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홍준철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었다. 지난해 1213일부터 시작된 현역 의원 129명에 대한 중간평가 때문이다. 중앙당에 제출한 자료만 한 항목당 몇 백부인 의원실도 있어 2천쪽 가량 관련 증빙자료를 중앙당 평가위에 제출했다는 후문이다. 임기 4년 동안 2차례 실시돼 내년 21대 총선에서 공천 배제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의원 및 보좌진들의 신경이 예민해진 상황이다. 특히 친문 강성으로 알려진 최재성 의원이 막후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더해지면서 중진 및 비주류 의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20대 총선 당선자 모습,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20대 총선 당선자 모습, 뉴시스

- 2년에 한 번씩 실시강성 친문’4선 최재성 개입 의혹
- 21대 총선 공천 배제 자료 아니냐? 비주류·중진 곤혹

민주당의 202021대 총선 공천심사를 위해 도입된 ‘20대 국회의원 직무수행 실적평가중간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여당 현역의원들은 평가자료를 1213일부터 준비해 18일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이번 평가는 당헌당규에 따른 의원 평가로 4년 임기동안 두 차례 실시되는데 201620대 총선 개시일인 61일부터 20185월 말까지 2년간 국회의원 활동을 정량과 정성 평가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중간평가 점수는 45%로 규정했고 최종 평가는 55%로 이를 합산해 공천심사에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평가는 선거일 100일 전까지 완료하도록 했다.

1000
점 만점에 400점 의정활동중진들 당혹

특히 이번 전반기 평가 내용이 세분화되고 정량화돼 있어 자료를 준비하는 데 의원실 보좌관들이 몇 날 며칠 밤낮을 새우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져 원성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일단 민주당 선출직 공직자평가위 자료에 따르면 의원 중간평가는 10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의정활동 400기여활동 250공약이행활동 100지역활동 250점 등으로 배분했다. 400점 만점의 의정활동 분야는 다시 입법수행실적, 위원회 수행실적, 성실도, 본회의 질문 수행실적, 국회직 수행실적, 의정활동 수행평가 등 6개 평가 항목으로 나뉜다.

이중 첫 번째 항목인 입법수행실적(90)은 또다시 대표발의(제정, 전부개정, 일부개정), 입법완료, 당론법안, 입법공청회, 입법 간담회로 분류해 각각 평가서를 작성하고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밖에 위원회(상임위, 국정감사, 겸임위) 수행실적, 성실도(의원총회, 본회의, 상임위 출석률), 본회의질문(대정부질문, 긴급현안질문, 5분자유발언, 의사진행발언), 국회직(부의장, 위원장, 간사 및 각종 특위 등 직위), 의정활동(국가·지역 정책의제 정성평가) 등을 제출해야 한다.

두 번째로 배점이 많은 지역활동(250)은 총 4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선거활동, 조직활동, 주민활동(민생활동), 수행평가 등이다. 여기엔 권리당원 대상 여론조사가 100점이나 된다. 지역구 의원들의 선거구별 대선 득표율 증감과 광역지자체의 대선득표율을 비교·대조해 점수를 매긴다.

2014
년과 지난해 지방선거 광역비례 득표율 증감도 계량화해 점수로 주어진다. 지역에서 열린 당정협의, 간담회, 의정보고회는 물론이고 지역구 내 권리당원 수 증감, 당비납부액의 증감률도 의원평가 항목이다. 250점 만점의 기여활동항목은 공직윤리(윤리심판원 회부 및 성희롱, 갑질, 음주운전, 금품수수, 채용비리 감점), 국민소통(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블로그 팔로워 및 게시글), 당정기여(정부직 수행 등), 수행평가(수상실적 및 의원 간 평가)를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공약이행활동(100)은 의원별로 대표 공약 4건을 선정하고, 이행계획, 과정, 성과 등을 평가한다. 비례대표 의원은 공약이행과 지역활동 평가를 제외한 650점 만점이다. 평가위는 당초 의원평가 목표를 공천 배제에서 직무수행 실적평가로 고쳐 정치적 오해의 소지 사전에 차단하려고 노력했다.

