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홍카콜라TV’가 그야말로 ‘잭팟’을 터트렸다. 지난달 18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11일 현재 구독자 23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의 저력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정치 복귀 후 첫 단추를 잘 끼우는 데 성공한 홍 전 대표다. 정치권에서는 홍 전 대표의 마지막 단추가 ‘대권’ 임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대권’까지 가는 길목이다. 정치권에선 갖가지 시나리오가 난무한다. ‘당권 찍고 대권’과 같은 정석 시나리오는 물론이고 ‘신당창당설’ 등의 변칙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홍 전 대표의 권토중래(捲土重來)의 꿈,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 ‘대권’으로 가는 길목... ‘한국당 2월 전대 출마’와 ‘신당 창당’ 사이
- “洪, ‘신당창당설’ 자신 영향력 과시 위한 수단으로 활용... 외부서 勢 모은 뒤 당권 잡을 계산”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만든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의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 6.13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잠시 미국 외유를 다녀온 홍 전 대표는 귀국 후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겠다며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전대는 소주제에 불과...”
지지층 결집→신당 창당?

지난해 12월 18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홍카콜라는 보수우파 지지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흥행몰이에 나섰다. 일평균 조회수가 40만에 육박하며 10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줌(zum)’이 집계한 유튜브 채널 인기 순위에서 TV홍카콜라는 지난해 12월 3주차에 1위로 출발한 후 올해 1월 1주 차까지 3주 연속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홍 전 대표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치솟자 그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홍 전 대표가 외곽 흥행몰이를 통해 다음 달 열리는 전당대회 출마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신당 창당설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홍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대 출마설에 대해 “전대는 소주제에 불과하다”며 “지금은 한국 보수우파 진영 전체를 견인할 사람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일축했다.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전대가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직‧간접적으로 출마 의지를 피력한 타 후보들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전대를 앞두고 불거진 잔류파‧복당파 간 계파 갈등 조짐에 대해 양쪽을 ‘비겁자(잔류파)’‧‘배신자(복당파)’ 등으로 싸잡아 비난한 것 역시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그는 같은 날 “한쪽은 배신자 집단이고 다른 한쪽은 비겁자 집단인데 이들을 연합한 게 한국당”이라고 평가했다.

홍 전 대표는 “이 당은 국민에게 호소해서 어떻게든 하나로 만들 생각을 안 하고 비겁파가 배신파를 욕하고 또 배신파가 비겁파를 욕하고 헐뜯는 그런 구조”라며 “그 구조를 벗어나지 않고는 총선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만약 총선 때 문재인 정부가 몰락하더라도 그걸 주워 담을 그릇이 없다”며 “비겁파와 배신파가 서로 물어뜯는 과정에서 배신파 중에서 한 사람이 공천되면 비겁파들은 민주당보다 이 사람을 더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당 대표가 누가 되든 탄핵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보수층의 표심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홍 전 대표의 최근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탄핵 낙인이 찍힌 한국당은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 ‘따라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해야 하지만 계파 기득권이 고착화된 지금의 한국당에선 불가능하다’로 해석된다”면서 “결국 ‘보수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당이 필요하고 그 당을 자신이 만들겠다’는 진의가 숨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홍 전 대표의 유튜브 정치는 다음 달 전당대회 출마와 곧이어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나아가 대권까지 염두에 둔 행보다”라며 “홍 전 대표가 목표로 한 ‘고정 독자수 100만 명, 조회수 1000만 건’도 자신의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홍카콜라의 구독자를 모두 지지자로 치환할 순 없지만, 홍카콜라의 성공으로 ‘창당’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의 지지층이 모인다면 이 같은 시나리오도 아주 불가능하진 않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미 당내 비주류 출신임에도 두 번의 당 대표, 제1야당 대선 후보를 경험한 홍 전 대표의 “최종 목표는 나라 한번 운영하는 것”이라는 공개 발언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洪 싱크탱크 ‘프리덤코리아’
당권 재탈환 교두보 관측

반면 홍 전 대표가 정석대로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홍 전 대표가 ‘신당창당설’을 오히려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즉 지방선거 참패와 함께 당대표에서 사퇴하며 사실상 정계은퇴 수순을 밟은 홍 전 대표가 외부에서 힘을 모은 후, 이를 통해 당권을 다시 잡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홍 전 대표가 주도해 만든 보수 진영 싱크탱크인 ‘프리덤코리아’는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 단체는 한국당 혁신위원장을 역임한 류석춘 연세대 교수를 비롯해 한상대 전 검찰총장,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 각 분야 인사 520여 명이 참여했다. 현역의원은 참여하지 않았다. 장외에서 보수진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홍카콜라TV’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당 내부에서 홍 전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 않지만 이렇게 되면 미우나 고우나 같이 갈 수밖에 없게 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홍 전 대표가 ‘신당창당’을 한다고 해버리면 한국당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을 앞두고 보수대통합의 불씨가 살아 있는 시점이다. 홍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면 또다시 보수는 분열되는 셈”이라며 “바로 이런 점을 홍 전 대표가 이용하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당에서 홍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낼 수도 있는 일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만든 다음에 ‘프리덤코리아’를 초석으로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게 홍 전 대표의 시나리오다”라고 관측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치 입문 후 23년 동안 당내 인사들을 정적(政敵)으로 생각해 본 일이 단 한 번도 없는데 나를 정적으로 삼아야 클 수 있다고 판단한 인사들을 보면 측은하다”며 “하나 되는 한국당을 생각해 나를 보지 말고 밖에 있는 정적을 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당 전체 의원들을 싸잡아 비판하더니 불과 8일 만에 내부 갈등이 아닌 대여투쟁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신당창당설’이 아닌 ‘전대 출마설’에 설득력이 실리는 대목이다.

계파 단일화 불발 시,
勢 불린 洪도 해 볼 만...

한편 현재 한국당 전대 출마 후보군으로는 원내에선 심재철(5선), 정우택·정진석·주호영·조경태(4선), 김성태(3선), 김진태(재선) 의원이, 원외에선 홍 전 대표를 포함한 오세훈 전 시장과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친박‧비박계 등 각 계파별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고, 출마 후보들이 남발할 경우 전국적인 인지도가 높은 홍 전 대표도 도전해 볼 만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홍 전 대표는 당내 세력도 없고, 당내 여론도 좋지 않다. 또, 언론과의 관계도 좋지 않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말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로 유튜브를 선택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친박·비박에 비해 상대적으로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당과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박과 비박이 반성하지는 않고 서로 헐뜯는 것에 염증을 느낀 보수 민심이 자신에게 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전 대표 측 관계자 역시 통화에서 “다른 후보들이 단일화를 하면 홍 전 대표가 당 대표가 될 확률이 낮다고 하지만 유튜브의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특히 탄핵에서 자유로운 홍 전 대표의 파괴력이 아직 살아 있어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다. 홍 전 대표는 당 비주류 인사였음에도 원내대표를 거쳐 당 대표만 두 번을 지내고 당 대선 후보도 지낸 저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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