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상북도 예천군의회 소속 군의원들이 공무국외여행에서 벌인 추태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 중 박종철 의원은 버스 안에서 여행 가이드를 무차별 폭행해 놓고, “손사래 치는 과정에서 가이드가 얼굴을 맞았다.”고 거짓 해명을 늘어놓다가 폭행 장면이 찍힌 시시티브(CCTV)가 고스란히 공개되자 마지못해 사과했다.

또한 권도식 의원은 가이드에게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을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당하자 보도를 불러달라고 재차 요구했다고 한다. 이뿐 아니다. 폭행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돈을 거둬 가이드에게 합의각서까지 쓰게 했고, 의원 다수가 술에 취해 호텔 복도에서 소란을 피워 투숙객들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니 아연 실색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만약 폭행사건 때 누구 하나가 나서 적극적으로 만류했다면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다들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모습이 드러나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책임지고 있는 지방의원들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는지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예전 문화대학원에 재학 중일 때 기질 한국인론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지도교수이셨던 지금은 고인이 되신 문화기획자 강준혁 선생님은 전통음악 수제천을 들려주시면서 “한국인의 기질은 대륙적인 기품과 호방함, 자유분방함과 함께 품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듯하다.”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 들었던 수제천이란 음악이 얼마나 장중하고 멋스럽던지 지금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조선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가 중국 영토의 많은 부분을 점령했으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질 속에는 분명 진취적 기상 등 대륙적인 성향이 강했을 것이다. 그러다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영토는 좁아지고, 중국에서 전파된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질도 변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즐겨 들었던 음악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데, 그 당시 선비들이 즐겨 들었던 정악 계통의 음악은 대부분 느리고 격조가 있으며 진중하다.

외부로 향하는 마음을 내면으로 집중하게 하는 음악을 통해 정신을 바르게 하고 마음을 수양하고자 노력했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물론 피지배계층에서는 민속악이라고 해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 유행했지만, 유교이념을 바탕으로 한 지배계층에서는 음악은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로서 인식되었다.

이런 흐름은 일본의 식민지배와 한국전쟁을 지나오면서 흔들리다가 산업화와 세계화 시대를 겪으며 미국 중심의 대중문화가 급격하게 유입되면서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은 어떨까? 음악은 마음을 평화롭게 다스리는 영혼의 도구일까? 아니면 즐거움을 북돋우는 오락의 도구일까?

전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는 예천군의원들의 사태를 보면서 우리 선조들이 가졌던 음악에 대한 철학을 다시 생각한다. 음악이 노래방 가서 접대부 옆에 앉혀 놓고 신나게 놀기 위한 수단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좀 더 숭고하고 고귀하며 거룩하게 만드는 도구라는 인식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숭고함과 고귀함, 거룩함이라는 영혼의 본성을 우리 모두가 되찾을 때 우리가 사는 이 땅은 그야말로 천국으로 변할 것이다. 고단한 일상을 달래주는 즐거운 음악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들어야 할 음악은 가슴 속에서 사랑을 깨우는 영혼을 울리는 음악이다. 영혼의 영양제인 음악을 통해 영혼을 살찌워 우리 스스로가 품격과 배려가 넘치는 사랑이 가득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천군의원들에게 정악 수제천을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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