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개편안 표류...이래도 속도 조절 가능할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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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최저임금 개편안을 2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경영노동계의 반발과 여야 이견 탓에 험로가 예상된다.

당정청은 지난 22일 새해 첫 협의회의를 열어 중점 추진 법안으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을 꼽았다. 그러나 정작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를 극렬히 반대하고 있어서다.  근로자위원들의 요청으로 지난 18일 정부안 설명을 듣고 회의를 가졌지만 노동계의 노사정 대화 보이콧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만 남았다. 이러는 사이 기업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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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저임금 시급은 8350원으로 전년 대비 10.9% 인상됐다. 2017년 6470원, 2018년 7530원으로 증가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해에도 두자릿수 올리면 난리난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 정치권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주휴수당 등 정부의 경제정책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했다. 손 대표는 "대통령이 경제철학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편의점에 가서 점주와 2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핏기가 없더라. 최저임금 등 영향 때문에 직장인으로 따지면 연봉이 1000만원 정도 줄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 노동계 반발 커

뒤늦게 정부는 속도조절론을 끄집어냈으나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하는 시행령 개정으로 이어져 오히려 기업의 부담만 가중되는 결과를 낳았다.
아울러 정부의 인식은 반시장주의·기업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우리 사회에 '경제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면서 "성과가 있어도 성과가 국민들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했다.

취업자, 수출, 투자 등 경기지표가 줄줄이 하향세를 가리키고 있는데 대통령은 프레임탓만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계 실질소득이 높아졌고 보육비·의료비 등 필수 생계비는 낮아졌다"고 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거리로 나서고 청년 구직자들이 실업자가 되는 상황서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였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최저임금 개편안과 관련해 이달 안에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면 국회가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경사노위의 결론을 생략하고 국회 논의에 임하는 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회가 노동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안을 처리했을 당시 노정(勞政)관계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당시 19년 만에 복귀했던 노사정위원회에 도로 불참을 통보했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 위촉장을 청와대에 반납하기도 했다.

국회가 논의를 강행한대도 여야 의견차가 커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이미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 방안을 반대하며 자체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마저도 내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총의를 모으지 못한 상태다. 탄력근로제는 단위기간 연장 폭에 대해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3~6개월과 1년으로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제 개편의 경우 정부·여당과 한국당이 접근방향부터 달라 접점을 찾기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임명권 문제는 공통적으로 지적하지만 결정구조 이원화에 초점을 맞춘 정부·여당과 달리 한국당은 주휴수당 폐지 및 업종별 차등적용 등 실질적인 부담 완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안에도 공익위원 임명권에 관한 내용이 있는 만큼 국회 논의에서도 다루게 될 것”이라며 “다만 최저임금의 취지를 훼손할 만큼 제도를 바꾸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기 살려 '잿빛 경제' 돌파

재계는 문 대통령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민간과 정부가 함께 혁신성장 기반을 구축하자는 취지에서 최근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를 열었지만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강행, 강도 높은 지배구조 개편 요구 등 현 정부 출범 후 지속된 정책에 기업 피로감이 높다는 것. 기업의 각종 현안에 대해 정부와의 온도차가 여전하다. 한 번의 대화만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떨어진 기업인의 사기를 되살리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정부의 기업 소통 분위기는 지난해와 다소 다른 듯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정부 경제 정책이 갑작스럽게 변할 수 없는 만큼 지속적인 소통으로 상호 의견 차를 좁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단체 대표들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민주당이 주최한 ‘신년간담회’에 참석해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기업의 기부터 살려달라”고 밝히며 기업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등이 담긴 경제계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규제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여야 협치를 통해 경제 활력, 중장기적 과제 물꼬 트는 데 올 한해 성과 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은 “오늘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경제 용어’ 35번, ‘성장’ 29번이나 언급하는 등 신년부터 대통령의 경제 관련 각오가 대단해 (중기업계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경제정책 방향을 내수주도 경제로 대전환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손경식 경총 회장과 강호갑 중견련 회장 역시 “요즘 기업들의 사업 활력이 많이 저하됐다”고 토로하며 “국가 경제활성화를 위한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기업들이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의 기를 살리는 데 여당이 더 앞장서달라”며 여당의 적극적이고도 실효성이 있는 입법과 정책 지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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