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세계경제 어렵지만 국내 기업들 위기 적극 돌파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전기자동차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를 겪었던 경인년이 저물었다. 재계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재무구조개선 약정 이행을 위해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며 몸집을 줄이는 기업도 있었다. 때문에 재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짙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가 신묘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경제전문가들은 “2011년에는 유럽 재정위기 등에 따른 선진국 경기의 부진, 개도국 내수주도 성장의 한계 등으로 세계경제가 3~3.6%정도 낮아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증시전문가들은 전망보다는 상황을 설명한다.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증시를 섣불리 예측하기 보다는 불안정한 미래를 대비하자는 입장이었다. 한 증시전문가는 “경제통합으로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와 회복을 반복하는 동조화 현상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과감한 투자를 통한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특히 2011년은 새로운 10년의 시작인만큼 신흥 해외시장 개척, 기술 및 제품개발 등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마켓에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됐다. 주요대기업들은 이미 2010년 말 ‘미래’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예년처럼 자리의 사람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최고경영자(CEO)들의 전략경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틀을 바꾸고 있다. 재계는 2011년의 경영화두를 ‘미래·고급화·공격경영’으로 잡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을 통해 2011년 경제를 진단해 본다.

2011년 세계경제의 가장 긍정적인 요인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차 양적 완화 이후 각종 기대심리 지표들이 개선되면서 그동안 정부지출과 설비투자가 주도하던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점차 민간소비 부문으로 확산되어 가는 모습이다.

미국의 소비확대 추세가 지속될 경우 기업들이 그동안 누적되었던 수익을 바탕으로 투자와 고용을 늘리면서 경기의 선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어 가계부채 부담이 여전히 높아 소비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미국경기의 회복은 완만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경제 성장율 4%, 수출 성장률 10%

LG경제연구원도 유사한 전망을 내놓는다.

세계경제와 함께 국내경제도 하반기 들어 성장세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

2010년 초부터 경기선행지수의 상승세가 둔화된 가운데 경기 싸이클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도 2010년 7월 이후 하강추세로 돌아섰다. 세계 수요의 둔화와 수출단가하락 등으로 그동안 성장을 이끌어왔던 수출의 활력이 낮아지면서 투자와 생산 활동의 빠른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고용이 점차 회복되면서 소비의 활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회복 속도가 완만해 전체 성장을 주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2011년에는 성장률이 4% 내외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0년의 일시적 반등효과가 사라지면서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이 불가피하며 2011년 성장률이 2000년대 위기 이전까지의 평균 성장률(4.7%)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수준으로 복귀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수출가격도 약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2010년의 경우 수출단가 상승률이 12.1%에 달하면서 전체 수출금액을 늘리는데 크게 일조했다. 글로벌 공급부족이 빠르게 메워지지 못하면서 주요 수출품목들의 단가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의 설비확장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LCD 등 주력제품의 수출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향후 글로벌 공급확대와 수요둔화를 감안할 때 수출단가의 하락추세가 2011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2011년 우리 수출증가율은 10% 내외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전 자동차 수출증가율 둔화

품목별로는 가전, 자동차 등 내구재 수출 증가율이 2010년에 비해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라인업의 부재로 고전했던 정보통신기기 부문은 시장 확대와 경쟁력 회복으로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겠지만 피쳐폰 부문의 글로벌 시장축소 영향으로 전체 성장세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 중간소재 수출의 경우도 신흥국에서의 수요에 힘입어 선전하겠지만 증가율은 2010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빠른 경기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크게 개선되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정책금융공사에 따르면 2011년 국내 주요기업들은 115.7조 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2010년 114.7조 원에서 0.9% 증가에 그치는 수준이다. 유럽 재정위기와 함께 한반도의 지정학적위기 등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계획 수립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삼성제연구소는 성장전망을 내놓았다.

IT산업 및 자동차산업의 2010년 공급능력 조기 확충으로 투자 증가폭이 둔화되면서 전년대비 4.9%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부문도 마찬가지다. 건설투자는 공공부문 주도의 토목투자가 지속되고 위축되었던 건물 건설투자가 소폭 재개되면서 전년 대비 1.4%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는 2010년 경기 호황에 따른 수요급증으로 IT산업 중심으로 생산능력이 크게 확충됐다. 또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제조용 장비 및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의 수입이 전년 동기(1~6월 누계)대비 각각 363%, 85%증가했다. 이에 따라 2011년은 수요 증가에 맞춘 조심스런 행보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연구위원은 “급격하고도 무리한 재정긴축은 경제성장 둔화 속도를 가속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시는 ‘상저하고’ 전망… 20%이상 추가상승 가능

국내증시가 지난 12월말 2000선을 회복한 가운데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과 기업 실적 개선 및 외국인 매수세 등으로 2011년에는 20%이상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합인포맥스가 국내 주요 15개 증권사가 발표한 2011년 증시전망을 취합해 밝힌 결과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코스피 예상 평균 밴드는 1840~2455로 집계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코스피 예상 밴드 상단을 2800으로 가장 높게 제시했고 하나대투증권(2720), NH투자증권(2600) 순이었다. 이외에도 다수의 증권사가 내년 코스피 지수 상단을 2300~2400 수준으로 추정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260으로 가장 보수적인 전망치를 제시했다.

