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물건 취급···무책임한 사람들”

모 중고거래 사이트 화면 캡처
모 중고거래 사이트 화면 캡처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친구가 강아지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분양 받았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주인이 1년간 키우다 이사 가면서 판 거라는데, 상품처럼 얘기되는 걸 보니 씁쓸하더라.” 반려동물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상품으로 거래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윤리적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유명 중고거래 사이트서 반려동물 매도···대부분 강아지고양이

동물권인식 높아지는데···법적윤리적으로 적절치 못하다

현재 유명 중고거래 사이트들에서는 반려동물을 유료 분양으로 내놓은 사례가 검색만으로도 쉽게 확인된다.

중고거래로 팔리는 반려동물은 대부분 강아지와 고양이이다. 매도자는 이들의 사진과 품종나이에 대한 짧은 설명 등과 함께 원하는 판매 가격을 게재하고 있다.

포메라니안을 80여만 원에 분양한다는 한 글에는 주인이 해외출장이 많아 강아지를 책임지지 못하게 됐다면서 귀엽고 예쁜 강아지이니 관심 있는 분은 연락 달라며 연락처가 남겨져 있었다.

토이푸들을 분양한다는 또 다른 글에는 직접 키우던 강아지이지만 직장 때문에 시간을 같이 보내주기 힘들다면서 똑똑하고 배변 훈련이 돼있으며 그 흔한 피부병조차 없다는 광고식 설명이 곁들여졌다.

40만 원에 요크셔테이어를 분양한다는 게시자는 강아지에게 옷을 입혀놓은 사진과 함께 밥 잘 먹고 건강하다. 사진에 보이는 사용 중인 용품을 다 함께 드린다라고 적었다.

3마리의 고양이를 분양한다는 게시자는 노트에 각각 애칭까지 적어 놓은 사진을 찍어 올리며 순서대로 50(만 원), 50(만 원), 60(만 원)”이라고 설명했다.

책임지지 못하면

키우지 말아야

반려동물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키우던 개와 고양이를 중고사이트에 판매하는 것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강아지를 데려와 3년째 키우고 있는 A(32)씨는 처음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데 잘 모를 경우 어설프게 중고 사이트를 통해 분양 받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파는 사람은 (이런 행위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을) 이미 잘 알 텐데 너무 무책임하게 생명을 거래하는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는 직장인 B(28)씨도 새끼를 여럿 낳아 업자처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분양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반려동물을 통해 장사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반려동물 중고거래라니. 생명으로 보질 않는구나”, “이 나라는 언제까지 반려동물을 물건 취급할 생각일까. 무책임한 인간들이다”, “생명을 뭐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생각과 윤리의식이 덜 발달했는가”, “동물 입양문의를 무슨 물건 중고거래 하듯이 하느냐”, “인류애를 상실했다”, “애견인들은 이 따위로 끝까지 못 키우고 팔거면 키우지 말아야 한다등의 비난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법으로 규정해

폭넓게 보호해야

전문가들도 동물권을 법적 차원에서 규정해 폭넓은 보호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지난 2016년 이미 1000만 명을 돌파한 상황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제도적이고 윤리적인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물권리 연구단체 ‘PNR’에 몸 담고 있는 안나현 변호사는 동물보호법 제32, 33조에서 동물판매업을 하려는 자는 등록을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구체적 요건도 있다다만 영업이 아닌 일시적 거래의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생명윤리의 관점에서 반려동물은 하나의 생명을 가진 인격체로 봐야하는데 유료 분양은 상품으로 보고 소유 물건으로 본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해외처럼 동물권을 헌법적 차원에서 규정하고 동물이 소송의 주체가 됨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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