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임종석, 비서실장 물러나게 된 ‘결정적’ 이유
[심층취재] 임종석, 비서실장 물러나게 된 ‘결정적’ 이유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9-01-11 16:52
  • 승인 2019.01.11 20:08
  • 호수 1289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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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고별사에서 자신이 재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대통령 휴가’를 꼽았다. 작년 6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순방후 연이은 격무에다 ‘감기몸살’로 연차 휴가를 낸 게 자신의 강권(?)이 있다는 일화다.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것이지만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를 비운 12일간 임 전 실장을 둘러싼 많은 사건이 벌어졌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이 ‘실명’으로 차기 비서실장으로 올 것이라는 소문이 나오는 계기도 됐다. 2018년 6월 말 그때 무슨 일이 벌어져 임 전 실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말했는지 알아보자.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시스

- 가장 기억에 남는 ‘대통령 휴가’와 청와대 내부 4대 사건
- 노영민 주중대사… ‘차기 비서실장’ 첫 실명 거론 시기와 맞물려

임종석 대통령 전 비서실장은 지난 8일 20개월간의 청와대 생활을 마감했다. 임 전 실장은 재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대통령 강제 휴가 보내기’를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6월 말 러시아 순방 이후 문 대통령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감기·몸살을 앓았다. 참모진은 “쉬시라”고 권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럴 필요 없다”며 출근을 강행했다.


그러자 임 전 실장은 대통령 주치의를 따로 만나 상황을 물었고, 주치의는 “어떻게든 3일 정도는 반드시 쉬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임 전 실장은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언론에 ‘대통령 휴가'를 발표하도록 지시했다. 참모들이 “나중에 대통령께서 역정을 내시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자 임 전 실장은 “내가 책임진다. 일단 발표하라”고 했다.

대통령 부재 12일간 청와대에서 벌어진 일들 보니...

대통령 다음으로 권력 서열 2인자였던 인사로 남북정상회담을 진두지휘한 임 전 실장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기에는 다소 인간적인 면이 부각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작년 6월21일부터 24일 러시아 순방을 마치고 감기몸살로 인해 28, 29일 연차를 썼다.

7월2일 문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하기까지 임 전 실장이 주도한 12일간은 많은 일이 청와대에서 발생했다. 일단 포스코이사회는 6월 23일 최정우 포스코 켐텍 대표이사 사장을 최종 회장 후보로 결정했다. 포스코 회장 선임을 둘러싼 ‘권력 핵심 인사 줄대기 의혹’부터 ‘대통령이 의중에 둔 사람은 따로 있다’는 등 갖가지 소문이 돌면서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에서 최 회장은 결국 포스코 회장이 되었는데, 막후에 임 전 실장의 입김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했다. 두 번째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 보고 누락 의혹 사건이 벌어졌다. 임 실장은 문건 관련 최초 보고일자인 4월 30일부터 두 달이 지난 6월 28일에서야 문건을 공식 보고받게 된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임 전 실장을 비롯해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해당 문건을 제출했다.

그러나 기무사에서 작성한 문건 내용이 최초로 외부에 알려진 것은 7월 5일과 6일로 이철희 더불어 민주당 의원과 군인권센터가  공개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16일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 기무사와 각 부대 사이에 오간 모든 문서와 보고를 자신에게 즉시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결국 문 대통령이 임 전 실장으로부터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 날짜는 20여 일이 지나서다. 임 실장이 공식문건을  보고받은 날은 6월28일이다. 이 날은 문 대통령이 임 실장의 권유로 연차를 받아 휴가를 보낼 때다. 추론하면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이 감기몸살로 휴가 중인 상황을 들어 보고를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아울러 임 전 실장이 자신의 비서실 산하 김종천 선임행정관을 의전비서관으로 승진시킨 날도 이 기간과 겹친다. 통상 청와대에서 2기 비서관 개편에서 행정관이 비서관으로 승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으나 유일하게 한양대 선후배지간인 김 선임행정관이 승진했다. 승진 인사도 6월 26일 이뤄졌다.

하지만 자신의 측근이던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이  청와대 경내 인근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야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기간에 ‘왕의 남자’로 불리는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탁 행정관은 문 대통령 연차기간인 6월2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며 사퇴를 시사하는 글을 올렸다. 그 다음 날인 6월30일에는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며 사의를 재차 표명했다.

당시 청와대 주변에서는 임 전 실장과 탁 행정관 ‘불화설’이 나돌았다.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 전임자가 조한기 현 제1부속비서관인데, 그는 의전비서관으로서 탁 행정관과 함께 남북정상회담 의전 관련 행사를 주도해 대통령으로부터 각별한 애정을 받은 인사였다.

결국 임 전 실장은 대통령 복귀 하루 전 7월1일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임 실장이 탁 행정관에게 가을에 남북정상회담 등 중요한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일을 해달라고 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처럼 러시아 순방기간의 피로누적과 감기몸살로 문 대통령이 청와대를 12일간 비운 사이 임 전 실장 주도의 굵직굵직한 정책과 인사에 잡음이 나오면서 ‘사퇴설’이 나왔고 동시에 차기 비서실장으로 노영민 주중대사가 올 것이라며 실명도 거론됐다.

임실장, 향후 정치적 행보 관련 총선출마 ‘방점’

한편 임 전 실장의 차기 행보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임 실장은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연말부터 “체력과 상상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 실장이 재직 기간 과로로 이빨을 6개나 뽑았다”고 했다.

그는 8일 후임 비서실장을 발표하면서 “우선 아내와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에 출마하거나 차기 대선을 준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벌써부터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이 거쳐간 서울 종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호남대망론’을 꿈꾸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차기 대권 후보 선호도 1위를 유지하면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호남 출신인 임 실장이 본격적으로 ‘자기정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임 전 실장은 그동안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직책으로 인해 이 총리에 비해 대권 행보를 보이기 쉽지 않은 처지였다.

​​​​​​​종로는 대한민국 정치 1번지로 노무현,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다. 현재는 전북 출신의 정세균 전 의장의 지역구다. 이 밖에도 다음 개각에 통일부 장관 내지 남북 대북 공식 특사로 활동할 것이라는 등 예상도 있다. 임 전 실장 본인도 어떤 형태로든 정치권에 복귀할 생각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민이 원한다면 어떤 길이든 가겠다. 꽃길만 걷지는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