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보수진영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이로써 차기 대선과 관련하여 보수 야권의 불확실성이 하나 줄어들게 되었다. 물론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서는 친박 청산,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태극기부대와의 거리를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등의 산적한 문제가 있다. 어쩌면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입당이 당의 분열을 더욱 조장할 위험성도 있다.

그럼에도 필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입당이 자유한국당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정치는 현실이고, 그 현실에서 정당인 황교안이 선택해야 할 길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정당인 황교안은 양식장 안에서 주인이 던져주는 먹이만 받아먹던 사육되는 물고기에서 망망대해로 나와 바다의 온갖 생물들과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물고기의 입장으로 바뀌었다. 영리한 그가 그러한 현실인식을 하지 못할 리가 없다. 박근혜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 입당이라는 그의 정치적 선택은 어쩌면 그가 친박 청산에 가장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의 자유한국당 입당의 제일성은 “세계 모든 나라가 미래를 바라보며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과거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과거에만 집착하고 있습니다.”라는 문재인 정부 때리기였다. 아마도 정당인으로서 당리당략을 우선시한 불가피한 입장표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의리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당인으로서의 그의 이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정당인 황교안이 자신의 치부는 가린 채 남의 허물만 침소봉대(針小棒大)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그에게 밝은 미래는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정치적 현실이다. 그가 이러한 정치적 현실을 애써 외면할 생각이라면 그는 지금이라도 정당인으로서의 생활을 접어야 한다.

통일독일제국의 초대 총리를 지낸 비스마르크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했다. 이러한 경구를 즐겨 쓰는 현대의 정치인들은 정치를 종합예술로 승화시켰다. 많은 정치인들이 정치를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정치가 굉장히 다이내믹(dynamic)하고 복합적이며,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실패를 남 탓으로 돌리지 않고 ‘내 탓이오’ 하는 용기, 정상이 코앞이라고 해도 그 길이 올바른 길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되돌아갈 줄 아는 용기, 때로는 정치적 손실을 감내하면서도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유연함, 누구나가 포기할 상황에서 불굴의 의지로 도전을 멈추지 않는 등등. 이러한 장면들을 보면서 우리는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정당인 황교안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평생 국가의 녹을 먹고 살아 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제 새롭게 정치를 시작하는 사람으로서, 그 어떠한 비판과 질책도 당연히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혼 없는 검사’에서 ‘종합예술가 정치인’이 되겠다는 다짐이리라!

정당인 황교안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정치인으로서의 길이 그리 평탄치 않을 것이고, 짧지도 않을 길임을 본인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것은 다음 대통령선거를 위한 보수진영의 단순한 포말후보로 끝나기 위함이 아니라, 대한민국 보수 재건을 위해 남은 인생을 쏟아 붓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경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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