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시험대 오른 어윤대호의 향방


KB금융 어윤대 회장의 KB자산운용 사랑 전선에 이상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임과 동시에 자산운용 부문의 역량을 키우겠다는 호언장담을 하고 실제 2개월 뒤인 9월 경제지 선정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7일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라는 문책을 받았다. 이에 기업이미지 추락은 물론 향후 3년간 금융투자회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는 불이익을 받게 됐다. 더욱이 국민은행 내 KB운용펀드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KB금융과 미래에셋간 균열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미래에셋의 도움으로 성장했다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돌파구 마련이 어 회장의 또 다른 경영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어 회장이 취임 이후 내부결속력을 다졌다는 평이 많지만 어 회장 취임 이전 공백이 많았던 KB금융으로선 이번 금감원의 문책도 껄끄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이 공모 및 사모 부동산펀드를 부적절하게 운용하고 투자설명서에 위험요소를 기재하지 않은 혐의로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7일 KB자산운용은 지난 2005년부터 2006년까지 2년여간 설정된 3개 공ㆍ사모 부동산펀드를 운용하며 사업성을 부실하게 분석하고 사업비를 부당하게 지급했으며 사후관리도 부실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복합쇼핑몰 사업에 투자한 KB운용의 A부동산펀드는 집창촌 정비 여부가 사업 성패의 핵심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자체가 집창촌을 정비하기로 확정 발표했다는 사업자의 주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투자했다.

또한 펀드 자금이 예상 사업비용보다 부족해 분양이 부진할 경우 사업을 끝낼 수 없는 구조인데도 분양률과 관계없이 사업이 끝났다는 전제 아래 수익을 산정하는 등 사업성 여부를 분석하지 않고 투자했다.

KB운용의 ‘제O호 부동산펀드'는 사업자가 펀드 설정 전부터 이미 신용불량 법인으로 지정됐음에도 사업자에 대한 신용분석을 소홀히 해 사업자가 부담키로 한 사업인허가 비용을 펀드에서 지급했다.

사업자 대표이사의 친척 등 사업과 무관한 이들에게 민원보상비 등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는 등 펀드 자금을 부당지급 하기도 했다.

이에 금감원은 KB운용에 대해 기관경고, 임원에 대해 주의적 경고, 직원 2명에 대해서는 감봉조치, 1명에 대해서는 정직조치를 각각 내렸다. KB운용도 이번 문책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자산운용 사랑 ‘빨간불’

KB금융 측은 다소 억울함이 있는 듯하지만 금감원의 의견을 존중했다.

이번 문책이 어 회장 이전의 일이었고, 취임 이후에는 자산운용 부문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불태운 곳이기에 여운이 많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지적이 주목받기도 한다.

KB금융은 지난해 내부 직원 평가시스템에 KB펀드 판매 실적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고, 계열사 펀드에 대한 밀어주기 경향이 어 회장 취임 이후 더욱 견고해졌었다.

일각에선 KB운용이 잘 나가는 것이 수익률이 좋은 것도 있지만 어 회장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KB운용 관계자 역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익률과 수탁고 순증 부문에서 꾸준히 2~3 위권을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월간 기준으로 순증 1위를 한 건 처음”이라며 어 회장 이후의 승전보가 견고해졌음을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인해 어 회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또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민은행 내 KB운용 펀드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KB금융과 미래에셋 간 균열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은행이 미래에셋 펀드의 최대 판매 창구 역할을 하면서 많은 수수료를 거뒀고, 미래에셋도 펀드명 끝에 KB를 뜻하는 ‘K'를 붙인 펀드를 국민은행에 단독 제공할 정도로 공을 들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금융권에서 이번 조치는 두 기업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어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로 사이가 원만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갈등이 심화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KB운용의 관계자는 “미래에셋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견해다. 절대 그런 일 없다”고 일축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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