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외교 갈등으로 번진 레이더 싸움, 일본의 의도는?
[긴급진단] 외교 갈등으로 번진 레이더 싸움, 일본의 의도는?
  • 조택영 기자
  • 입력 2019-01-10 23:37
  • 승인 2019.01.11 0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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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추진‧아베 내각 지지율 상승 목적” 관측 잇따라
국방부는 지난 4일 한일 간 레이더갈등과 관련해 일본 해상 초계기(P-1)의 위협적인 비행 모습을 담은 반박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광개토대왕함이 표류중인 조난 선박에 대해 인도주의적 구조작전을 하는 가운데 일본 초계기(노란 원)가 저고도로 진입하는 모습. [사진=국방부 영상 캡쳐]
국방부는 지난 4일 한일 간 레이더갈등과 관련해 일본 해상 초계기(P-1)의 위협적인 비행 모습을 담은 반박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광개토대왕함이 표류중인 조난 선박에 대해 인도주의적 구조작전을 하는 가운데 일본 초계기(노란 원)가 저고도로 진입하는 모습. [사진=국방부 영상 캡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달 20일 우리 해군이 북한 조난 선박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일본 해상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가동했는지 여부를 놓고 촉발된 한일 간 진실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양측은 이번 일이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서로에게 위협이 됐다는 엇갈린 주장에 대한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사격 통제 레이더(STIR) 운용’, ‘초계기(P-1) 저공비행핵심

동영상 번갈아 공개···반박에 재반박 거듭, 서로 주장 굽히지 않아

이번 한일 간 진실공방의 핵심은 우리 해군이 일본 초계기를 겨냥해 사격 통제 레이더를 운용했는지 여부와 대함 타격 능력을 갖춘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을 향해 위협적인 저공비행을 했느냐에 집중된다. 지난달 21일 다케시 일본 방위성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해군 구축함이 전날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앞바다에서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를 레이더로 겨냥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문제제기에 우리 국방부는 정상적인 작전활동 중 레이더를 운용했으나 일본 해상초계기를 추적할 목적은 아니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일본 정치권과 언론은 자국 초계기를 향해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사격 통제 레이더를 수차례 조준했다고 강조하며 우리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우리 군 당국은 광개토대왕함이 3차원 레이더(MW08)로 광범위한 구역을 탐색하긴 했지만 일본이 주장하는 바와 달리 추적레이더(STIR)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본 초계기를 추적할 목적으로 레이더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

또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저공으로 위협적인 비행을 했다고 역공세를 폈다.

그러자 일본 방위성은 지난달 25일 성명을 통해 초계기가 한국 해군 구축함으로부터 여러 차례 레이더 조준을 당한 증거가 있고, 구축함 상공을 저공비행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우리 해군의 행동을 군사적 충돌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로 간주했다.

우리 군은 광개토대왕함이 조난된 북한 어선을 수색하기 위해 사격 통제 레이더를 운용하면서 광범위한 구역을 3차원 레이더(MW08)로 탐색했다고 주장했다. 추적레이더(STIR)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양국 네티즌 댓글 전쟁

일본이 광개토대왕함에서 추적레이더(STIR)로 초계기를 조준했다는 증거라고 관련 영상을 공개했지만 오히려 일본 방위성의 해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달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해군 함정에 의한 사격 통제 레이더 조사 사안이라는 제목의 138초 분량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가 촬영한 것으로 지난달 20일 동해상에서 광개토대왕함이 북한 선박을 구조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보면 일본 초계기는 당시 광개토대왕함의 선수(뱃머리)에 도장된 함정 건조번호 ‘971’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낮게 비행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된 후 영상이 증거자료로 불충분할 뿐 아니라 해상자위대의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일본 내부에서도 나왔다.

국방부는 지난 2일 일본 초계기의 위협적인 저공비행에 대해 사과를 촉구했다. 일본이 레이더 갈등을 두고 2주 넘게 일방적 주장을 펴자 국방부는 초계기(P-1)의 위협적인 비행 모습을 담은 반박 영상(국문영문)을 공개했다.

영상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한일 간 진실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해당 동영상을 두고 양국 네티즌이 댓글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일본 방위성은 영상을 공개한 데 대해 재차 유감을 표하며 자국의 입장은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 4일 저녁 사이트에 공개한 성명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한국 국방부가 영상 등을 공개했지만 일본 측 입장과 다른 주장이 내용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방위성은 또 화기 관제 레이더 조사는 예측불허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이며, 이런 사안이 발생한 것은 극히 유감스럽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아울러 방위성은 향후 한일 방위당국 간의 필요한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일관계 혹한기

국방부는 한일 간 레이더 갈등을 두고 국제사회에 정확한 실상을 알리기 위해 한글영어 자막 영상에 이어 5개 유엔공용어를 포함한 6개 외국어 자막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국방부가 자막 영상을 공개한 날 일본 방위성도 자신들이 지난달 28일 일본어와 영어 자막을 달아 공개했던 영상에 한국어 자막을 입혀 추가로 공개했다.

다케시 방위상은 한국에 당시 전파 기록까지 공개할 수 있다며 역공에 나섰다. 일본이 그동안 군사기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던 레이더 전파 기록을 비공개를 전제로 한국 측에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일 관계가 한미일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양한 형태로 미국의 협력도 받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레이더 문제와 관련한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일본 측에 양국 국방 당국 간의 조속한 실무협의 개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에서의 공식적인 이야기가 없어 실무 협의가 언제 열리게 될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향후 실무협의에서 일본이 자료(전파 기록)를 제시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번 레이더 갈등을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이 이번 갈등을 부각시켜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개헌을 추진하려는 목적이 숨어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급락하고 있는 아베 내각의 지지율을 높게 유지하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한일 간에는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에다, 레이더 갈등까지 돌출하고 있다. 여기에다 독도문제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와 같은 장기 고질병까지 감안하면 한일관계는 그야말로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하나하나 현안들이 그 자체로 해결책을 찾아나가기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만큼 역사적이고 구조적인데다 양국 모두가 정치적 여건이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한일 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실무적 차원의 접근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양국 관계에 대한 최고지도자 차원의 인식 전환과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개선 노력의 절반만이라도 일본에 쏟아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아베 총리는 자신이 총력을 기울이는 일본의 정상국가화는 일본 군국주의의 최대 피해자인 한국에 대한 역사인식의 깊이를 더하지 않고는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양국 지도자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이러한 노력과 인식을 발견할 수가 없는 형국이다. 양국 관계는 당분간 혹한기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