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부회장 효과 분석

최근 LG그룹 계열사 간 협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 사령탑에 오른 이후부터다. 오너경영의 효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경쟁사인 삼성과 비교해봐도, 그간 LG의 내부협력은 다소 느슨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올해 각사의 주력으로 각각 FPR(필름패턴 편광안경식) 3D TV와 3D 패널을 내세우고 있다.

편광안경식은 패널에 유리필터를 부착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업계에서는 통용됐다. 이 과정에서 고가의 유리필터는 대중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양산체제가 용이한 셔터안경식에 패권을 내준 이유다.

이에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은 새로운 개념의 편광안경식으로 시장재편을 자신하고 있다. 유리필터 대신 LG화학이 개발한 필름을 부착한 3D 패널을 LG디스플레이가 개발했고, LG전자가 이를 적용한 시네마 3D TV를 내놓은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함께 뛰어든 셈이다. 특히 실적반등이 절실한 LG전자는 한지붕 아래 있는 계열사들의 도움이 간절하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연말에 가면 FPR의 점유율이 70%를 넘을 것"이라며 "구본준 부회장 역시 그 시장성에 크게 공감했다"고 말했다.

또 LG하우시스가 맡았던 멤브레인(수처리 막) 사업은 구 부회장이 온 이후 LG전자 HA사업본부로 넘어갔다. 그룹내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란 게 LG전자와 LG하우시스의 설명이다.

이영하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은 "최근 관련인원을 대폭 보강했다"며 "올해 그룹내 각 공장에 공정수 설비와 폐수 처리로 노하우를 쌓은 이후 내년부터 세계시장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컨사업을 총괄하는 노환용 LG전자 AE사업본부장 사장 역시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등과 협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신성장동력인 LED조명까지 관장하는 노 사장은 LG이노텍과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

관련업계에서는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을 오너경영의 효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체를 아우르는 힘이 전문경영인보다는 낫다는 평가다. 남용 전 부회장과는 다른 구 부회장 특유의 속도감있는 스타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구 부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같은 전자계열사인)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가 좋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LG화학과 LG하우시스는 필름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LG전자의 장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내 최고경영진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권영수 사장은 최근 "LG전자와 적극적으로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던 바 있다. 권희원 LG전자 HE사업본부장 부사장도 "품질, 인재, 조직문화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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