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적출후유증 (빈궁마마증후군)

 

지난 주말 일요서울신문 독자 분 소개로 내원한 50대 여성이 상담을 요청했다. 본인 소개를 ‘빈궁마마 20년 차 골드미스’라고 해 호기심을 자아냈다. “빈궁마마요?”라는 질문에 “우리 나이 또래 자궁 빈 여자 어디 한둘인가요?” 라며 당당하게 말하던 환자는 20년 전 자궁적출 후유증으로 수십 년간 고생을 했다고 한다. 수술 전에는 긍정적이고 밝게 웃는 일이 대부분이었는데 수술 이후로는 매사에 부정적이고 마치 갱년기처럼 얼굴이 시도 때도 없이 달아오르고 소화도 잘 안 되고 잠도 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자궁을 적출하고 나서 자궁이 비었다는 의미를 담아 자궁적출로 인한 후유증을 ‘빈궁마마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빈궁마마증후군’, 즉 ‘자궁적출후유증’이란 수술 부위의 통증이나 요통, 하지 통증, 전신무력감, 소화장애, 배뇨통, 두통, 심리적 상실감 등의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것을 말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궁적출수술 후 후유증을 겪고 있는 여성은 37.5%로 나타났고 후유증의 종류로는 피로와 요통이 36.4%으로 가장 많았고 안면홍조, 심계항진, 불면, 성생활장애, 우울증, 소화장애가 각각 9.1%로 뒤를 이었다.

또한 수술 후 만족하지 않는 사람이나 매우 불만족하다고 답한 사람의 수가 30.7%나 된다고 한다. 2015년 조사기준 자궁적출수술은 연간 4만 2765건으로 부인과 수술 중 제왕절개술 다음으로 흔하게 시행된다고 하니 자궁적출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여성의 숫자는 가히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자궁적출수술이 시행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자궁근종’이다. 여성 2명 중 1명은 자궁근종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궁근종의 발병률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자궁근종은 부인과 영역에서 가장 흔한 양성종양으로 자궁에 생기는 ‘살혹' 을 의미하며 35세 이상 여성에게 40~50% 발생하며, 최근에는 20대 여성에게도 부쩍 늘어난 추세다. 자궁근종의 급격한 발병 증가율은 곧 자궁적출후유증의 증가를 의미한다.

자궁근종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의존성 종양으로 여성 난소기능이 활발한 젊은 여성들에게 호발한다. 그리고 폐경이 되면 이 호르몬 양이 확연히 줄어들어 더 이상 근종이 발생하는 일이 없어지고, 있는 근종도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폐경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경우라고 한다면 무증상으로 폐경까지 잘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최우선 목표가 된다.

자궁을 적출하는 수술 방법으로는 과거에는 개복술이 필수적으로 시행되었으나 최근에는 수술부위의 최소화 및 통증을 감소시키기 위해 복강경술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다만 실제 연구에 의하면 두 수술로 인한 회복속도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반론 또한 제시되고 있다. 개복술은 물론 복강경술 또한 하복부 근육경직과 다량의 출혈과 혈류순환 장애로 어혈을 생기게 하는 것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또한 자궁적출수술 이후 입원기간이 일주일이 채 되지 않는데 수술부위의 회복이 수술 전으로 돌아오는 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이 걸린다. 이러하기에 수술 이후 손상된 여성 신체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한방치료의 필요성이 높게 요구된다.

대구한의대 부인과교실의 연구결과 자궁적출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한방치료로 관리를 시작한 사람과 관리를 시작하지 않은 사람의 후유증 발생빈도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또한 수술로 상실감을 겪는 여성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이해를 통한 정신적인 후유증관리를 같이 해줄 때 전반적인 신체, 정신의 회복 속도가 동시에 호전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다.

자궁적출수술환자의 한방치료프로그램으로는 수술 후 초기에는 복부의 통증 및 어혈증상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근골격계 통증완화, 신진대사원활, 기혈순환원활, 어혈제거, 노폐물제거, 수술부위의 회복과 관련된 치료가 있다. 추후 복부의 통증과 어혈증상이 개선이 되면 전신적 체력회복과 수술 후 생긴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환자에게 평안감을 주는 치료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 기혈보강, 면역보강, 여성하부기능회복, 소간해울, 우울증치료, 여성성회복프로그램, 신체밸런스 관리요법 등이 있다.

치료는 어혈을 없애고 하부를 보강하는 한약이 기본으로 들어가며 특히 왕뜸요법으로 하복부 단전을 온보(溫補)하고 충임맥을 보강하는 오행침법(五行針法)과 면역을 높이는 태반약침을 하복부에 자입하면 탁월한 효능을 나타낼 수 있다. 또한 여성성이 상실된 느낌을 회복시키기 위한 정신과적 프로그램과 신체밸런스(몸매, 체중)관리를 통한 자신감 회복 등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자궁적출수술을 한 환자가 지켜야 할 생활요법으로는 ▲ 수술 후 최소 2달간 안정할 것 ▲수술 후 입원기간에는 죽과 같은 부드러운 음식 섭취 ▲아랫배는 항상 따뜻하게 유지할 것(핫팩, 온돌 뜸) ▲찬물, 찬 음식 및 음주 금지 ▲2달 동안 성관계는 피할 것 ▲ 무리한 운동 금지 등이 있다.

우리 주위를 둘러봐도 여자 나이 30대가 넘어가면서 자궁근종 등의 원인으로 의사의 권유와 환자의 불안감에 의해 자궁을 적출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자궁을 임신과 출산에 필요한 장기로 보기에 어차피 나이도 있고 출산도 끝났으면 제거해도 된다고 보아 쉽게 수술을 권하기도 한다.

그러나 반드시 염두해 두어야할 사실은 자궁적출수술은 이렇게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항상 신중하게 생각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되도록 40대 이후 출산이 끝난 여성이라면 가능한 한 폐경까지 자궁을 보존하기를 바란다. 또한 자궁적출수술로 인해 고생하는 여성이라면 수술부위의 회복과 어혈의 개선뿐 아니라 체질에 맞는 기력 회복과 심신의 안정까지 치료하는 한방치료를 권한다.

여성의 갱년기 호르몬의 변화로 자궁의 변화가 초래하는 여러가지 합병증 중에 하나가 자궁 적출에 관련된 문제다. 문제는 자궁을 적출해야 하나 아니면 보존 해야 하는 것이냐 혼동스러울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무엇보다도 자궁이 여성의 신체에 얼마나 중요한 장기인가를 가장 먼저 인지해야 한다. 자궁은 한 번 드러내면 다시 제자리에 기워 넣을 수 없는 장기이기 때문이다. 장기의 보존과 적출은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니만 자신을 보듬고 아끼는 가족들의 심중을 듣고 수술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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