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사회의 그늘…노인 빈곤 ‘심각’

지난해 7월 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가 행진을 하며 기초연금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7월 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가 행진을 하며 기초연금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고령 인구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인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경제활동 비율이 낮고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노인들의 높은 대부업체 대출 연체율은 한국의 고질적인 노인 빈곤 문제를 대변한다. 게다가 노인들은 다른 세대로부터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며 의식주 등 기초생계에서조차 박탈감을 호소한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노인들에 대한 배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60세 이상 남성, 대부업체 연체율 가장 높아
의식주 생활 등 기초생계에서조차 박탈감 커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생활고를 겪는 노인들의 수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1분기 소득 최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128만67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감소,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이때 1분기 가계의 평균 나이는 63.4살로 지난해보다 2살 높아졌다. 이와 함께 최근 2~3년간 30%대에 머물렀던 70대 가구주의 비중도 43.2%로 치솟았다.

은퇴 노년층 대출 연체율 상승

소득 1분위 가구 중 고령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이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지난해 45.7%로 OECD 가입국(평균 12.5%) 중 1위를 기록했다. 매년 국내 노인빈곤율이 2~3%p씩 오르고 있음에 따라 최대 2년 후에는 65세 이상 인구의 둘 중 한 명이 빈곤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벌이가 없는 은퇴 노년층을 중심으로 대부업체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기준 대부업 차주 중 60세 이상 남성의 연체율은 9.8%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는 전 연령 평균 연체율인 6.3%를 웃도는 수치다. 연체율은 원리금을 30일 이상 연체한 채권의 비율을 뜻한다.

특히 60세 이상 남성 차주의 연체율은 2014년 말 5.6%였지만 4년 새 4.2%포인트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40∼50세 남성 차주의 연체율은 4.1%에서 6.6%로 2.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노년층의 경우 경제활동 비율이 낮고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취약층이라는 점이 연체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태규 의원은 “경제활동이 거의 없는 60대 이상 은퇴 노년층의 대부업 연체율이 높은 것은 경기 악화에 따른 미취업세대와 은퇴층의 경제적 빈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노인과 청년층이 대부업체의 고금리가 아니라 서민금융정책과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의 고민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년층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의식주를 비롯한 실생활에서의 박탈로도 직결됐다. 특히 겨울철 난방과 미래를 대비한 저축, 연금, 보험 가입률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박탈률을 보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9세 이상 남녀 3839명을 대상으로 물리적 박탈 정도를 조사한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Ⅳ)’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들은 기초생활 부문에서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고기나 생선을 사 먹느냐’는 물음에 15.5%가 그렇지 못하다고 답했다. 10.8%는 과일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섭취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체 평균인 5.9%, 5.2%보다 2~2.6배가량 높은 수치다.

고기·생선·과일 섭취 못해

커피나 아이스크림 등 기호식품을 가끔 사먹지 못하는 비율(8.17%)과 동절기 의류 2벌 이상 미보유(8.2%), 계절정장 미보유(12.5%) 등의 문항에서도 평균보다 최대 3.6배 정도 박탈률이 컸다.

주거환경의 경우 에너지 박탈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운 겨울에도 돈이 없어 난방을 하지 못하고 지낸 경험이 있다고 한 노인은 전체의 7.1%로 35세 미만 청년(1.8%)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10분 내 대중교통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3.81%), 옥탑방이나 (반)지하 거주(3.4%), 전용 수세식 화장실 및 온수 목욕 시설 미설치(1.67%) 등에서도 다른 연령층보다 박탈 정도가 높았다.

미래 대비 면에서도 취약했다. 노인 응답자 가운데 41.8%가 저축에, 40.4%가 연금에, 35.6%가 사보험에 각각 가입하지 못한 상태였다.

노인들은 사회적으로도 많은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사회적 지지를 얼마나 받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와 ‘평소 마음을 털어놓고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에 0~10점까지 점수를 매겨 합산한 점수에 100을 곱해 산출했더니 65세 이상에선 100점 만점에 53.4점이 나왔다. 이는 19~34세 63.7점, 35~64세 58.4점보다 낮은 수치다.

연구원 관계자는 “식생활, 의생활과 같은 기초생계에서의 박탈이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서 평균보다 2~3배 높게 나타났다”며 “특히 노년기 빈곤이 영양 불균형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노인의 경우 박탈 수준은 높고 사회적 지지 수준은 낮아 전반적으로 사회적 배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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