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너무해~”

신준호 회장(좌) - 신춘호 회장

롯데家 동생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형(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자신들(농심 신춘호 회장, 푸르밀 신준호 회장)에 사업영역을 잇달아 침범하자 파트너십을 형성, 복수의 칼날을 빼들었다. 신격호 회장이 라면사업에 이어 우유 사업까지 끼어들자 동생들이 라면과 우유를 접목시킨 판매 전략을 통해 형의 그늘을 탈피하겠다며 분주한 움직임이다. 일각에선 형이 운영하는 롯데그룹이 최근 흉흉한 악소문에 시달리고 정가에서도 소문이 나쁘게 돌자 동생들이 이 기회를 틈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일부 언론들도 사정기관 수사가 롯데에게 칼날을 겨눈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MB와의 관계도 소홀해졌다는 설도 난무한다. 때문에 이번 형제간 경쟁이 단순한 경쟁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롯데가 형제들의 경쟁 내막을 추적해본다.

농심의 뜬금없는 ‘새우깡+우유 패키지 광고’가 새삼 주목받는다. 새우깡의 경우 국민과자라는 애칭이 통할정도여서 별도의 광고가 필요 없다.

국내 스낵시장을 대표하는 제품이기도 하다. 광고효과를 따져도 굳이 인지도가 떨어지는 푸르밀의 ‘우유愛’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우유愛의 경우 판매액수가 월간 1억 원 남짓이다. 더욱이 이마트에서만 판매되는 특정상품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 두 회사가 자사의 제품을 합친 광고를 펼치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퍼지고 있다.


형이 먼저 시작했나

제조업체들 간의 패키지 광고가 이례적인데다 기존 사례처럼 업계 1~2위 기업 간의 협업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된다.

단지 형제간의 협약이라고 보기에도 다소 껄끄럽다. 동종업계와 재계도 마찬가지의 시선이다. 형제간의 내분이 표출됐다는 분석이 강하다. 최근 신격호 회장이 동생들(신춘호, 신준호 회장)의 사업에 자꾸 발을 들이려하자 형제애가 무너졌다는 것.

형인 신격호 회장이 운영하는 롯데그룹이 파스퇴르유업을 인수하고 우유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앞서 롯데그룹은 ‘롯데라면’을 출시하며 돌풍을 예고했다. 신격호 회장이 기왕 라면에 ‘롯데’라는 이름을 붙일 거면 판을 키우라고 지시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때문에 동생들이 협심해서 대응에 나섰다는 설이 유력하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일로 형제애가 깨진 전적이 있어 동생들이 힘을 합쳤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형제애 깨졌다 주장 힘 받아

37년 전 농심은 전신 롯데공업을 통해 롯데라면을 개발, 1973년까지 팔았다. 당시 신격호 회장은 “라면 시장은 전망이 좋지 않다”며 동생을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한다.

신춘호 회장은 1978년 ‘롯데’라는 이름을 버리고 사명을 ‘농심’으로 바꿔 독자노선을 걷기 시작한다. 그 이후 두 형제는 최근까지도 왕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라면시장은 1985년 농심이 1위로 등극하면서 안정체제를 누려왔다. 그런데 2010년 라면시장에 신격호 회장이 또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통망을 전국적으로 가진 롯데그룹이 우유 사업에 진출하자 푸르밀이 위협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한 재계인사는 “농심과 푸리밀이 광고협력을 한 것은 단순한 광고협약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각자의 영역을 침범 두 회사가 롯데의 맞수인 이마트와 제휴해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한다.

롯데마트는 롯데그룹의 수하에 있기에 경쟁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최근 사정기관들의 재계 수사와 연관 짓기도 한다.


약세기미를 틈탔나

형인 신격호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준공 허가를 MB정부에서 해결해줬지만, MB의 서운함이 알려지면서 롯데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다는 소문이 재계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이번 정권이 끝나면 검찰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때문에 신격호 회장과의 거리를 두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롯데그룹과 농심, 푸르밀 관계자는 “말도 안 된다. 소설 같은 이야기이며 확대해석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선의의 경쟁일 뿐 확대해석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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