전반기 중간평가 방법과 후반기 최종평가 방법은 다르다. 후반기 평가는 의정활동 350, 기여활동 250, 공약이행률 100, 지역활동 300점으로 전반기에는 의정활동에 방점을 찍었다면 후반기 평가는 지역활동을 중시했다. 선거 직전에 지역 관리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세밀하게 평가하겠다는 의미다.

중간평가+후반기 평가 45%, ‘공천 배제기준

이번에 마련된 기준의 가장 큰 특징은 컷오프(공천 탈락) 관련 규정을 삭제한 점이다. 민주당은 평가 결과 하위 20%’에 해당하면 공천심사 전 단계에서 원천 배제하도록 한 종전 규정을 없애는 대신 평가 분야를 전보다 세분화해 객관성을 높이려고 했다. 하지만 현역의원에 대한 정량평가와 더불어 정성평가가 세분화된 만큼 이를 실무적으로 준비한 보좌진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무엇보다 중간평가가 내년 총선 공천심사에 적잖게 반영되는 만큼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의원실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초재선의 경우 임기 초 열성적으로 의정활동 및 지역구 관리를 해 왔고 SNS 활동도 활발하게 해 온 만큼 다소 느긋하게 자료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3선 이상 중진급 의원들의 경우 SNS활동은 거의 하지 않은 데다 고위당직과 상임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중앙정치를 하느라 지역구 관리에 소홀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친노·친문이 아닌 비주류 중진의 경우 내년 총선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여당 내 비주류 중진 의원실에 근무하는 인사는 처음에 중앙당으로부터 평가 기준을 보고는 일부 중진의원들 보좌관을 중심으로 보이콧까지 하려고 했다하지만 당헌·당규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 딱히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평가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다른 비주류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의원은 선수가 올라갈수록 입법 활동이나 상임위 의정활동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중진 의원의 경우 4년 내내 법안 발의 건수가 10건을 넘지 않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의원이 게을러서라기 보단 중진의원으로서 정치적 역할이 있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실제로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본 회의 통과가 어려운 쟁점 법안이라고 해서 문구 한두 개 고쳐서 쉽게 통과되는 법안보다 덜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총선을 대비해 매일 지역에서 살다시피 하는 의원하고 지역보다 중앙 정치활동에 매진하는 의원이 누가 더 낫다고 보긴 힘든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선 이상 중진들 사이에서는 하반기 평가가 남아 있지만 내년 총선에서 공천 탈락에 대한 두려움이 짙게 뭍어난다. 특히 친노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이해찬 당대표의 경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으로 중진의원들이 느끼는 공천탈락 공포감은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비주류 진영 일각에서는 친문 강경파로 알려진 최재성 의원이 현역의원 중간평가에 막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심도 보내고 있다. 지난 송파을 재보궐 선거에서 친문을 내세워 당선된 최 의원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최근 당내 요직을 맡았다.

지난 7일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비상설특위인 전략기획자문위원회 설치안을 의결하고 위원장에 4선의 최 의원을 임명했다. 전략기획자문위는 당의 중장기 전략수립에 대한 당대표 자문 활동을 맡게 되지만 실제로는 내년 총선, 나아가 2022년 대선 승리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구상의 일환이다. 자문위 신설은 이해찬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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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총선 공천물갈이’ 21대 '공천탈락' 두려움 

최 의원이 현역의원 중간평가 자료를 내년 총선에서 정무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중앙당에서는 컷오프 조항을 없애 지난 총선 직전 벌어졌던 집단탈당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진의원들 입장에서 안심할 수 없다. 특히 청와대 2기 인사와 개각의 단초가 된 총선 출마용 인사들이 친문이라는 타이틀로 당내로 들어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공천 탈락에 대한 두려움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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