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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의원과 박영선 의원이 손을 굳게 잡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홍준철 편집위원]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를 맞이해 여권발 돌발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집권 3년차 증후군을 피해가질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쌓이고 있다. 비문에서 친문화한 4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탈원전정책 기조 수정 발언으로 당청관계가 삐그덕거리고 4선의 박영선 의원도 최근 친문 진영의 강한 반대로 입당이 무산된 손금주.이용호 의원에 대해 친문 순혈주의를 우려하는 글을 올렸다. 신친문으로 부상한 우상호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친문 주류에 맞서 비주류 중진들의 반란이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 친문 강경파 최재성, 이용호·손금주 ‘입당’ 불가… ‘구(舊)'정치
- 비주류 중진, “그동안 참고 참았다” 총선 전 ‘차별화’ 시동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월13일 무소속 손금주(전남 나주·화순) 의원의 복당과 이용호(전북 남원·임실·순창) 의원의 입당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의원과 이 의원이 당의 정강·정책과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두 인사 모두 지난 20대 총선과 대선, 그리고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하고 민주당 후보 낙선을 위해 활동한 전력을 들었다.

두 인사에 대한 입당이 허용될 경우 여의도 정가에서는 여권 발 정계개편에   신호탄을 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현역의원 한 명이 중요한 민주당 입장에서 입당을 받아들일 경우 두 석이 늘어난 131석이 되는 셈이었다. 또한 민주평화당 소속 김경진, 이용주 의원의 추가 탈당설도  불거져 최대 4석 까지 확보할 절호의 기회였다.

입당불허…정강·정책과 안맞아… 속내는 ‘괘씸죄’?

하지만 민주당은 두 인사의 입당을 거부했다. 그동안 한국정치사에 ‘철새 정치인’이 수없이 많았던 만큼 ‘현역의원의 입당 불허’는 이례적이다. 특히 이유로 든 것이정강·정책과 맞지 않아서라고 설명했지만 친문 강경파인 최재성 의원이 공개적으로 ‘입당 불가’를 주장한 것처럼 친문 주류 진영에서 반대한 점이 주된 원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4선의 친문 강경파인 최재성 의원(송파을)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며 입당 무산을 이끌었다. 최 의원은 “두 의원님의 입당 및 복당 신청은 매우 무겁고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면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면 구정치”라고 말했다. 친문 주류 진영에서는 지난 대선과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에서 보인 두 인사의 반문재인·반민주당 언행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비문 내지 중립에서 친문화한 박영선, 우상호 의원은 이용호·손금주 의원의 입·복당 불허 결정을 내린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했다. 당이 폐쇄적 ‘친문 순혈주의’를 고집하다간 세력 규합에 실패해 차기 총선, 대선에서 민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4선의 박 의원은 1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순혈주의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축적되면 때때로 발전을 저해할 때도 있다”며 “지금부터 민주당은 순혈주의를 고수해야 할 것인지, 개방과 포용을 해야 할 것인지 겸손하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박 의원은 “순혈주의는 역사적으로 보면 개방과 포용에 늘 무릎을 꿇었다. 로마가 천년 지속될 수 있었던 힘도 곧 개방과 포용, 그리고 공정이었다”고 했다. 사실상 이용호·손금주 두 의원에 대한 입당 무산은 전투(총선)에서 승리하고 전쟁(대선)에서 패할 수 있다는 우려로 장기집권 차원에서 수용했어야 한다는 불만을 토로한 셈이다.

앞서 14일에는 3선 우상호 의원이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우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정당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결집하고 있다. 오세훈, 황교안 두 사람을 받아들이고 반문연대를 주창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지만 부정적 평가도 만만치 않다. 이에 맞서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 의원은 “이용호, 손금주 의원의 입당을 불허한 근거가 순혈주의로 흐르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130석 미만의 의석수로 개혁입법 추진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도 우려스럽다”며 “반문 연대에 맞설 개혁 연대의 구상을 토론할 때가 되었다. 개혁에 동의하는 세력, 개별인사에게 당의 문호를 개방하고, 정의당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당 지도부 및 친문 주류의 결정에 반발하기도 했다.  

이해찬, ‘입당반대’, ‘양보없다’ 비주류 ‘반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권에 정통한 인사들은 친문 주류의 득세에, 친문화했지만 비주류로서 설움 받는 비문 중진들이 반기를 들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친문 순혈주의’에 대한 반기는 전주곡이고 향후 총선이 다가올수록 친문·비문 간 파열음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당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져 ‘총선 위기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진보개혁연대 등 외연 확장을 포기하고 ‘순혈주의’에 빠져 있을 경우 내년 총선 때 누가 민주당에 입당하려고 하겠느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지역구가 올해 4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범진보 개혁연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비주류 측에서는 ‘양보론’이 나오고 있는 반면 친문 주류진영에서는 “의석 한 석이 중요하다”며 ‘후보를 낸 진보후보 간 단일화’를 추진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갈등을 보이고 있다.

우상호 의원은 “당의 문호를 개방하고 정의당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며 4월에 재선거가 열리는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창원·성산)를 정의당에 양보하자고 제안했다. 대신 우 의원은 이군현 전 의원이 의원직 상실로 치러지는 경남 통영·고성에 여당이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후보 간 단일화’의 필요성에 무게를 둔 이해찬 대표의 발언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박영선·우상호 의원은 나름의 당내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중진급 의원이다. 친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비주류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집권 이후에 독주하던 친문계에 대한 비주류의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이들의 발언이 나온 시기가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 차로 진입한 시기라는 점도 주목한다. 무소속 의원 둘의 입당 문제에 이해찬 대표가 “인위적 이합집산은 없다”고 못박고 입당을 불허하자 바로 전직 원내대표 두 명(박영선·우상호)이 나서 친문 순혈주의 논쟁에 불을 지폈다.

역대 정부에서도 집권 3년차로 접어들면서 여권 내부에서 ‘주류 vs 비주류’의 갈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비문계 비주류로 분류되는 3선의 정성호(국회 기재위원장) 의원도 당 지도부가 협상 중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 의원은 1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의원정수를 360명까지 늘리자는 주장이 거세지만 지금 국회 현실을 보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며 “의원 250명 정도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문vs비문-당·청 파열음, ‘총선 임박 거세질 것’

이처럼 비주류 중진급 인사들의 연이은 당·청관계에 대한 도발에 친문 주류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집권 3년 차를 남북미 관계를 호전시켜 한반도에 종전선언과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개혁입법을 통해 국정운영을 힘차게 추동할 시기에 적극 지원해야 할 당내 중진급 인사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자기정치를 하고 있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친문 성향의 한 인사는 “그동안 참아왔던 비주류 중진 의원들이 문 정부 집권 3년 차에 들어서고 내년 총선에 맞춰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비주류 입장에서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당내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어서 ‘친문 VS 비문’의 갈등은 앞으로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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