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의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청년창업과 도시재생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이들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4차 산업과 관련해 국비사업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의 국책연구원이 몰려 있고 필자가 살고 있는 대전도 4차 산업 특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미래비전을 선포하고 연관 사업을 대거 추진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전시청을 방문해 대전을 4차 산업혁명의 메카로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점은 대전뿐만 아니라 광주와 인천 등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4차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름만 다를 뿐 비슷한 사업들이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청년창업과 도시재생사업도 마찬가지다. 패기와 열정을 주무기로 창업해 시장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20%도 안 된다. 80% 이상의 청년창업가들이 꽃도 제대로 피워보지 못한 채 실패의 쓴맛을 보고 있다.

도시재생사업 또한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나 윗돌 빼서 아랫돌 막기 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역에서 돈을 쓸 사람들은 한정돼 있는데 여기저기서 비슷한 콘셉트로 카페 만들고 벽화 그리고 음식점을 유치하지만 결국 특정 지역에 사람들이 몰리면 다른 지역은 금세 한산해진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침체된 지역이 살아나면 그동안 사람들로 북적이던 지역에는 다시 어둠이 내려 앉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과 취향이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잠시 호황을 누리다가도 언제 불황의 늪에 빠질지 모른다.

서울에서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연남동과 경리단길이 썰물 빠지듯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는 보도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물론 임대료 상승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나 그것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아닐 것이다.

4차 산업과 관련해 전국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청년창업 그리고 도시재생사업에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자신만의 생명력과 영감을 깨워 차별화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 지역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선사하는지, 그 특별한 분위기가 오감을 자극하는 화려한 멋과 맛이 아닌 깊고 풍부한 느낌을 바탕으로 하는지 그리고 즐거움과 재미를 넘어서는 기쁨과 충만함의 떨림과 울림을 제공하는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자신만의 생명력과 영감을 깨우는 데서 출발한다. 생명력과 영감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유일무이한 창조성과 독보적인 상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뒤쫓거나 유행을 따라가는 것은 잠시 성공할 수는 있으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지 못한다. 독창적인 결과물로 변화를 선도하고 시장을 창출할 때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생명력과 영감은 내면의 깊은 곳에서 샘솟는 가장 혁신적인 에너지다. 요즘처럼 다양한 분야가 결합되고 융합되는 시대에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넘어선 높은 차원의 창조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생명력과 영감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자주 정화할 필요가 있다.

묵상, 산책, 음악 듣기를 통해 우리 안에 있는 무궁무진한 보물창고를 만나보길 바란다. 치유란 결국 나만의 생명력과 영감을 찾아 본연의 에너지를 깨우는 일이다. 티베트의 명상음악가 나왕 케촉의 ‘Wanting Peace’를 들으며 고요함 속에 물결치는 자신만의 생명력과 영감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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