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비서관 승진 희망한 탁 행정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뉴시스]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해 6월 한 차례 사의를 밝힌 바 있던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14일 출입기자단에게 메시지를 보내 "탁 행정관이 사표를 제출했고 수리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탁 행정관은 11일부터 휴가 중"이라고 했다. 

탁 행정관은 그간 청와대에 여러 차례 사의를 밝혀왔다.

지난해 6월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며 사퇴 암시 글을 올린 바 있다. 탁 행정관은 다음 날인 30일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자신의 사의 표명을 공식화했다.

당시 탁 행정관의 설명에 따르면, 청와대에 처음 사직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해 4월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이후였다. 탁 행정관은 "애초에 6개월만 약속하고 (청와대에) 들어왔던 터라 예정보다 더 오래 있었다고 생각했다"며 "(지난해 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 5·18부터 평양공연까지로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줄곧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탁 행정관의 사표를 반려하며 가을 남북 정상회담까지는 남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탁 행정관은 당시 "그 사이도 여러 차례 사직의사를 밝혔지만 저에 대한 인간적 정리에 쉽게 결정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굳이 공개적으로 사직의사를 밝힌 이유가 되겠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지난해 7월1일 남북 정상회담 등의 이유로 탁 행정관의 사표를 반려하며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고 했다"고도 했다. 

공연기획 전문가인 탁 행정관은 노무현 대통령 추모 콘서트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 측과 인연을 맺으며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정권이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서 근무하며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들을 이끌어 왔다. 지난해 4월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과 남북 정상회담 환영공연 기획에 참여했다.

다만, 탁 행정관은 과거 행적으로 정권 출범 초창기부터 각종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2017년 5월에는 2007년 저서 일부 표현이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이자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의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SNS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사의 표명이 공석인 의전비서관 자리와 연결돼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탁 행정관이 그간 의전비서관 승진을 희망해왔고, 이번 사의 표명은 자신의 거취를 확실하게 해달라는 일종의 압박 차원이라는 해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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