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최저임금·재료값 줄줄이 올라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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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새해가 되자마자 영세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임대료 상승,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 상승 등의 난관이 닥쳤기 때문이다. 동네 치킨집들은 수년간 인상한 적 없던 치킨값을 올리면서도 손님 눈치가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이윤이 남지 않아 차라리 가게 문을 닫는 게 났다며 하소연한다. 점주가 직접 배달을 하고 직원 수를 줄이고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등 자구책에 나섰지만 폐업을 결심하는 자영업자 수는 점점 늘고 있다. 

#  개인 브랜드 치킨집을 운영하는 사장 A씨는 “재료값이 너무 올라 부득이하게 올해부터 치킨값을 1000~2000원 올려서 받게 됐다. 수년간 같은 값을 받아와서 손님들 발길이 줄어들까 걱정이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높은 인건비 탓에 아르바이트 직원을 쓸 엄두는 내지도 못하고 배달도 직접 하고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그동안 받지 않던 배달비도 2000원 받으려고 한다. 정말 갈수록 가게 운영하기가 두렵고 먹고 살기 참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던 B씨도 지난 1일부터 치킨값을 메뉴 당 1000원씩 올리고 일하던 배달 아르바이트 직원을 내보냈다. 그는 “임대료는 물론이고 배달 대행비도 부담되는 상황에서 인건비도 오르는데 치킨 가격이라도 올려야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째 그대로이던 가격이 왜 올랐냐고 묻는 단골들 눈치도 보인다. 이렇게 운영하느니 차라리 가게 문을 닫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높은 인건비에 직원 둘 엄두도 못 내”
“올해 문 닫는 자영업자 크게 늘어날 듯”

실제로 최근 닭고기 시세가 크게 오르면서 치킨 원재료 값도 함께 상승했다. 한국육계협회가 제공하는 닭고기 시세 정보에 따르면 많이 팔리는 9·10호 닭고기(냉장·벌크) 가격은 지난해 12월 19일 kg당 4231원을 기록했다. 

이는 복날 등으로 수요가 높았던 지난해 8월말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15일 2538원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새 50%가 넘게 급등한 것이다.

닭고기 값이 상승하자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도 공급가를 인상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비비큐(BBQ)는 지난 1일부터 가맹점에 공급하는 신선육(닭고기)과 기름(올리브유) 등의 공급가를 올렸다. 1마리당 인상금액과 인상률은 ▲신선육 300원, 5.9% ▲올리브 오일 67원, 4.3% ▲통다리 700원, 8.2% 등이다. 

직원 수 줄여도 어려움 지속 

점주들이 잇달아 영업에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프랜차이즈의 대표격인 치킨집 가맹점 수는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기준 서비스업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치킨집 가맹점 주는 2만4654만 개, 종사자 수는 6만536명으로 1년 전보다 각각 2.8%, 3.7% 감소했다. 

치킨집뿐만 아니라 어려 분야의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호소한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16.4%, 올해 10.9%가 올라 1일부터 시급 8350원이 적용됐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 12월 21일 전국 소상공인 사업체 120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16.9%가 종업원을 줄였다고 답했다. 인력을 줄인 업체의 평균 감소 인원은 1.34명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크게 상승한 최저임금으로 자영업자 절반가량이 인력이나 근무시간을 줄일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콜’이 지난 2일 자영업자 240명을 대상으로 ‘2019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최저임금 상승 부담을 인력 구조조정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존 직원의 근무시간 단축(17.8%)을 꼽은 자영업자가 가장 많았다. 기존 직원의 감원(17.0%)과 신규 채용 계획을 취소하는 방안(12.5%)을 고려한다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자영업 폐업자 100만 시대

자영업 폐업자 수는 지난 2015년 79만50명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늘어 2017년 90만8076명까지 상승했다. 자영업 폐업률은 2016년 77.8%에서 지난해 90%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 폐업 자영업자가 사상 최초로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한 가맹사업 관계자는 “번화가를 둘러봐도 외식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편의점, 미용실 등 가게 간판이 몇 달도 못가 바뀌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며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해 정부가 정책을 펼치지 않으면 문 닫는 점주들은 갈수록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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