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간계(反間計)에 속으면 안 된다
반간계(反間計)에 속으면 안 된다
  •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 입력 2019-01-13 15:17
  • 승인 2019.01.1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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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비핵화의 핵심인 핵 신고와 검증 등 결정적인 핵폐기 조치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김정은이 말하는 ‘비핵화’의 의미는 핵 동결 수준에서 마무리 짓겠다는 뜻이며, ‘북한 비핵화에 앞서 한반도 주변 미군 전력 철수’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것이 확인됐다. 김정은이 언급한 ‘핵 추가 제조·실험·사용·이전 금지’는 전형적인 ‘핵보유국’의 논리이다. 이는 김정은이 핵보유국 선언을 한 것과 다름없다.

김정은은 미국에 대해서 화전양면(和戰兩面) 전략을 들고 나왔다.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핵무장 강화로 갈 수 있다는 협박을 했다.

나아가 김정은은 중국으로 미국을 견제하는 차도살인(借刀殺人) 전략도 구사했다.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다자협상의 새로운 틀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을 끌어들였다. 지난 8일 베이징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중 포함 평화협정’ 카드로 미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또한 김정은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전제 조건이나 대가 없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의 의사가 있다”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의 반입을 중단하라”고 했다. 이것은 국제공조 대신 ‘우리 민족끼리’를 택하라는 협박이자 한·미동맹을 이간하려는 전형적인 반간계(反間計)이다.

그 유명한 적벽대전(赤壁大戰)의 반간계를 살펴보자. 조조는 적벽대전을 앞두고 채모(蔡瑁)와 장윤(張允)을 통해 수군(水軍)을 훈련시켰다. 맞상대인 오나라 대장군 주유는 두 장군의 실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컸다. 조조는 오나라와 결전을 앞두고 항복을 권하고 적정을 살펴보기 위해 자신의 참모이자 주유의 친구인 장간(蔣幹)을 보냈다. 하지만 주유는 자신을 설득하러 온 장간과 술을 마신 뒤 탁자 위에 채모와 장윤이 자신과 내통하는 ‘가짜 서신’을 놓아두고 취해 자는 척했다. 장간은 서신을 훔쳐 조조에게 갖다 바쳤다. 보고를 받은 조조는 수군도독(水軍都督) 두 장수의 목을 날렸다. 결국 수전(水戰)에 약했던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손권·유비 연합군에 100만 대군을 잃게 되었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갈림길에 서있다. 김정은은 대북제재를 버티고 고비만 넘기면 ‘핵보유국’이 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대북제재를 계속할지, 아니면 북의 핵보유국을 인정하고 발을 뺄지,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두렵다.

우리의 안보 현실을 살펴보자. 2017년에는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으로 실낱같은 북한 비핵화의 가능성이 보였다. 그러나 2018년에는 문재인 정부의 ‘민족공조’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접점을 찾지 못해 이 가능성은 멀어졌다. 그렇다면 2019년은 어떻게 될 것인가. 북한 비핵화는 아무런 진전이 없는데, 적전분열(敵前分裂)이 심각한 형국이다.

김정은의 신년사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확고한 의지는 한반도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참 안이한 발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 국제사회에 공언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거짓임이 들어난 마당에 우리만 짝사랑에 빠져 있어선 안 된다.

안보는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우리로선 한 걸음만 잘못 디디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가 한 몸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한미동맹은 사상 최악이다. 앞으로 김정은은 ‘서울 답방’ 카드로 남남갈등과 국론분열 그리고 안보태세 와해를 조장할 것이다.

김정은의 신년사는 대한민국의 목에 들이댄 비수와 같다. 한미공조는 김정은이 반간계(反間計)로 깰 수 없는 금성철벽(金城鐵壁)으로 인식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해 다른 해법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북핵문제 해법의 마지막 보루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뿐이다. 대북제재가 완화되거나 해제되면 북한은 체제 생존을 이어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 비핵화를 견인할 국제사회의 수단이 고갈된다. 필연적으로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암묵적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나아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이 원천 차단된다. 이는 주한미군 철수 등으로 이어져 한반도 적화통일을 위한 여건이 조성된다. 대한민국으로서는 악몽의 시나리오다. 2019년 대한민국의 안보 도전에 대해 국민은 깨어 있어야 한다.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