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화재·흥국생명도 금감원 도마 위에 올라

태광그룹(회장 이호진)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달했다. 검찰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태광그룹 회장의 수사를 곧 마무리 할 뜻을 밝혔다. 따라서 전방위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2월 22일 금융감독원이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화재와 흥국생명을 조사한 것도 그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와는 별도로 계열사들의 비리가 새로 적발됐기 때문에 실시했다는 주장도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국정감사 때 거론됐던 “태광그룹 계열사의 골프장 비리 의혹이 수사의 쟁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금감원의 도마 위에 오른 흥국화재와 흥국생명의 주된 혐의는 태광그룹 비자금 조성 지원 여부다. 흥국화재는 국정감사 때 제기 됐던 의혹이, 흥국생명은 해직 노조원들로 구성된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의 고발이 본격적인 조사의 발판이 됐다.

금감원은 흥국화재에 대한 특별 검사를 지난 12월 13일부터 23일까지 시행했다. 열흘 동안의 주된 조사 내용은 흥국화재가 태광그룹 때문에 골프장 회원권을 부적절하게 매입했는가에 대한 의혹이다.

현장 조사를 진행했던 금감원 관계자는 “사전 예비조사 차원이지만 그 동안 입수됐던 자료를 토대로 진행한 것이다. 정기 감사 때는 더 면밀히 파헤쳐 질 것”이라고 밝혔다.

흥국화재는 지난 8월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도 그룹 회장이 소유한 동림관광개발의 골프장 회원권을 1구좌당 26억 원씩 총 12구좌를 312억 원에 매입했다. 회원권 매입과정에서는 관련법 또한 위반했다. 2008년 강원도 춘천시에 건설 중인 해당 골프장은 완공 실적이 저조한데다 매각된 회원권 가격 역시 시세 보다 터무니없이 높았기 때문에 검찰과 금감원은 태광그룹의 부당 지원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동림관광개발은 태광그룹 이 회장 일가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검찰 역시 지난 12월 15일 동림관광개발 대표를 직접 소환해 계열사 간 골프장 회원권 거래로 비자금을 만들었는지와 이 회장이 골프장 조성을 위해 편법적으로 토지를 사들였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이 회장은 2005년 강원도 춘천시에 소재한 농지 27만㎡를 구입한 후 2008년 3월 강원도가 골프장 부지로 용도 변경을 승인하자 이 땅을 동림관광개발에 되팔은 적이 있다.

조사를 진행 중인 금감원 관계자는 “흥국화재는 지난 5년간 20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가격으로 회원권을 매입했다. 이 점 때문에 이달 실시하는 정기 감사의 주요 타겟이 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달에 있는 감사는 정기 감사의 전초전으로 봐도 되며 혐의가 확실해 지면 태광그룹을 비롯한 계열사들의 수사는 대부분 마무리 될 것”이라 밝혔다. 정기 감사는 금융감독원이 주관하는 종합감사로 대기업은 2년에 한번, 중소기업은 3년에 한번 조사 대상이 된다. 물론 조사는 부적절한 혐의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 우선으로 이뤄진다.

이에 대해 흥국화재 측은 아직 뚜렷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흥국화재 한 관계자는 “시기가 이례적으로 좀 앞당겨졌을 뿐 금감원이 2년마다 정기 감사를 하는 것은 관례”라고 밝혔다. 2011년은 흥국화재가 본래 받기로 된 순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 감사와는 다른 고강도 수사가 이어지지 않겠느냐 라는 질문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어 대답해 줄 말이 없고 금감원의 수사 추이를 지켜본 후 대응하겠다”며 크게 비중을 주지 않는 모습이다.

한편 또 다른 계열사인 흥국생명의 비자금 조성 지원 혐의는 지난 10월 다시 한 번 내막이 드러났는데 흥국생명을 다녔던 노조들이 만든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이하 해복투)의 고발을 통해서였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현재 금감원 내 생명보험 담당부서는 해복투의 제보를 토대로 감사를 진행 중이다.

해복투는 “이 회장 일가가 115명의 보험설계사 이름을 도용해 만든 계좌에 저축성 보험을 가입해 313억 원을 운영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예전 흥국생명 노조 파업 당시 발견됐다”며 “1997년부터 2000년까지 313억 원을 운영하면서 설계사들이 마치 보험을 유치한 것처럼 조작해 유치 수당 17억5400만 원을 착복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회장 일가는 같은 방식으로 201억 원 가량의 자본에 대한 시책비와 수당 10여억 원을 착복하는 등 회사 자금을 불법 유입했다. 이 때 이후 사례는 회사 측의 방해로 상세히 증명할 수 는 없지만 800억 원은 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의 800억 원을 제하더라도 그동안 태광그룹 이 회장에게 부여된 비자금 액수 혐의는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진행 중인 흥국화재를 골프장 사건과 흥국생명 노조 고발 건까지 하면 그 액수는 더 커지는 셈. 금감원은 해복투의 주장에 초점을 맞춰 사실 여부를 가리는 중이다.

한편 모 기업인 태광그룹은 정관계, 금융계를 가리지 않고 펼친 로비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핵심은 2009년 3월 태광그룹 계열사 티브로드의 사업팀장으로 일하던 문씨가 서울 신촌의 한 룸살롱에서 청와대 행정관이던 김모씨(44)씨와 방송통신위원회 과장 신모(43)씨 등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것. 이에 태광그룹 측은 “해당 성접대 파문은 직원 개인의 잘못이며 회사가 로비를 지시한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난 10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당시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의혹은 결국 무혐의 처리 됐지만 검찰이 좀 더 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결과를 달라졌을 지도 모를 일”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박 대표 주장이 사실이라면 태광그룹 비리에 대한 수사 강도가 약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태광그룹은 2003년부터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으로부터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아왔지만 몇 차례의 가벼운 처벌만 받은 채 넘어간 적이 있다. 2003년 흥국생명 해직 노조원이 고발한 313억 원의 비자금혐의가 당시 단순 과실처리로 끝난 것이나 2006년 흥국화재 인수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동원해 쌍용화재 주식을 집중 사들인 의혹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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