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와 그의 아내 B씨 10년 동안 함께 살아온 부부 사이이다. 그런데 A씨의 숱한 폭력행사로 인해 B씨는 이혼을 원하였는데 A씨가 이혼에는 응해주지 않았다. B씨는 소송을 통해 이혼을 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창피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받을 상처도 걱정되어 A씨에게 “모든 재산을 포기할 테니 제발 이혼해 달라”고 요구하여 결국 재산분할 포기각서를 작성하고 합의이혼에 이르렀다. 그런데 막상 이혼을 해보니 B씨는 생계가 걱정되어 나중에라도 재산분할 및 위자료를 요구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혼인관계에 있는 상태에서 부부가 주고받은 각서는 나중에 이혼 시 효력이 있을까? 흔히 바람 난 배우자 혹은 도박에 빠진 배우자에게 다시 같은 일을 할 경우 재산 전체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는 부부 사이의 계약은 혼인 중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었는데(민법 828조), 2012. 2.10. 위 조항이 삭제되었다. 그렇다고 부부간에 작성된 각서나 약정서 등이 모두 다 유효하다는 뜻은 아니다.

보통 이혼 과정에서 한쪽 배우자가 ‘재산을 포기하겠다'고 하는 사례의 상당수는 불륜 등으로 인해 약점을 잡혔거나 아니면 지속적 폭력을 견디지 못해 억지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부가 재산분할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협의하지 않았다면, 비록 어느 일방이 각서를 썼더라도 이를 재산분할을 포기했다고 섣불리 보게 될 경우 실질적으로 형평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대법원도 “협의 또는 심판에 따라 구체화되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을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한다.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한 경우,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분배하려는 의도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할 뿐이므로 쉽사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라고 보아서는 아니 된다”라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6. 1. 25. 자 2015스451 결정). 즉 부부가 각서를 쓸 때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재산 분할 문제를 상의했어야만 재산포기각서가 법률상 효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B씨가 재산포기각서를 쓰고 협의이혼을 했더라도 다시 소송을 통해 따져볼 수 있다. 다만 재산분할청구는 이혼한 날로부터 2년 내에 해야 한다(민법 839조의 2 3항). 이는 제척기간이다. 한편 위자료 청구도 가능한데 그 이유는 혼인파탄의 실질적인 원인이 A씨의 폭력 때문이므로 B씨는 이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위자료청구는 민사상 손해배상의 일종이므로 3년 안에 행사해야만 한다(민법 766조 1항). 이는 제척기간이 아니라 소멸시효이므로 시효중단이 가능하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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