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과학자 윌리엄 섬너는 1906년 자신의 저술에서 자문화중심주의(Ethnocentrism)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자민족중심주의라고도 불리는 이 사상은 자기문화는 승격시키고 다른 문화는 멸시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이를 숭상하는 사람들은 자기문화의 가치와 습관에 기준해 다른 문화를 바라보고 평가하는데, 철저하게 자문화를 우월하게 생각하고 타문화는 무시하는 태도를 취한다. 이로 인해 자문화중심주의는 인종차별, 성차별 등 온갖 형태의 차별을 유발하면서 사회 각계각층 간은 물론이고 국가 간 갈등을 낳는다.
 
대표적인 예가 히틀러의 나치즘이다. 민족적 전체주의와 아리아 인종 우월주의를 표방한 나치즘은 선민사상을 가진 유태인 600만 명을 학살했다.
 
종교에도 자문화중심주의가 있다. 이들은 자기가 믿는 종교만을 믿어야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배타적 교리를 퍼뜨리는 한편 다른 종교는 ‘이단’으로 몰아버린다.
 
자문화중심주의는 남녀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단지 성(性)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부문에서 차별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최근에는 이 같은 성 차별이 여성이 남성을 혐오하고, 남성이 여성을 혐오하는 성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음식에도 자문화중심주의가 있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한국의 개고기 ‘보신탕’ 문화를 “문화가 아니라 야만”이라고 비판하며 대회 보이콧 카드까지 들이댔다.
 
자문화중심주의는 자국 또는 자기가 속해있는 집단의 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통해 색깔을 확실히 할 수 있고 자기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생기게 하는 장점이 있다. 또 집단의 단결력을 키우고 구성원들의 사기와 희생정신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들의 문화만을 중시하다 보니 자국 문화에 고립되어 다른 문화를 배타하고 경멸하며 천대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이는 고립을 불러와 타국 또는 타 집단으로부터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북한이 떠들어대는 ‘우리민족끼리’라는 구호도 시대정신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자민족중심주의적 발상이다.
 
세상은 지금 정보화혁명에 힘입어 피부색, 언어, 문화, 전통, 이데올로기를 넘어 유기적 통합으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럴 수도, 그럴 필요도, 그럴 능력도 없다.  ’우리민족끼리‘가 아니라 ’상호 의존적‘이라는 말이다.
 
더욱이 세상은 앞으로 다인종, 다민족, 다언어, 다종교, 다원론의 초국가적 통합으로 나아갈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도 북한과 국내 일부 정치인들은 아직도 ’민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문화중심주의자라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사회 약자인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또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내부 고발자 고영태를 ‘의인’으로 지칭한 바 있는 손 의원은 공익제보를 한 신재민 전 재경부 사무관에게는 무차별적 인신공격을 가하는 ‘내로남불’식 행태를 보였다. 자기편이 하면 ‘의인’으로 부르고, 상대가 하면 ‘가증스런 인간’으로 매도한다.
 
이 대표와 손 의원은 ’더불어‘라는 말의 의미를 ’상생(相生)‘이 아니라 ’상극(相剋)‘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우리 사회는 지금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모두 청산돼야할 적(敵)으로 몰아붙이는 ‘완장’ 찬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다. 이 같은 시대착오적 자문화중심주의에 매몰돼 있는 한 사회통합은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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