린 일도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경제규모 11위의 나라다. 많은 국가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성장했다. 남의 나라로부터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해주는 나라가 되어 첨단기술 역시 여느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시장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를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도 있다. 
이런 나라에서 어떤 형태로든 남을 감시하는, 후진국 또는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감시하지 않으면 부패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감시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후진국이란 얘기가 된다. 
이제 우리도 더 이상 부패문제를 감시, 처벌 중심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해결은커녕 부패의 악순환만 초래하기 때문이다. 감시와 처벌이 아닌 사전 예방 중심으로 부패 문제를 해결하는 대한민국이 돼야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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