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시가격 인상 추진...집값·투기 잡힐까

지난 7일 오후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7일 오후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2019 기해년 신년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일까. 지난해에도 실마리조차 풀지 못한 ‘민생·경제’다. 해가 거듭될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살이에 국민들의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신년 경제지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서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된 이유다. 일요서울은 생활경제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전하는 기획 ‘대신 물어봐드립니다’를 연재한다. 이번 호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주택 공시가격 전망’에 대해 짚어 봤다.

시민단체 “부동산 불평등 해소 위해 공시가격 정상화 시급”
다주택자 조세저항 ‘난관’...시세 하락·세금 급증 비난 거세

정부가 올해 종합부동산세 인상에 이어 공시가격 인상을 추진한다. 다주택자를 직접 겨냥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 기조에 대해 일각에서는 환영하는 목소리를 내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다주택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5일 가격균형회의를 열어 단독주택 최종 공시가격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과 조정대상지역 등 집값 폭등 지역의 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시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목적은 불평등한 조세구조를 바로잡기 위함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혜택은 축소하고, 세 부담을 늘리는 게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공시가격 인상은 다주택자 부동산을 매물로 이끌어내 공급을 늘리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다주택자가 보유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주택시장의 무게중심이 집값 안정화에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전국에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 수는 2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공개한 ‘2017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017년 11월 기준 전체 주택소유자는 1366만9851명으로 전년보다 2.7% 늘었다.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15.5% 늘어난 211만9163명으로 집계됐다. 51채 이상을 가진 사람은 1988명에 달했다.

정부는 이 같은 다주택자가 집값을 올리고 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으로 판단하고 있다. 모든 정책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정부는 지난 7일 9·13부동산 대책을 실행하기 위한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들의 기존 비과세 혜택의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1주택자가 된 날부터 2년이 지나야 한다. 현재 1주택자가 2년 이상 집을 보유하다 팔면 양도세를 내지 않았다. 다만, 이번 조치는 2년의 유예기간 이후인 오는 2021년 1월 1일 이후 양도하는 주택부터 적용한다.

또 1~2년새 급증한 다주택 임대사업자를 겨냥한 정책도 담겼다. 지금까지 장기 임대주택을 보유한 임대사업자는 '본인'이 2년 이상 거주한 주택을 팔 때 1주택자로 봤다. 앞으로는 최초 거주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단 1차례에 한해서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또 올해부터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종부세 최고 세율을 3.2%로 높이기로 했다. 종부세 반영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80%에서 올해 85%로 오른다. 내년 5%씩 상승한다.

“재벌·땅부자 불로소득 환수 필요”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1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유세강화시민행동’은 14일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위해 공시가격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과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실제 가치보다 턱없이 낮게 책정돼 왔다. 시세와는 전혀 동떨어진 가격(책정)으로 인해 오히려 부동산 소유의 불평등을 조장해왔다”고 밝혔다. 아파트에 비해 단독주택과 토지의 공시가격이 턱없이 낮게 책정되면서, 재벌과 땅부자들에게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십수 년 동안 아파트는 시세의 65% 수준으로 과세했으나 단독주택과 토지는 시세의 30-40% 수준으로 과세했다“며 ”대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수천억 원 빌딩들의 공시가격은 시세의 39%에 불과해 연 수백억 원에 달하는 보유세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산이 많은 사람이 서민보다 세금을 덜 내는 사회는 결코 정의롭지 못한 불평등 사회”라며 “불평등하고 시세와 동떨어진 공시가격 제도 개선은 그 불평등한 사회를 정상화 시키는 첫단추”라고 언급했다.

이들이 제안한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은 85% 이상이다. 10억 원짜리 주택, 토지에 대한 공시가격은 최소 8억5000만 원 이상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는 “정부는 보유세 실효세율 1%(2016년 현재 0.16%)를 목표로 한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임기 중에 보유세 실효세율 0.5%를 달성해야 한다”며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 85%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세 전가 현상 일어날 수 있어”

하지만 다주택자들의 거센 조세저항이 난관이다. 공시가격이 현재 주택거래가에 반영되면 단독주택 보유세 인상폭이 급등한다. 정부가 ‘시세 하락, 세금 급증’이라는 반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단독주택은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50% 이하로 아파트(60% 후반), 토지(60%)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 공시가 인상에 따른 보유금 인상은 가중될 전망이다. 고가 단독주택은 시세 반영률이 30~40% 수준이라 보유세가 2~3배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을 한 번에 과도하게 올릴 경우 강한 조세 저항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상업용 부동산이나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조세 전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퇴직자나 고령자의 경우 조세반발이 강하게 일어날 것이다. 거주권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세금이 너무 올라 주택을 처분하려 해도 대출 규제에 막혀 팔지도 못하고 이사도 못가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려면 세율을 낮춰야 하고, 세율을 낮추려면 점진적으로 공시가격을 올리는 방법을 써야 한다”며 한번 올라간 가격은 잘 내려가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면밀하게 시장 모니터링을 하고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특히 지역별로 차등을 둬야 한다. 지방의 경우 과도한 세금이 부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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