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거세지는 반발에 ‘울상’


현대건설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정은 회장의 속이 검게 타고 있다. 일부 내부계열사들 조차 현 회장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퇴직자 모임인 현대건우회가 현대그룹의 인수에 반대하는 광고를 내는가 하면 현대증권 노조는 거리에서 인수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 회장보단 정 회장일가의 입성이 낫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현 회장으로서는 막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현대건설 인수전에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현 회장측도 현대건우회의 주장을 반박하며 고소방침을 세웠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반발 움직임이 알려지자 크게 낙심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 회장의 검은 그림자를 알아본다.

현대건설 인수전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측과 현대그룹간의 각축은 바야흐로 불꽃을 튀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갑자기 제3의 방향에서 칼날이 날아와 현대그룹을 괴롭히고 있다.

현대건설 퇴직자 모임인 현대건우회는 지난 11월 2일 주요일간지 5개 신문 1면 하단에 ‘현대건설 매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광고를 냈다.

건우회 측은 “현대건설 인수자의 가장 중요한 자격은 ‘경영능력과 육성능력’이 돼야” 하며 “과도한 차입에 의존한 인수로 현대건설이 재부실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현대차그룹에 우회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또한 현대그룹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육성을 내보내는 광고는 고인의 명예를 어지럽히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M&A를 감성에 의존하지 말고, 경영능력으로 승부하라는 질타도 이어졌다.

이에 앞서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증권 노조도 지난 10월 29일 현대건설 인수 참여에 반대하는 시위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현대증권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현대증권 본사 사옥 앞에서 500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현대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현대건설 입찰에 참여하려 한다”며 “현대증권의 현대건설 인수참여 결정은 전면 철회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1등 증권사를 지향한다면 회사 자금을 회사 발전에 써야하며 현대건설 인수에 쏟아 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증권 노조는 또 “현대증권 지분 0.57%를 보유한 주주로서, 회사가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향후에도 주주연대소송 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건설 노조도 이날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현대건설 가족의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하고 “우량기업이었던 대우건설이 잘못된 M&A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매각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기준에 있어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움직임 때문에 현 회장이 불편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현대건우회에 대한 강경입장을 피력했지만 여전히 사태를 추스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우회에 대해 “현대차를 일방적으로 편들고 헐값 매각을 부추기는 등 형법상 입찰방해죄에 해당된다고 보여 형사고소 여부를 심각하게 검토중이다”고 밝혔다.

그만큼 이번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채권단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현대건설 본입찰 마감일을 15일로 연기할 방침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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