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에 23곳이 참여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지분율 56.97%)에 따르면 26일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 결과, 우리금융지주에 11개, 경남은행에 5개, 광주은행에 7개의 잠재 투자자가 LOI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복수 투자자도 포함됐다.

당초 우리금융 매각에는 우리금융 컨소시엄과 하나금융지주 가운데 유력한 후보였던 하나금융지주가 발을 빼면서 매각이 또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금융 컨소시엄을 비롯해 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이끄는 보고펀드 등 11곳 투자자가 LOI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국은 시름은 덜었다.

다만 LOI는 투자 의향을 밝힌 것으로 지분 인수 규모나 인수자금 조달 계획을 밝힌 것이 아니어서 다음 달 20일 예비입찰에서 실질적인 '유효 경쟁'이 펼쳐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우리금융, 독자 민영화 최대 관심

'독자 민영화'를 내세우고 있는 우리금융 컨소시엄은 2개로 나눠 LOI를 제출했다. 우리사주 조합원으로 구성된 '우리사랑 컨소시엄', 거래 대기업 및 중소기업, 개인고객 등으로 이뤄진 우리비즈클럽 컨소시엄이다. 우리사주 조합은 9000억원(지분 8% 상당)을 모았고, KT와 포스코 등도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컨소시엄은 현재 10조원 내외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광주은행과 경남은행까지 모든 인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단 우리금융 컨소시엄의 인수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참여하는 기업의 면면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산될 것으로 전망했던 매각 작업이 계속 진행된 것은 잘됐지만 민영화가 완성될 지는 의문"이라며 "시장에서는 우리금융 컨소시엄에 대한 긍정과 부정적 시각이 8대 2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 산업 자본이 참여해 방만하게 운영됐던 금융권을 서비스 마인드로 바꾸는 것은 전략적 차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반면 기업이 자금을 대주는 선에 그친다면 경영 개선을 기대할 수 없어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인수가격이다. 사실상 하나금융지주가 빠지면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세 가지 목표 가운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힘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는 "현재 우리금융 주가는 장부가치의 0.7배에 거래되고 있다. 최소한 장부가치 만큼 받아야 공자위도 헐값 매각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우리금융 민영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10년간 연기돼 온 만큼 여기서 다시 멈추고 매수 주체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주식시장이 회복되면서 우리금융 주가가 오르거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충분히 받아야만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할 수 있다.

이번 인수전에는 국내외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들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국내에서는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공동대표로 있는 보고펀드와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인 MBK파트너스, 유리자산운용 인베스투스 등이 서류를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에서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과 호주의 투자은행인 맥쿼리, 영국의 아비바그룹, 홍콩에 본부를 둔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도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외국계 자본에 우리금융을 넘겨주는 문제가 쉽지 않은데다 사모펀드의 성격상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면서까지 사지 않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보고펀드의 경우에는 정부가 요구하는 '4% 지분 인수' 조건은 만족하지만 전체 지분을 사기 위해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광주·경남은행 인수전은 '후끈'

경남은행은 5개, 광주은행은 7개의 잠재투자자가 입찰의향서를 제출했다. 우리금융에 LOI를 냈던 투자자가 복수 지원서를 내면서 지방은행 인수전은 구도가 바뀌었다.

광주은행의 경우 7곳에서 투자 의향을 밝혔다. 중국 공상은행과 전북은행과 광주상공회의소를 비롯해 외국계인 칼라일과 맥쿼리, 대구은행과 부산은행도 LOI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5파전인 경남은행 인수전에는 유력한 후보인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을 비롯해 경남지역상공회의소 중심의 경남은행인수추진위원회가 LOI를 제출했다. 맥쿼리와 칼라일도 복수 제출했다

경남은행의 경우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유력한 경쟁후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가 총액이나 자본력을 보면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비슷하지만 부산은행이 자본력이 15% 정도 좋고, 실적도 20% 정도 괜찮다"며 "경남은행을 인수할 경우 시중은행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만큼 인수하는 쪽이 승자"라고 밝혔다.

광주은행은 중국 공상은행이라는 중국계 자본이 변수다. 공상은행은 총자산이 2000조원, 시가총액이 3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은행이다. 그러나 지방은행의 경우 지역민의 충성도가 높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굳이 외국계 자본을 선호할 이유가 있을 지는 의문이다.

다만 지방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지주와 묶여서 팔 가능성을 열어놓은 만큼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방향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다음 달 예비입찰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어떤식으로 합종·연횡을 이룰 지다. 또 입찰 가격도 관심사다. 추후 연내까지 선정키로 한 최종협상 대상자의 경우 과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프리미엄을 얼마나 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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