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원서 간호사 스스로 목숨 끊어···‘태움’ 논란 재가열
서울의료원서 간호사 스스로 목숨 끊어···‘태움’ 논란 재가열
  • 조택영 기자
  • 입력 2019-01-17 15:55
  • 승인 2019.01.17 16:00
  • 호수 1290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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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아이가 ‘태움이 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간호사 '태움' 관행 [그래픽=뉴시스]
간호사 '태움' 관행 [그래픽=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해 온 간호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 발견 당일 유족들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서울의료원은 자체 진상조사에 나선 후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분회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태움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종합 대책 마련됐지만 현장에선 체감할 만한 대책 아냐입 모아

서울의료원 자체조사서울시 감사원 조사로···진상조사위 구성해야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 5일 서울의료원 소속 간호사 A씨가 성북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수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시신 발견 당일 유족들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이후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사건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병원 관계자 조사가 필요할 경우 소환할 예정이다.

서울시 감사위원회(이하 감사위)는 지난 11오늘 감사위원 4명을 서울의료원에 보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서울시 감사위 조사는 최근 자체 진상조사에 나선 서울의료원의 요청으로 실시됐다. 서울의료원은 진상 파악에 나섰지만 따돌림이나 괴롭힘 등의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서울의료원이 자체조사를 실시했지만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소위 셀프조사라는 비판도 받을 수 있어 시 감사위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결과 따돌림괴롭힘 등의 의혹이 사실로 나오면 응당의 처벌을 내릴 것이라며 개인은 물론 상황을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서장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성역 없이 조사해 처벌을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분회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태움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태움이란 간호사 조직 특유의 집단 괴롭힘 문화를 말한다.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33월 서울의료원에 입사해 병동에서 5년간 근무한 A씨는 지난해 1218일 간호행정부서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출근 12일 만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했으며 결국 지난 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서 이동 후 A시는 간호행정부서 내부의 부정적인 분위기와 본인에게 정신적 압박을 주는 부서원들의 행동으로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지난해 2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이 마련됐으나 대책 추진 속도가 더뎌 1년이 다 돼 가도록 의료 현장에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간호사 근무 환경 및 처우 개선 대책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태움을 근절하고 인력을 확충해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1년이 흐른 지금도 현장에서는 체감할 만한 대책이 없었다고 입을 모으는 실정이다. 대책의 상당수가 단순 구호에 그쳤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유가족

참여 보장하라

새서울의료원분회는 지난 10일 입장서에서 주변 동료들과 유가족의 말에 따르면 고인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희생된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서울의료원이 진상조사를 제대로 하기는커녕 고인의 사망을 의료원 내 노동자들에게도 숨기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유가족은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시민과 노동조합, 유가족 참여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서울시에 사건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자신들을 위원회에 참여시켜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날 발언자로 참석한 유가족은 참 착하고 천사 같은 아이였는데 그 아이가 12월에 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며 태움이 뭔지 알 것 같다고 했었다. 그 밝은 아이가 얼마나 많은 괴롭힘들 당했고 힘들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누구의 잘못인지 철저하게 진상 조사를 해달라며 울먹였다.

공공운수노조는 회견문을 통해 부서이동 후 얼마 안 돼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서울의료원이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병원 사람들은 조문을 받지 말아달라는 유서 내용에서 괴롭힘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간호사를 포함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려할 때 결코 개인적인 사건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타살에 대해 우리 사회는 가해자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의료원 김민기 원장은 고인이 오지 말라고 해서 안 왔다고 비아냥거리며 병원 내 간부로 진상조사단을 꾸리려다 문제가 되자 해체했다간호협회는 결혼한 적도 없는 고인에 대해 시댁도 조문 오지 말라고 했으니 복합적 문제 아니냐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감사위 혐의 입증 중

이들은 유가족과 시민단체, 노동조합이 포함된 진상조사위를 꾸려 철저한 원인 규명을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런 상식 이하의 상황에서 서울시는 아직까지 명확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는 구의역 사고 당시 효과적인 개선안을 제시한 경험이 있지만, 서울시는 다시 역행해 감사위원회에게만 이 사건을 맡기려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진상조사위가 고인의 주변부터 면담을 시작해 서울시 산하 시립병원과 의료원의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고, 현장 의견을 반영한 설문조사와 다양한 인터뷰가 기획돼야 한다면서 이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 예산과 인력을 배정하고 병원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는 집행까지 담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지체하지 말고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지금 당장 유가족과 노동조합,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서울시 산하 병원들을 일제 조사하라고 외쳤다.

한편 서울의료원 측은 진상조사에는 병원 관계자의 개입이 전혀 없으며 서울시 감사위가 투입된 즉시, 파악해왔던 자료들을 다 이관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감사위 측은 진술을 계속 받고, 메신저 내용과 유가족 진술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