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금호 어울림아파트는 폭풍전야


금호건설(회장 기옥)이 야심차게 지은 인천광역시 서구 금호어울림 아파트가 입주 시작부터 말썽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첫 입주가 시작됐지만 입주예정자대표회(회장 박준일·이하 대표회)가 총제적인 문제가 있다며 입주를 늦추고 있다. 법정공방까지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폭풍도 예상된다. 대표회는 “금호건설의 워크아웃으로 인한 브랜드 가치 하락과 전매 불가, 자금난으로 인한 부실공사, 경전철 위치 관련 사기분양으로 피해가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호건설측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며 “자신만만하다면 고발을 하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고 강경입장을 취했다. 때문에 양측의 대결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건설업계도 이번 양측의 대립은 아파트 가격이 분양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라며 일부 입주자들의 ‘본전 찾기 시도’와는 다른 양상을 띤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요서울]이 양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금호건설과 대표회의 대립각은 5차 중도금 대출로부터 시작됐다.

금호건설은 전체 금액의 60%를 차지하는 중도금을 2년 동안 6차례에 걸쳐 내도록 했고, 집단담보대출을 위한 연대 보증을 섰다. 하지만 워크아웃에 처하면서 4차 때까지 거래했던 신한은행이 거부의사를 밝혔고 중도금 대출은 제2금융권으로 넘어갔다. 건설사 알선 대출이 개인 신용 대출로 바뀌면서 개개인이 연대 보증인을 구할 상황에 처했다.

이에 대표회는 “금호건설이 강요한 은행은 신협이었는데 은퇴자나 자영업자 혹은 신용이 낮은 계약자들은 대출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금호건설 측이 신용대출을 했던 5,6차 중도금 대출의 이자를 부담해 준다고 했지만 대표회는 “완전한 보상도 아닐뿐더러 브랜드 가치 저하로 인한 아파트 가격 동반하락은 이미 벌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2009년 10월 벌어진 중도금 건은 금호건설에 대한 고발의 첫 신호탄에 불과했다.


부실공사·사기분양 진실 공방

‘어울림 아파트’는 2007년 11월 28일 시공을 시작해 지난해 12월 3일 끝마쳤다. 계약자 측을 위한 사전점검은 지난해 10월 29일 실시 됐다. 대표회는 당시 상황을 격하게 비난했는데 ‘심각한 부실공사, 엉망진창 마무리, 계약과 다른 싸구려 내부자재’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다음달인 11월 21일 진행한 2차 사전점검 역시 별 차이 없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표회는 “마감재 임의 변경은 현재조사 중이며 하자 사진은 사전점검 때 찍어 놓았다”며 “해당사항을 서구청에 민원으로 제출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금호건설측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관계자는 “그 증거는 본 적도 없으며 근거 역시 제시 하지 못할 것”이라 주장했다. 2007년 말 공개했던 모델 하우스에 기초해 지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쟁점인 경전철 위치 건은 금호건설 측도 결과적으로는 안타깝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금호건설 측이 정말 몰랐었느냐 아니면 알고도 은폐했느냐에 있다.


경전철 노선 싸고도 갈등

금호어울림아파트는 16개동 934세대가 입주할 예정으로 이중 104,·105,·106,·107,·108, 204동(390세대) 뒤쪽으로는 경전철 공사가 한창이다. 이들 건물과 경전철이 지나갈 철로의 거리는 불과 20m로 이들 가구들은 소음, 진동, 조망권 침해에 노출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금호건설측은 “도시철도개발이 시행하고 포스코가 시공하는 경천철이 어울림 아파트 바로 옆으로 지나간다는 것은 시공에 착수한 2007년 11월 28일로부터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됐다”며 알게 된 시기는 2008년 말이나 2009년 말 정도로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표회는 금호건설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맞받아쳤다. 대표회 회장 박준일씨는 “분양 당시 분명 철로와의 거리는 50~100 m 정도라 홍보했다. 이 사실은 계약자 대부분이 들었다. 금호건설은 20~30m 거리라 하면 다들 꺼릴 것이 분명해 감춘 것이 틀림없다”고 비난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12월 28일 만났던 송영길 인천 시장과 도시철도개발본부장과의 증언을 토대로 추가 사실을 밝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7년 당시 도시철도개발이 인천 서구 오류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에서 이미 그 자리에 경전철이 지나간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도면이나 설계도는 분양 훨씬 이전에 나올 텐데 조사 중에 그 중요한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면서 “초기 공개했던 카탈로그에 이미 철로가 지나갈 자리가 그려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금호건설은 “분양 당시 경전철 역(어울림 아파트 204동 앞에 오류역 예정)이 가까이 생긴다는 것은 큰 호재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서 계약을 맺었을 것”이라며 “결과를 무조건 우리 측의 잘못으로 모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금호건설은 철로 옆에 위치한 7개 동에 한해서는 보상을 해줄 것이냐는 물음에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더불어 금호건설측은 대표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숨기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이 좋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것. 특히 요구하는 보상이 ‘분양가 할인, 중도금 이자 대납, 전체 30%의 잔금 2년 연기’라는 점을 들어 대표회의 의도를 폄하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주도한 사람들은 상황이 불리해지면 일만 벌려 놓고 뒤로 빠질 것이다. 입주예정자들 80%가 자기편이라 하는데 100~150명에 불과하며 입주율이 상승할 2월~3월에는 다른 입주자들도 이들 대표회 측을 아파트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세력으로 볼 것”이라 자신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금호건설측은 7~8%의 저조한 입주율이 곧 오르기를 바라겠지만 어렵사리 집이 팔려 분양금을 구하더라도 입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입주예정자들은 계약금10%, 중도금60%, 잔금30%를 거쳐 분양가를 모두 지불하게 된다. 잔금은 마지막으로 내는 금액으로 지불하는 순간 계약관계는 종료가 된다. 때문에 대표회는 잔금을 지불하지 않은 후 입주 포기를 해 은행이 시공사로 하여금 변제 요청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번 아파트 입주 갈등은 진행되는 추세에 따라 한 쪽의 큰 피해를 예고하고 있다. 금호건설측은 “계약 이외의 것을 요구하고 있고 소송으로 협박했다. 고발할 거리를 찾을 수나 있을 지 의문이다”라는 말로 대표회를 비난했고 대표회 측은 “계약자들을 기만한 것도 모자라 현실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금호건설은 후회할 것”이라 받아치고 있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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