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재벌가 폭행사건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명예회장의 경영정상화 노력이 엉뚱한 곳에서 발목을 잡힐 처지다. SK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씨의 화물노동자 폭행 사건이 가시기도 전에 박 회장의 6촌 동생이 폭행사건에 휩싸인 것이다. 특정계층의 주먹 사용으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유사한 일이 발생한 것. 더욱이 금호의 경우 대한통운 매각을 통한 경영정상화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해 기업이미지의 타격은 물론 정상화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을 지도 모를 상황에 처했다. 금호 측은 폭행 당사자인 박 회장의 6촌 동생 박래권 금동산업 사장(65)을 경영일선에서 사퇴시키는 등 발 빠른 대처를 했지만 여론과 네티즌들의 질타는 끊임없다. 이러한 질타가 금호아시아나그룹에까지 불똥을 튀길까 전전긍긍하고 있기도 하다.

폭행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박 회장의 6촌 동생이자 금호타이어 청소 도급업체 금동산업 사장인 박 사장은 지난 11월 6일 오전 11시 50분께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내 사무실에서 이 회사 비정규직 직원 박모(48)씨를 폭행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박 사장은 박씨가 화장실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폭언과 폭행을 가했고 박씨가 이에 저항하자 카터칼로 위협했다는 것이다.

폭행을 당한 박씨는 왼손 손가락 골절과 안면 부위에 전치 5주의 상해를 입고 박 사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박 사장도 전치 2주의 진단서를 발급받아 맞고소를 했지만 지난 12월 10일 박씨에게 치료비 200만 원을 건네고 합의했다.

박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직원이 먼저 멱살을 잡고 위협해 방어차원에서 카터칼을 들었다”며 “직원이 자해를 해서 손가락을 부러뜨린 것 같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제압하려는 마음이 있었다면 60대 노인이 칼을 휘두르는데 팔이라도 잡았지 눈앞에서 당하고만 있었겠느냐”며 “해고를 각오하지 않는다면 직원이 사장에게 덤빌 수는 없는 일”이라고 적극 해명했다고 신문은 밝혔다. 이틀 뒤 200만 원을 주고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박씨는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해줬다”며 “지금은 합의를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두 사람을 상해 혐의로 입건한 뒤 사건을 종결했다.

직원 박씨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의 주차장·연구동·화장실 등의 청소를 8년째 맡아왔으며 직원 11명이 함께 일을 해 왔다.

그러나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SK 일가 최철원씨의 맷값 폭행과 다를 것이 없다”며 “도급업체들의 실질적 운영이 원청인 금호타이어의 감독 하에 이뤄지고 있는 만큼, 금호타이어는 박 사장과의 계약을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호 측도 박 사장을 경영일선에서 사퇴시키는 등 사퇴 진압에 나섰다. 금호타이어는 박 사장이 운영하는 금동산업과 청소용역 계약을 해지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일반의 시선은 좋지 못하다. 앞서 발생했던 SK가 폭행사건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과 네티즌들의 반응도 SK 폭행 물의 파문 때와 비슷하다.

진보신당 심재옥 대변인은 지난 11월 20일 논평을 통해 “가해자 박래권은 금호타이어 내 청소용업사업을 맡은 도급업체 가운데 박삼구 회장을 등에 업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폭언과 독단적 횡포를 일삼았던 장본인으로 전해진다”며 그의 부도덕성을 지적했다.

심 대변인은 이어 “재벌권력의 비정규노동자 폭행 그자체가 권력에 굴종을 강요하는 폭력이었던 만큼, 당시 치료비 200만 원에 합의된 과정조차 외압이나 협박 등 2차 가해가 없었는지 철저히 재조사해야 한다”며 “더욱이 피해자가 폭행에 격렬히 항의하자 카터 칼을 휘두른 점은 흉기휴대상해로 특별히 구속 수사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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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기업으로 튈까 ‘전전긍긍’

이에 따라 모 기업인 금호아시아나측은 이 사건이 그룹으로 불똥을 튀길까 전전긍긍이다.

실제 A네티즌은 “재벌권력의 노동자 폭행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하면서 “비정규노동자들이 노동현장에서 당하고 있는 피눈물 나는 노예취급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금호의 경우 형제간의 싸움이 매듭지어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촌의 일이 발생한 것은 집안 내부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며 “재벌가의 횡포에 사법당국의 각별한 대응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도급업체의 폭행 사건은 이해 당사자 간의 문제”라며 “금호그룹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금호 측은 “회장과 6촌 관계이지만 금호와 연관 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금호가 이 사건에 나설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일이 발생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타이어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률이 11.2%를 기록하는 등 기업회생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호고속 파업 사태에 이어 터져 나온 이번 폭행물의로 자칫 금호아시아나그룹 브랜드 전체 신뢰도가 추락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오너 형제간 다툼 끝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15개월 만에 박 회장이 경영 일선에 전격 복귀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최근 들어 악재가 계속 돌출 되고 있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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