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세계적 공격은 성공할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이 승진 이후 제일기획 해외지사 임원들을 전격 교체하며 미국과 해외 광고계에 도전장을 냈다. 해당 국가의 저명광고인 섭외 및 인수합병을 통해 공격적인 해외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제일기획이 글로벌 광고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 마련이 이 부사장의 주 관심사인 것이다. 그러나 제일기획의 ‘글로벌 도약’에 대한 해외 광고 관계자들의 시선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여태껏 제일기획 해외법인의 매출 수주액 대부분이 모회사인 삼성전자 광고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2012년 세계 10대 광고대행 그룹’이 되겠다는 제일기획 해외 공략에 대해 알아본다.

미디어 대행사인 제니스옵티미디어사에 따르면 2009년 실적 악화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금년 광고지출액은 전년대비 11%가 줄었다. 이에 따라 제일기획은 국내 실적 하락을 우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특히 미국은 글로벌 광고 매출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광고시장이 크다.


유명광고인 영입과 인수합병

지난 12월, 제일기획은 버즈 소여를 미국 현지법인 사장으로 영입했다. 소여는 지난 4월까지 위든앤케네디 뉴욕지사의 총책임자로서 위든앤케네디가 ABC방송과 델타항공의 광고계약을 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은 인물로 제일기획은 그가 지닌 뉴욕 광고계의 영향력을 통해 미국 광고 시장에 한 획을 긋겠다는 다짐이다. 제일기획은 1989년 미국법인을 설립했지만 크게 실적을 내지는 못했다.

한편 인도지사는 나레시 굽타를 기획실장으로 영입했다. 굽타는 20년 넘게 인도광고업계를 이끈 전략·기획계의 베테랑으로 혼다, HP, 현대 등 인도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의 업무를 진행시켰다.

이에 멈추지 않고 제일기획은 지난 5월 프랑스에 독립광고회사를 설립했다. 유럽지역 사업 강화를 위해 제일기획은 영국 광고홍보대행사 WPP그룹 그레이파리의 공동 대표 안드레아 스틸라치를 영입해 독립 광고사 ‘헤레지(Herezie)’를 만들었다. 헤레지는 스틸라치를 비롯해 전 옴니콤소속 광고회사 V의 최고경영자였던 뤽 와이즈와 그레이파리 대표를 역임한 피에르 칼레가리 등 프랑스의 대표 광고인들로 구성됐다. 헤레지는 향후 제일기획의 프랑스 현지법인과 함께 삼성전자의 주요 광고캠페인을 담당하고, 현지 광고주도 적극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러한 제일기획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해외 광고회사 인수합병은 이미 3년 전부터 진행됐다.

제일기획은 2008년 12월 크리에이티브 회사인 영국계 BMB(Beatt ie McGuinness Bungay)의 지분을 인수함과 동시에 BMB 뉴욕지사를 설립했다. 2009년에는 미국계 디지털 마케팅 회사인 TBG(The Barbarian Group)인수한 바 있다.

또 런던의 저명한 광고인인 브루스 하인스를 2008년, 제일기획의 글로벌 최고전략기획자로 영입했다. 하인스는 광고회사 리오버넷의 런던 최고경영자로 지낸 실력자다.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은 “제일기획의 글로벌 성장 핵심은 현지화로 전 세계 29개 네트워크를 거점 상황에 맞는 전략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일기획의 인지도가 높아져 유명한 광고인들의 영입이 수월하다. 글로벌 역량을 더 강화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모기업 광고치중 아직 높아

현지 광고주 개발을 위해 해당 국가의 광고인들을 영입해 대대적인 해외 성장 동력을 찾고 있지만 해외 업계의 반응은 아직 뜨겁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2009년 해외 총 매출액 3억1200백 달러(약 3600억 원)의 55%가 삼성전자 광고였다.

지난해 미국법인의 매출액은 3500백만 달러(약 404억 원)이다. 국내 최대 광고회사(시가총액 약 1조5000억 원)인 제일기획과 비교가 되지 않는 적은 금액이다.

미국법인의 경우 광고의 80% 이상이 모기업인 삼성전자이고 그 나머지도 한국타이어 같은 국내 기업의 광고이다. 그러다보니 종종 ‘굵직한 광고를 쉽게 맡는다’는 시선과 ‘삼성전자만 담당하는 인하우스 에이전시’라는 오명을 받아왔다.

글로벌 광고회사 16위에 올랐지만 제일기획을 아는 해외 기업들은 많지 않다는 것도 그들의 광고를 유치하는 데에 따른 걸림돌이 된다.

제일기획은 온라인 광고회사인 TBG를 인수하기 전, 광고회사 맥개리를 인수하려고 했으나 인수과정을 질질 끌어 일본광고회사 덴츠에게 내줬다는 평을 들었다. 미국 월스트릿저널은 TBG의 인수과정도 그리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일기업의 미국 내 광고기업 인수는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 제일기획은 소여 미국법인 사장에게 광고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권위를 부여했다. 월스트릿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소여는 “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자본금 1억 달러(약 1154억 원)가 있다. 제일기획의 크리에티브를 살려줄 만한 광고회사를 계속 찾고 있다”고 밝혔다.

제일기획이 해외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국내 업계의 시선 또한 좋지 않다. 제일기획이 인수합병 내역을 전혀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인수금액, 지분비율, 자문사 등의 내용이 모두 베일에 가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제일기획 측이 의도적으로 인수합병 내역을 노출시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추가적으로 광고회사를 인수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인수금액 등을 공개한다면 향후 인수가격 책정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장기업인 제일기획이 투자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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