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8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4차 월드컵 여자 1000m 결승에서 대한민국 최민정(오른쪽), 심석희가 역주하고 있다. [뉴시스]
'2017-18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4차 월드컵 여자 1000m 결승에서 대한민국 최민정(오른쪽), 심석희가 역주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가 10일 체육계·여성계·문화계 시민단체들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 "성폭행이 많이 있다고 확인된다. 가해 코치나 임원들은 죄의식이 없이 계속 지도자 생활을 하고 연맹에 남아있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심석희 선수 말고도 더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바뀌지 않는 빙상계 내부 실태를 꼬집은 것이다.

여 대표는 "피해자들은 현재까지도 보복이 두려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고 있다"면서 "신고센터가 있어도 유명무실하다. 빙상연맹만 봐도 그 안에서 모든 걸 쉬쉬하며 덮으려는 게 많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이같은 성폭력, 폭력의 구조적 문제가 한국 스포츠계만의 수직적 관계에서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외국에서 선수생활도 해봤지만 거기는 서로 거의 친구처럼 대하고, 그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한국은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심석희 같은 경우 권력구조가 한명에 의해 좌지우지 된 게 컸고, 빙상계에서 끼치는 권력이 어마어마해서 학부모나 선수들이 맞서 싸우기엔 어려운 구조였다"면서 "소치올림픽 전에도 대표팀 코치 하나가 성문제로 나갔지만 결국 돌아와서 코치생활을 아직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4년에는 소치올림픽을 한달 앞둔 상황에서 제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가 퇴출된 적도 있다. 

한편 체육계·여성계·문화계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재발방지 대책 마련 ▲독립·외부기관이 주도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 전수조사 실시 ▲빙상연맹, 대한체육회 등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성폭력 문제를 방관·방조한 기관 책임자들 사퇴 ▲실효성 없는 감사와 조사, 신고체계 개혁 등을 촉구했다.

여 대표와 이들 단체는 향후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칭)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 위원회는 체육계 성폭력 문제에 대한 실태조사와 해결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체육계의 카르텔을 끝내기 위한 대중캠페인 활동, 체육계 성폭력 문제 관련 신고센터·피해자 보호 위한 상담 등을 추진하는 단체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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