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화그룹과 언론을 싸잡아 비난하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최근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홍동옥 전 한화그룹 재무담당 임원(CFO)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12월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남기춘 서울 서부지검장은 최근 법원 내부통신망에 한화그룹 수사와 관련, 한화와 언론을 동시에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기업 비리를 파헤치고 있지만 언론이 시종일관 ‘용두사미' 수사라는 식으로 보도하는 행태가 아쉽다는 것이다.

남 지검장은 올린 글에서 “한화그룹 수사의 본질은 구조적 기업비리다"면서 “검찰이 수사공보준칙에 막혀 혐의를 확인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는 살아있는 재벌과 안일한 동거관계란 이유를 내세워 언론이 앵무새처럼 한화의 현란한 용어를 기사에 옮겨 적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남 지검장은 이어 “언론이 (한화 수사의)실체관계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무능'한 것이거나 ‘살아있는 재벌'과의 안일한 동거관계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3개월간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을 통해 한화그룹의 비리 실체를 밝혀냈으나 언론이 ‘무분별한', ‘무차별적', ‘싹쓸이식'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보도함으로써 검찰 수사를 비꼬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언론은 기업수사가 시작되면 일단 ‘로비수사'를 수사의 목표로 제시하고 기대한 결과에 못 미치면 ‘용두사미'라는 천편일률적인 결론을 내린다"며 “기업비리 수사가 로비수사보다 중요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결과에 대해 전혀 내용도 모르는 채, 아니면 알고도 무시한 채, ‘부실수사'라 규정짓고 그 원인을 잘못된 ‘검찰인사'라고 근거짓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며 “권력에 대한 수사보다 재벌에 대한 수사가 더 어려운 것처럼 권력에 대한 비판기사보다 재벌에 대한 비판기사를 보도하는 것 또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남 지검장의 이같은 글은 최근 3개월간의 수사에도 성과물을 내놓지 못했다는 외부 비난이 잇따르자 직원들을 단속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 지검장은 내부통신망 해당 글 맨앞에 “어제 어느 언론기사를 보고 느낀 점을 간단히 적어 파일로 첨부해 보았다"며 “편의상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수신인으로 상정하고 작성한 것이니 검찰직원 입장에서 고쳐 읽어 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수사보안이 너무(?) 잘 지켜져 우리 검찰청 가족들조차 수사하는 내용을 너무 모르고 있는 우스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동료들이 수사한 내용을 어림 짐작으로나마 알아주시고, 복도에서라도 서로 지나치면 따뜻하게 격려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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