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뉴시스>
황희찬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나선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UAE 아부다비의 뉴욕대학교 아부다비 캠퍼스에서 중국전 대비 훈련을 시작했다. 키르기스스탄전 이후 하루 휴식을 취한 선수들은 그동안의 체력 소모와 컨디션, 포지션에 따라 나뉘어 맞춤형 훈련을 소화했다. 

1시간 가량의 훈련이 끝을 향해가던 때,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 선수를 불렀다. 감독의 부름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온 이는 공격수 황희찬(함부르크)이었다. 언어 장벽을 허물어줄 통역만 대동한 채 벤투 감독과 황희찬은 둘만의 대화를 시작했다. 

축구를 논할 때면 대표팀 내 최고 수다쟁이라는 벤투 감독은 끊임없이 황희찬에게 말을 건넸다. 훈련을 마친 다른 선수들이 하나둘 짐을 싸 버스로 향했지만, 벤투 감독은 황희찬을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했는지 근처에 있던 공을 가져와 직접 시범에 나섰다. 벤투 감독은 드리블과 이 과정에서의 몸동작 등을 황희찬에게 선보였다. 취재진이 자리한 곳과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진행된 일이기에 정확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으나 뭔가 가르치려는 벤투 감독의 의지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황희찬은 올곧게 선 채 벤투 감독의 말을 경청했다. 때로는 통역을 통해 벤투 감독의 질문에 답했다. 독대 혹은 족집게 과외는 10분 가량이 흐른 뒤에야 막을 내렸다. 벤투 감독은 황희찬의 어깨에 손을 올려 격려하는 것으로 강의의 끝을 알렸다. 

황희찬은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만 23세의 어린 선수다. 오스트리아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2(2부리그)로 넘어가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월드컵을 통해 처음으로 꿈의 무대를 경험했다. 

그의 장점은 저돌적인 돌파다. 자신보다 덩치가 큰 수비수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늘 당당하게 맞선다. 힘과 스피드에 비해 세밀함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지만, 이를 보완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큰 선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주전 공격수로 힘을 보태고 있는 이번 대회에서는 아직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과의 2차전에서는 골키퍼가 자리를 비웠음에도 골을 넣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다. 황희찬은 괴로움에 얼굴을 감쌌다.  

벤투 감독의 '원포인트 레슨'은 황희찬을 향한 기대감의 증거라고 봐야한다. 감독의 특별 과외를 받은 황희찬이 남은 대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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