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중대 기로에 섰다.

유력한 인수 후보인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유효경쟁과 경영권 프리미엄 기준 완화를 요구하지 않을 경우 우리금융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일단 금융당국은 신중 모드를 취하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예비 입찰을 포기할 경우 사실상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는 무산될 수 있는 만큼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 요건 완화 안 되면 입찰 불참"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W컨소시엄'과 '우리사랑' 컨소시엄은 이날 "유효경쟁 및 경영권 프리미엄과 관련한 기준이 완화되지 않으면 200억원 내외의 인수자문비용과 실사비용을 부담하면서 매각절차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W컨소시엄'은 우리은행 거래고객 4000여명이 참여한 컨소시엄이며 '우리사랑 컨소시엄'은 우리금융 계열사 임직원들로 구성된 우리사주 컨소시엄이다.

매각주간사 등에 따르면 유효경쟁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28.5% 이상의 지분을 인수할 주체들 간의 경쟁이 있어야 하고, 시가에 상당 수준의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우리금융 컨소시엄을 제외할 경우 28.5% 이상의 지분을 인수할 만한 주체가 없다는 점에서 유효경쟁이 성립되기 어렵다"며 "컨소시엄 투자자 대부분은 경영권 인수가 아니라 민영화를 위한 투자자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입찰요건 완화 요구, 왜?

현재 우리금융 민영화에는 우리금융 컨소시엄 2곳을 포함해 11곳이 LOI를 제출했다. 외국계 금융회사인 칼라일과 맥쿼리, 아비바그룹, 메트라이프를 비롯해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보고펀드, 인베스투스루 등이 참여했다.

그러나 우리금융 컨소시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일부 지분 참여를 원하는 전략적투자자(SI) 또는 투자자금을 대는 재무적투자자(FI)들로 예금보험공사 지분 56.97%의 절반 이상을 인수할 주체가 없다.

특히 경쟁입찰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써서 입찰가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하학수 이트레이드증권 수석연구원은 "시가에 기초한 인수가격(1만5150원)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원가(1만6350원)와 4월 정부지분 매각가격(1만6000원)을 밑돌고 있다"며 "우리금융 주도의 독자적 민영화에 참여하는 FI나 SI들은 시가를 상회하거나 공적자금 투입 원가에 근접한 인수 가격을 제시할 당위성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예비입찰과 본입찰 등 인수합병 과정에서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부담해야 하는 인수자문 비용과 실사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우리금융 컨소시엄은 독자 민영화가 무산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토대로 정부 당국에 인수요건 완화를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시장 상황 지켜보겠다"

일단 금융당국은 신중모드를 취하고 있다.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은 "우리금융이 제시한 의견에 대해 추후 공자위 중심의 논의를 거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 역시 "공자위는 개별 입찰자의 요청이나 의견에 대응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선을 그으며 "다만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컨소시엄의 요구대로 요건을 완화할 경우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세 가지 목표 가운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의 원칙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공자위 역시 유효경쟁의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 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많은 물량을 사가는데 그치지 않고 가격을 제대로 써야 한다"며 "10년이나 미뤄온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하면서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팔수는 없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경쟁 체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당초 금융당국은 오는 20일께 예비입찰을 진행하고, 연내에 최종 입찰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입찰요건 완화라는 돌발 상황이 불거지면서 우리금융 민영화에 차질이 빚어질 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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