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지은, 삼성 이부진 급식 시장 1위 다툼 뜨겁다

아워홈이 운영하는 '밥이답이다' 매장(위)CJ 푸드빌이 운영하는 '비비고' 매장

한식세계화 열풍이 뜨거워지면서 대기업들의 외식 산업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범 LG가의 아워홈(회장 구자학)과 삼성에버랜드(사장 이부진), 범삼성가인 CJ의 3파전이 대단하다. 이 가운데서도 아워홈과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오너의 딸들인 구지은 전무와 이부진 사장의 각축으로 관심이 모아진다. 알고 보면 이 두 사람은 고종사촌지간이어서 더욱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CJ나 SK, 대상도 한몫 거들고 있어 앞으로의 상황은 알 수 없다. 외식사업에 먼저 발을 들인 건 LG아워홈의 구지은 전무다. 구 전무는 지난 2000년 아워홈이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뒤 단체급식 위주로 짜여 있던 회사 구조를 외식 분야로 확대하면서 외형을 키웠다. 이 여세를 몰아 지난해 12월 17일 전무로 승진했다. 구 전무 보다 15일 빠르게 사장직에 오른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은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급식 식자재 업계에서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빕스, 차이나 팩토리, 씨푸드 오션 등을 운영하는 CJ푸드빌도 지난해 5월 한식당 ‘비비고’를 시작하면서 또 다른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이로써 한식업계는 대기업 참여로 불꽃이 튀고 있다.

최근 한식의 세계화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멋·맛·미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됐던 G20 정상회의를 통해 한식의 세계화 열풍은 더욱 구체화됐다.

2008년 10월 정부에 의해 ‘한식 세계화’가 선포된 이후 2009년에는 한식세계화추진단이 발족했고, 지난해 3월엔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초대 이사장을 맡은 한식재단이 출범했다. 뚜렷한 ‘알맹이’가 없었던 한식 세계화의 실현 가능성이 가시화되었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민간 부문에서 시작된 한식의 세계화는 ‘정부 지원’이라는 실질적인 동력을 기반으로 제대로 시동이 걸렸다는 평가다.

지자체들도 막걸리, 비빔밥 페스티벌·음식 축제와 대한민국 음식 엑스포 등을 열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고유의 자연식, 웰빙 음식을 선보였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2008년 이후로 생겨난 음식 축제들은 그 구상에서부터 외국 관광객의 유치가 중요한 사안이 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도 지난해 직접 뉴욕을 찾아가 대표 한식 메뉴들을 뉴요커들에게 선보여 우리 고유의 맛을 전달했다.

이처럼 한식세계화는 더욱 힘이 실렸고 직접적인 경제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2008년 기준 세계 시장규모는 IT가 0.8조 달러, 자동차가 1.7조 달러인데 비해 식품은 4.4조 달러를 기록해 한식의 세계화가 이뤄질 경우 그 경제적 효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커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한 그 나라에 가지 않더라도 그 곳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정서적인 파급력 뿐 아니라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산업이 곧 음식 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이를 외면할 리 없다. 한식세계화 열풍에 대기업 참여도가 늘어나는가 하면 대기업 오너들의 자녀들이 직접 사업에 뛰어드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각축전 또한 대단하다.

그 중에서도 범 LG가의 아워홈과 삼성가의 밥상 쟁탈전이 뜨겁다. 아워홈은 구본무 회장의 삼촌인 구자학씨가 운영하는 회사지만 외식사업을 담당하는 것은 그의 딸인 구지은 전무다.

모친은 이숙희씨로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둘째 딸이자 이건희 회장의 누나다.

이에 맞서는 삼성가의 지휘자는 그의 고종사촌인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사장. 업계에서는 사업 수완이 정평이 나 있을 정도로 기세가 당당한 이 사장이다. 나이는 구 전무가 3살 위다. 이들의 격전장은 급식·식자재 사업이다.


아워홈 vs 삼성에버랜드 ‘사촌 전쟁 중’

현재 국내 단체 급식시장은 아워홈(1위)과 삼성에버랜드(2위)가 주도하고 있다. 특히 아워홈은 1984년부터 LG그룹을 대상으로 식자재를 공급하면서 덩치를 키워왔다. 이후 세계 잼버리 대회, 대전엑스포의 경험을 바탕으로 식자재 유통 공급에 관한 사업은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돌파 하는 것의 밑바탕에는 승승장구 해온 급식사업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후 아워홈은 사보텐, 버거헌터 등의 외식 브랜드를 론칭해 외식업계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또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캐주얼다이닝 외에도 고급 레스토랑을 여럿 시작하기도 했는데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에는 아워홈이 운영하는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이런 과감한 프리미엄 레스토랑 사업 진행에는 구 전무가 있었다. 특히 최근 한식당 ‘손수헌’을 오픈 할 때는 직접 참석해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기도 했다.

구 전무는 구매물류사업부장을 맡을 당시 식자재 업계 최초로 ‘공급망관리시스템’을 들여와 외식사업부의 체계적인 발전을 모색했다. 또 국내 도입 후 7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사보텐을 1년 만에 점포 모두 흑자로 전환시킨 능력은 아워홈 내에서도 칭찬이 자자하다.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삼성에버랜드도 만만치 않다. 식자재 급식 사업에서 아워홈을 바짝 뒤쫓고 있는 중이다. 이 사장이 이끄는 삼성에버랜드푸드컬처 사업부는 삼성가의 단체 급식과 식자재 유통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범위 또한 전국적이다.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의 삼성 사원식당을 비롯해 수원 기흥과 화성, 아산 탕정, 구미까지 전담하고 있다. 해당되는 사원의 수만도 18만 명에 달한다.

