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정치권은 황 전 총리가 2월에 개최될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에 나설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범보수 대권주사 선호도 조사에서 1위로 박근혜 정부와 불가분의 관계인 그가 나설 경우 당권 지형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황 전 총리의 등장으로 가장 긴장하는 쪽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황 전 총리보다 한 달 넘게 먼저 입당을 한 오 전 시장은 황 전 총리의 입당을 환영한다면서도 당권 출마 여부는 확실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황 전 총리가 입당과 동시에 당권 도전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당권 도전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오 전 시장은 향후 추이를 관망하겠다는 심산이다.

황 전 총리의 등장에 오 전 시장이 바짝 긴장하는 배경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범보수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라는 상징성과 태극기 세력이라는 분명한 지지층 그리고 친박계라는 확실한 우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오 전 시장은 비박계에 가깝고 친박계를 끌어안고 당권 도전에 나서야 하는데 황 전 총리의 등장으로 불가피하게 비박·친박 간 차기 대권의 전초전으로 흐를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게다가 김무성·김성태 등 비박계 인사들이 여전히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접하면서 오 전 시장의 경우 집토끼부터 단속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다. 오 전 시장의 당권 도전 걸림돌은 높은 인지도에 비해 당내 확실한 우군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황 전 총리도 비슷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묻지마식’ 충성을 보여온 친박계와 태극기 세력에 비해 ‘쓴소리’에 능한 비박계와는 지지하는 차원이 달라 더 고민스럽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이 전혀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바로 홍준표 전 대표의 출마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궤멸 수준의 한국당 대선후보로 나서 24%를 얻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홍카콜라’로 한  달만에 25만 명 고정독자수에 천만 누적 조회수를 달성하는 등 보수 진영 내 확실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 지지자들은 당권도전 여부를 묻는 조사에서는 황 전 총리에 대해서는 찬성률이 높은 반면 홍 전 대표는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황 전 총리의 등장으로 ‘보수의 품격’을 중시하는 60대 이상 보수층에서는 ‘막말정치’를 대표되는 홍 전 대표가 불리한 셈이다. 하지만 경쟁자인 오 전 시장 입장에서는 같은 비박계인 홍 전 대표와의 연대를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홍 전 대표가 출마를 하건 하지 않건 결국 홍 전 대표는 황 전 총리와 ‘각’을 세울 수밖에 없어 오 전 대표에게 ‘기회 요소’인 셈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차기 당권 구도를 2강 1중으로 보고 있다. 황교안, 오세훈 양강구도에 홍준표 전 대표가 나설 가능성을 상정한 경우다. 친박 황교안과 비박 오세훈 간 당권을 두고 세게 붙는다면 홍 전 대표는 차기 당권 경쟁구도에서 확실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오히려 이것을 당권에 도전할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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