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 박소연 대표, 200여 마리 안락사 지시 내부고발로 폭로돼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동물권단체 케어 직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들을 무분별하게 안락사시킨 박소연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동물권단체 케어 직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들을 무분별하게 안락사시킨 박소연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무분별한 입양 후 유기되는 동물들이 많아지면서 유기동물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국내 3대 동물권 단체 중 하나인 ‘케어(CARE)’의 박소연 대표가 유기동물을 상대로 자의적인 안락사를 벌인 사실이 내부 고발을 통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케어 측 “안락사 관련 가이드라인 명확히 존재하지 않아”
“구조상의 문제로 생긴 ‘암 덩어리’ 같은 사건”

 


동물권단체 케어(CARE)의 박소연 대표가 구조 동물 일부를 대상으로 명확한 기준 없이 안락사를 실시해 왔다는 사실은 지난 11일 내부 고발을 통해 세간에 드러났다.

케어에서 동물국장으로 일했던 A씨는 이날 뉴스타파 등의 언론을 통해 박 대표가 지난 2015년 초부터 지난해 9월까지 200여 마리의 구조된 동물을 안락사시켰다고 폭로했다. A씨에 따르면 안락사된 동물 중 상당수는 질병 등이 없는 건강한 상태였으며, 안락사는 보호소 공간 마련을 위한 개체수 조절을 목적으로 진행돼 왔다.

이에 관해 케어 관계자는 “(구조된 동물 중) 극심한 질병에 시달리는 개체를 병원에 데려갔을 때 수의사 판단에 따라 안락사하게 되는 경우는 있다”며 “소수의, 불가피한 안락사는 있을 수 있으나 (이번 사건은) 안락사 관련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안락사는 관리자 권한 또는 대표의 임의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지거나, 모든 절차에서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며 “사실 생명 하나하나가 소중하기 때문에 (안락사는) 진중한 작업이 돼야 한다. (하지만) 회의는 고사하고 박 대표는 ‘중간에 담당자가 바뀌며 가이드라인이 유실된 것 같다’는 변명을 했다”고 비판했다.

케어는 2002년 설립돼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동물권 단체로 학대나 유기 상황에 놓인 동물을 구조 및 보호하고, 치료와 입양을 도맡고 있다. 이들은 250여 마리의 유기견을 구조한 ‘남양주 개농장’ 사건 등 굵직한 동물 구조 활동을 펼치며 이름을 알렸다. 또 지난 2011년부터는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해 왔기에 이번 사태로 인해 더 큰 공분을 샀다.

이 일이 알려진 이후 케어 내부에서는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 연대’가 꾸려져 박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케어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사내 분위기는 대표와 측근인 사내 변호사 한 명을 제외하고는 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며 “박 대표 사퇴 촉구와 함께 관련 책임자들은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른 동물보호단체들도 박 대표를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등 동물보호단체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박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횡령, 동물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소한다고 발표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박 대표의 사기 혐의에 대해 “대외적으로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하면서 안락사를 한 것은 후원자들을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락사’ 이어
‘암매장’까지…

 

내부고발자 A씨는 박 대표가 안락사 이후 암매장 지시까지 내렸다고 전했다. A씨는 “2010년 1월에도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 보호소는 개체수가 너무 많아져 예외 없이 안락사가 있었다”며 “박 대표는 안락사한 동물들을 그냥 보호소 뒤편에 쌓아 놓으라고 지시했고 사체를 모아놓은 데서 물이 흐르고 냄새가 나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밖에도 박 대표의 지난 과오가 줄지어 밝혀지며 논란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비글네트워크는 박 대표는 지난 2017년 후원금 중 3300만 원을 변호사 수임료로 사용했다. 케어의 후원금은 ‘동물구조 활동’이라는 특정 목적으로 모금됐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 사용한 경우 횡령으로 간주할 수 있다. 

또한 법에 적시된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 수백 마리를 안락사해 온 것은 동물보호법 위반에 속한다.

비글네트워크는 “현재 박 대표가 ‘단체 명의가 아닌 자신의 명의로 동물보호소 부지를 매입했다’는 등 추가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부동산법 위반과 같은 법리적 검토를 마치고 이 부분도 고발 여부를 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08년 허위 구조 보고로 보조금을 수령해 사기죄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도 있다. 지난 16일 법원과 경기 남양주·구리시 등에 따르면 박 대표는 지난 2005년 4월과 2006년 3월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로 재직할 당시 경기 구리시, 남양주시와 각각 유기동물 위탁관리계약을 맺고 매달 동물 보호 마리수 당 10만~11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지자체가 이를 서류상으로만 확인한다는 점을 악용, 허위 구조 이력을 적는 방식으로 1700여만 원의 보조금을 부당 취득했다가 적발돼 지자체에 의해 고발됐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06년 2월부터 5월까지 경기도 구리시에서 허위 실적으로 53차례에 걸쳐 530만 원을, 같은 기간 남양주시로부터는 110차례에 걸쳐 1210만 원의 보조금을 편취했다. 이후 박 대표는 사기 혐의로 벌금 200만 원 형을 선고받았다.

 

근본적 해결책,
제도 개선에 있어

 

한편 이번 사태가 단순히 한 개인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닌 구조 변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동물구조 관련 일들이 국가 제도권이 아닌 민간에 일임돼 야기된 문제라는 것이다. 

케어 관계자는 “동물구조, 보호, 치료, 입양 등 모든 절차를 민간에서 담당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동물 구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입양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아니다. (이번 일은) 이 구조 가운데 생겨난 암 덩어리 같은 사건”이라며 “한 명을 악마화하는 보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차후에 변화가 있기 위해선 구조에 대한 지적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보호소를 제도권에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정부 차원에서도 점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5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에 의하면 반려동물 보호 전담부서인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은 연구용역을 통해 전국 사실 유실·유기동물보호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전국적으로 보호소가 몇 곳이 있는지, 이들의 동물 관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한다는 목적이다.

앞으로 케어의 거취에 관해 관계자는 “보호소를 방문하고 회계 관련 자료를 보며 내부 문제가 없었는지, 미비했던 부분은 무엇인지 돌아보며 확인하고 있다”며 “보호소 개체 수, 물자, 재고 파악과 보호 동물 건강 상태 확인 등을 사무국 차원에서 다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면서 “현재 예전 다른 사건들까지 더해지며 허위사실까지 기사화되고 있다. 기자회견 방식이나 대담 등을 통해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오늘부로 급여를 받지 않기로 케어의 회계팀에 전달했다”며 “직위에 연연하지 않고 케어를 정상화시키고자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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