거대한 삼성가를 발판으로 삼아 삼성에버랜드는 식음료 사업으로만 7440억 원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1위 업체인 아워홈과의 격차가 많이 좁혀진 셈이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의 사장직과 삼성물산 상사부분 고문도 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 중 호텔신라는 서울 종로타워 33층의 탑 클라우드를 비롯해 서초동 예술의 전당 등에 고급 레스토랑 사업을 추진해 구 전무와의 외식업계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아워홈 vs CJ푸드빌 경쟁 구도 심화

한편 아워홈은 또 다른 경쟁사인 CJ푸드빌과도 경쟁 구도를 이루고 있다. 두 기업은 최근 출시한 제품을 통해 1차전을 치른 바 있다.

지난해 12월 범LG가의 아워홈이 ‘밥이답이다’를 선보여 출시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동네 분식점 같은 친근한 이미지가 특징이다.

하지만 경쟁사인 CJ푸드빌의 ‘비비고’를 연상시켜 논란의 중심에 서고 말았다. ‘비비고’는 호텔을 연상시키는 고급스런 분위기를 제외하고 대부분 흡사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밥이답이다’의 메뉴, 디자인, 가격대가 비비고와 비슷하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아워홈 측은 “‘밥이답이다’는 2년 전부터 구상해온 브랜드로서 ‘비비고’를 모방하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밥이답이다’의 경쟁대상은 ‘비비고’가 아닌 기존에 존재하는 패스트 푸드점이라는 것이다. 한식 또한 햄버거처럼 신속하게 나올 수 있으며 영양가 또한 더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밥이답이다’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밥이답이다’는 비비고보다 다양한 메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비비고’를 만든 CJ푸드빌 관계자들은 “비비고가 해외 시장에서 우선으로 매장을 늘리고 마케팅을 펼칠 때 국내 시장을 잠식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라이벌인 듯 비교하기엔 ‘밥이 답이다’가 아직 좀 모자라지 않냐”주장하기도 했다. 더불어 “지금은 해외 출점에 좀 더 주력하고 있지만 언제든 국내에 힘 쏟을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양측에 경쟁구도에 대해서도 CJ푸드빌 관계자는 “CJ푸드빌과 아워홈 계열 대표 음식점들은 먼저 가격대가 달라 1차적 경쟁 대상으로 볼 수 없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한식 브랜드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이슈가 만들어 지진 않았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물론 아워홈 역시 다수의 고급 레스토랑을 보유하고 있지만 프랜차이즈화가 돼 있지 않아 그 인지도가 덜하다는 것.

한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도 지난해 11월1일 업계 최초로 한식 세계화를 위한 R&D 센터를 오픈, 한식 세계화에 뛰어들 채비다. 사실 워커힐 호텔의 한식 세계화를 위한 노력은 오래 전에 시작됐다. 한식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남달랐던 SK그룹 고 최종현 회장의 지시를 받아 업계 최초로 1989년 호텔 내 김치 연구실을 개설했다. 또 특1급 호텔 중 유일하게 ‘온달’과 ‘명월관’ 2개의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상FNF의 김치 브랜드 ‘종갓집’도 한식의 세계화를 목표로 일찌감치 해외시장을 공략했다 대상의 일본에서의 성과는 독보적이다. 일본시장에서의 종갓집 김치 소비자는 90% 이상이 일본 현지인이다. 이는 한국김치의 맛을 살리되, 일본인의 식문화를 고려해 오징어, 표고버섯 등을 첨가한 김치를 출시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한 결과다.

최근에는 인사동에 한식문화 체험공간인 ‘김치월드’를 오픈,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김치와 한식의 매력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전문가들도 한식열풍이 대기업의 참여로 인해 더욱 커졌다고 자평한다. 그만큼 직접적인 경제효과도 크다는 것이다. 이에 외식업계들이 한식 열풍을 더 뜨겁게 하기 위한 방법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독자적인 정통성의 메뉴 개발이 관건이라는 주장을 비롯해 정부를 거치는 대대적인 시장조사 및 식재료 물류 지원이 우선이라는 의견, 입지 선정과 현지 인력 채용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을 내놓는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베일에 가려진 LG가 구지은 누구?

재계에서 가부장적인 기업문화가 확고한 곳이 LG그룹이다. 현재도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구광모 씨의 경영수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광모 씨의 경우 구본무 회장의 양자다. 그 정도로 LG가에서 여성들의 활약은 미약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구자학 회장이 운영하는 아워홈에 여성이 나타났다. 그의 딸인 구지은 전무가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구 전무의 모친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씨(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녀)다. LG가를 친가로, 삼성가를 외가로 둔 재계 인맥의 최정점의 인물인 셈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18일 글로벌유통사업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 됐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구 전무는 삼성인력개발원과 왓슨 와이트 코리아 수석컨설턴트를 거쳐 2004년부터 아워홈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회사 측은 구 전무가 매출 1조 원 달성에 지대한 공헌을 해 이번에 전무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구 전무는 아직까지 공개된 사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베일에 싸여 있다.

실제로 구 전무는 지난 2000년 아워홈이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뒤 단체급식 위주로 추진돼 온 회사 구조를 외식분야로 확대, 외형을 키우는데 역할을 했다.

이에 현재 아워홈은 이끼이끼, 싱카이 등의 50여 프리미엄급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신주쿠 돈가스 전문점인 사보텐 등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밥이 답이다(babidabida)'란 한식 퀵서비스 레스토랑 오픈을 진두지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문을 연 아모리스웨딩홀은 구 전무가 ‘내가 결혼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만들라’는 지시로 최고급 사양의 기자재와 인테리어를 설치했을 정도로 사업에 열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구 전무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도 직접 시식을 하고 세부적인 사항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범 LG가의 새로운 홍일점인 그의 행보에 업계는 물론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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