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미 정상회담 목표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있지 않고 대북 제재 해제와 ‘한반도의 북해화’에 있음이 확실해져 간다. 김과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4월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반도의 비핵화’는 ‘한반도의 북핵화’로 가고 있다.

지난해 8월 북한 ‘로동신문’은 남한이 미국의 ‘대북 제재 놀음에 매달린다면 남북관계의 진정한 진전은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신문은 지난 3일에도 남한이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말라’며 똑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 눈치 보며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는다면 김과의 정상회담 등 관계개선도 더 이상 기대 말라는 협박이었다. 친북적인 문 대통령을 반미로 끌어내 주한미군을 철수 시키려는 통일전선 전략이기도 하다.

김은 신년사에서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했다. 그러나 김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국과 미국이 바라는 북핵의 비핵화가 아니다. 주한미군의 비핵화를 동시 진행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계략이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는 김의 할아버지·아버지도 입에 달고 살았던 거짓말이다. 그 밖에도 김은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얼핏 듣기엔 비핵화 의지를 담은 것으로 착각케 한다. 그러나 그는 이미 만든 핵무기 폐기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치 않았다. 이미 제조해 놓은 핵무기 20~60개는 폐기 않고 보유한다는 핵보유국 선언이었다.

김은 이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대북 제재를 먼저 풀지 않으면 다시 핵 증산체제로 나서겠다는 엄포였다. 제재를 먼저 풀라는 김의 엄포는 먼저 받아 챙기고는 후엔 폐기 약속을 어겼던 지난 25년의 속임수를 되풀이하는 데 불과하다.

김은 핵·미사일을 미국이나 한국의 돈과 바꿀 사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철도·도로를 보수해주고 개성공단을 재가동해 준다 해도, 남·북·미 정상회담을 골백번 한다 해도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미국이 평양을 맨해튼으로 만들어 준다고 해도 핵을 없앨 리 없다. 김이 남·북·미 정상회담을 먼저 제의한 것도 핵 폐기에 있지 않았다. 정상회담을 끌어내 핵 동결 대가로 대북제재를 풀고 핵 보유국가로 굳혀가기 위한 데 있었다. 김이 대북 제재 해제와 경제지원 대가로 핵을 포기할 사람이라면, 애당초 핵을 개발하지 않았다.

김의 목적이 대북제재 해제와 핵보유국 지위 유지에 있음이 분명한데도 문재인과 트럼프는 김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고 되풀이한다. 문 대통령은 햇볕정책 승계자 자리를 지키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확증 편향‘에 빠져 대북 유화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북핵 제거보다는 김정은 요구대로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미국의 대북 제재를 벗어나게 할 방도나 찾는다.

트럼프는 외교 치적과 노벨평화상 욕심에 갇혀 북의 핵 보유엔 관심이 없다. 그는 북한과 핵전쟁을 막았고 북한이 13개월간 핵·미사일 실험을 중지했다며 외교 업적 선전에만 급급한다. 그러는 사이 북한의 핵 보유는 기정사실로 굳어져 간다. 남한 주민들은 남북 두 정상이 합작하는 민족 화해·평화·공동번영 연출에 취해 북핵 공포와 경각심을 잊어 간다. 결국 한반도는 문재인·트럼프 두 사람이 김정은에게 속아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완전한 북핵화’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의 6·25 기습남침 이후 최악의 안보 위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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