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70대 환자의 과거 병력 등을 파악하지 않고 마취제를 과다 투여해 사망케 한 의사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최진곤 판사)은 업무상과실치사등 혐의로 기소된 의사 이모(40)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아울러 사건 발생 후 이 씨의 지시에 따라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간호사 백모(31·)씨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 원을 판결했다.

이 씨는 지난 201512월 어깨 수술을 받으러 온 A(당시 73)씨에게 수면·흡입·국소마취제를 사용했는데 두 가지 약제를 혼합 사용할 경우 투여량 조절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다른 의사 박모씨로부터 수술을 받는 도중 혈압과 맥박 등이 측정되지 않았다. 이에 이씨는 A씨에게 마취 해독제 등을 투여하고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결국 A씨는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고혈압 등 과거 병력이 있었지만, 이 씨는 이와 관련해 집도의와 상의 없이 마취제를 투여했다. 간호사 백 씨로부터 호출을 받고도 신속히 수술실로 가지 않고 휴식을 취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최 판사는 "마취의가 마취가 필요한 모든 환자에 대해 반드시 사전에 집도의와 협의를 거쳐야 하지는 않아 보인다""환자의 상태가 수술을 받기에 위험성이 높은 특수한 경우 집도의와 조율돼야 하지만 이 경우 특수한 경우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어 "A씨의 연령이나 과거 병력에 비춰 전신마취를 선택했다고 해도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투여된 마취의 양이 과다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 씨가 주의의무를 위반하거나 신속한 업무대응을 소홀히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의료법 위반 중 마취기록을 변경해 기재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 씨와 백 씨가 A씨의 유족들에 상당한 항의를 받으면서 기록지를 재촉받은 것으로 보여 사실과 다른 혈압을 기재할 동기가 없지 않아 보인다"고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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