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의 수장이 새로 바뀌면서 향후 지경부 내부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 전망이다.

관가에서 '최틀러'로 불리는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의 리더십이 향후 지경부 입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받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현 정부 초대 이윤호 전 장관이 비교적 '소리 없는' 조용한 생활을 보낸 반면, 현 최경환 장관은 정반대의 행보를 펼치며 지경부의 입지를 관가에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최 장관 스스로 거론하듯이 황소고집 같은 강한 업무 추진력이 한몫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R&D 지원체계를 개선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최 장관은 취임 후 줄곧 "R&D지원체계 확 뜯어고쳐 놓겠다", "R&D, 밑빠진독 버리고 새로운 독 마련하겠다"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지속적으로 쏟아냈다. 결국 실시간 통합연구비관리시스템(RCMS)을 개발, R&D 지원사업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여기에는 이슈를 선점하고 여론을 주도하려는 정치인 기질이 작용한 점도 최 장관이 관가에서 지경부 입지를 다지는데 영향을 미쳤다.

물론 최중경 내정자가 고집이나 뚝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 내정자는 현 정부 초기 기획재정부 제1차관 시절 우리 경제가 먹고 살 길의 유일한 해법으로 해외수출을 제시하며 고환율을 유도하는 외환정책을 고수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고환율을 해외 시장에서 한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고환율 정책을 밀어 붙인 최 내정자를 당시 '최틀러'로 비유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타부 출신'인 최 내정자의 고집이 지경부에서도 얼마나 통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최경환 장관과 최중경 내정자의 공통점은 둘 다 모두 '왕의 남자'는 아니지만 든든한 '라인'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최경환 장관의 경우 익히 알려진 대로 한나라당내 친박근혜계 핵심인물로 꼽히며 MB정부 내각에 입각했다. 최중경 내정자 역시 강만수 위원장이 가장 아끼는 후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최 내정자는 재정부 사무관 시절부터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한솥밥을 먹으며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강 위원장을 지목할 정도로 충성심을 보였다. 강만수 위원장이 기획재정부 장관 재직 시절에는 1차관으로 임명돼 '최강(최중경-강만수)라인을 구축하며 호흡을 맞췄다.

최 내정자가 고환율 정책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인한 서민경제 파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에도 주필리핀대사로 부임, 이후 10개월만에 다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승진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강 위원장의 '보살핌'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관가의 중론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최 내정자 역시 만만찮은 배경을 갖춘 셈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에 참여해 'MB노믹스(이명박 경제학)'로 불리는 경제정책을 설계하고, 현재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경제참모라는 점에서 그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는 없다는 평가다.

게다가 정치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내각에 입각할 만큼 대통령으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박영준 차관이 지경부에 몸을 담고 있어 지경부는 관가에서 손꼽히는 파워형 장차관을 갖추게 됐다.

이밖에 재정부에 오랫동안 근무한 최 내정자의 '친정' 인맥도 향후 예산 등을 둘러싼 재정부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일정 부분 해소해줄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장관이 정계로 돌아갈 경우 국회 기재위로 복귀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지경부가 지난해처럼 예산에 발목을 잡혀 주요 추진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부담은 덜 전망이다. 특히 최 장관은 지난해 8월 개각 당시 부내 주변 직원들에게 "국회로 돌아가면 지경부 예산만큼은 신경써주겠다"고 강조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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