특히 주가 흐름과 관련해서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이 우세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약세 반전할 가능성이 있지만 하반기에 점차 회복되면서 고점을 경신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창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 우려 등으로 변동성 높은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하반기는 경기선행지수 회복과 견고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국내증시 레벨 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초 2000 안착 과정에서 펀드 환매의 증가와 높아진 차익실현 압력, 유럽 재정위기 불확실 재부상 가능성 등으로 일시적 조정을 보일 수 있지만, 글로벌 유동성과 경기 모멘텀, 안정적 기업이익이 결합돼 폭발적인 상승 흐름을 전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미국의 2차 양적완화 효과에 따라 상반기에 고점을 찍고 하반기에 약세를 보이는 ‘상고하저’ 장세를 점치기도 했다.


전문가등 ‘미국의 소비회복 기대’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연말 소비개선을 기점으로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가 글로벌 증시 상승의 촉매”라며 “내년 2분기 연간 고점을 찍고 주가이익비율(PER) 13.4배 수준인 2340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하반기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정상화되면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재부상해 3분기 연간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반기에는 상승 기조를 고려해 주식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지만 하반기에는 정책기조 변화 리스크와 변동성 확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일부 증권사들은 내년 국내증시가 강세장 속에서 본격적인 ‘리레이팅(재평가)’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긴축 우려 등 글로벌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현재 국내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됐다는 설명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물가 및 금리안정으로 요구수익률이 하락하면 PER 11.6배로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며 “코스피 지수는 2400까지 상승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증시의 상승세 지속과 저성장, 저물가 시대에 접어든 세계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고 국내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수급 변화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국내증시의 리레이팅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0년 주식시장은 PER 8~10배에서 등락을 보였다”며 “그러나 2011년 주식시장은 시가총액 증가와 영업이익 소폭 하락으로 PER가 높아지는 시장 환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대기업 경영전략 대세는 ‘미래·글로벌’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경인년 경영 키워드를 정하고 본격적인 ‘2011년 경영'을 시작했다. 10대 그룹의 경영화두는 ‘미래’와 ‘글로벌’이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업종, 다른 기업과 연계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해 종전의 점진적 성장을 뛰어넘는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도출하는 한 해로 삼겠다는 것.

삼성 이건희 회장은 삼성인상 시상식에 앞서 기자들과의 만난 자리에서 “(2011년에는) 새로운 10년의 시작인데 21세기의 10년은 굉장히 빠르게 온다. 우리 모두가 좀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설된 그룹 조직은 명칭 자체를 ‘미래전략실’로 정했다. 사장단 인사 때는 창업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을 승진과 동시에 경영 전면에 배치했다.

그룹 차원의 내년 경영 키워드로 ‘미래’(신수종 사업, 상생, 소통)를 잡았다. 지금까지는 반도체 등 기존 사업 위주의 수성 전략이었다면 2011년은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도 글로벌 판매 슬로건을 ‘모던 프리미엄(Modern Premium)’으로 정하고 경인년 경영을 시작했다. 내년 초 열릴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이 슬로건을 발표하고 고급 브랜드 이미지 심기에 주력하는 한 해로 삼겠다는 것이다. 올해 글로벌 ‘빅5' 입지를 굳힌 현대차그룹이 고급화를 통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는 셈이다.

현대차가 경영전략을 고급화에 초점을 맞춘 것은 외형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내실을 챙길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

LG그룹은 경영 키워드를 ‘글로벌 리더십 강화’와 ‘그린 공격 경영’으로 잡았다. 전기차나 2차전지처럼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품의 시장 지배력을 더 높이고 휴대전화를 비롯해 올해 어려움을 겪은 제품은 글로벌 리더 위상을 회복한다는 목표다.

포스코는 조만간 ‘비전 2020’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 중장기 비전은 2020년에 매출 20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내년이 첫발을 내딛는 해다. 올해 예상 매출이 33조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내년도 공격적인 인수ㆍ합병(M&A)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폐기물 연료화, 연료전지 사업, 합성천연가스 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키워 종합에너지 기업으로의 변신도 모색하고 있다.

[경제부]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