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부는 사옥 이전 바람, 왜?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 위치한 센트로폴리스 빌딩 전경.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 위치한 센트로폴리스 빌딩 전경.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국내 주요 건설업체들의 사옥 이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불확실한 경기 전망에 임대료 등의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 또한 최근 해외건설 수주가 부진하고 국내 건설경기도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건설업이 침체됨에 따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기존 건물의 임대 계약 만료, 신사옥 완공, 조직 분위기 쇄신 등 복합적인 이유로 새 보금자리를 얻고 있다. 

기존 높은 임대료 부담…고정비용 줄이기 위한 목적
계약 만료·신사옥 완공·분위기 쇄신 등 ‘각양각색’

건설업체들이 새 터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0년여 동안 광화문을 지킨 금호산업은 이달 서울 광화문 새문안로 금호아시아나 본관 건물에서 나와 종로구 공평동에 있는 센트로폴리스 빌딩으로 사옥을 옮긴다.

아시아나항공, 금호건설, 아시아나IDT, 금호리조트, 아시아나세이버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은 지난 11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이전을 진행한다.

지난해 금호산업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그룹에 납부해온 수십억 규모의 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낮추기 위해 이주를 결정하고 본관 건물을 독일계 자산운용사인 도이치자산운용에 4180억 원에 매각했다. 금호산업은 센트로폴리스 빌딩의 6개 층을 임대해 사용할 예정이다.

센트로폴리스는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26에 위치하고 있다. 연면적 약 14만㎡ 지하 7층~지상 26층 규모의 2개 동으로 이루어진 대형 오피스 빌딩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센트로폴리스 A동 고층부를 사용하게 되며, 약 900명의 인원이 상주해 근무하게 된다. 기존 광화문 금호아시아나본관 2층에 위치했던 아시아나항공 중앙매표소는 오는 21일부터 마포구 마포대로 92에 위치한 효성 해링턴스퀘어로 옮겨 업무를 시작한다. 건물 관계자는 “이미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들이 해당 건물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재무 부담 줄이려 안간힘

대우건설도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금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새문안로 사옥을 떠나 오는 6월경 중구 을지로4가 ‘써밋타워’로 이주한다. 

대우건설은 그동안 도이치자산운용으로부터 사옥을 임차해 사용해 왔다. 써밋타워는 대우건설과 한호건설이 시행을 맡고 대우건설이 현재 시공 중으로 올 4월 준공한다. 지하 8층~지상 20층 규모의 2개 동 트윈 타워 구조다.

대우건설은 오피스 면적 일부의 임차를 10년간 책임지기로 한 상태다. 오는 4월 완공을 앞두고 도심권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높은 상황에서 마땅한 임차인을 찾기가 쉽지 않자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타워 1개 동은 KT AMC가 매수해 대우건설이 책임 임대차를 진행한 후 신사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1개 동은 BC카드가 매수할 예정이다.

대림산업은 플랜트사업부문의 이전을 결정하고 올해 종로구 D타워를 떠나 지방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말 사내망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대림산업의 플랜트사업은 최근 5년 넘게 1조 원이 넘는 적자가 누적돼 임대료 등 고정비 지출이라도 아껴보려는 취지다. 현재 인천 송도, 대전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에는 삼성물산이 2년간의 판교 생활을 접고 서울 강동구 상일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물산 측은 “판교 사옥 임차료보다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임차료가 더 저렴해 이전을 계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 건물의 임대비용은 두 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견건설사도 이전 바람

한화건설과 호반건설도 오피스 임차 계약기간 만료, 신사옥 완공 등을 이유로 이주를 선택했다. 한화건설은 지난 2014년 장교동 한화빌딩이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함에 따라 여의도 전경련회관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한화건설의 임대차 계약이 올해 말 끝나고 장교빌딩 리모델링 공사도 오는 11월께 마무리될 예정이어서 한화건설의 복귀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호반건설 신사옥 조감도. (사진-호반건설 홈페이지 캡처)
호반건설 신사옥 조감도. (사진-호반건설 홈페이지 캡처)

 

호반건설과 호반산업, 호반베르디움 등 계열사도 오는 3월말 강남구 역삼동 유니온센타와 랜드마크타워 빌딩을 떠나 서초구 우면동에 마련되는 신사옥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호반건설의 신사옥은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다. 지난해 호반(호반건설주택)과의 합병으로 연 매출 4조 원 규모로 회사 규모가 커진 호반건설은 신사옥 입주를 통해 조직을 다시 정비한 뒤 올 상반기 중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위한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니온센타 옆 랜드마크타워에 있는 호반건설산업(울트라건설), 복합쇼핑몰인 아브뉴프랑, 퍼시픽랜드, 호반앤호텔앤리조트(리솜리조트) 등의 계열사도 함께 옮길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임대기간 종료와 매각으로 더 저렴한 임대료를 갖춘 신사옥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비용 절감 측면도 있지만 새 건물에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롭게 출발 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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