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기간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 및 총리를 지낸 황교안 전 총리가 한국당 복당하면서 ‘박근혜 영향력’이 다시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유탄은 탄핵에 찬성한 비박·복당파가 제대로 맞고 있다. 조해진, 류성걸 전 의원은 각각 경남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과 대구 동갑 지역위원장 공개오디션에서 낙점을 받았지만 결국 복당이 허용되지 않았다.

두 인사 모두 ‘유승민계’로 영남권에서는 ‘배신자’라는 ‘반유정서’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비박계가 장악한 당 지도부는 지역위원장에 임명하고 경남도당과 대구시당은 이에 반발해 복당을 거부한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당 서울시당도 당원자격심사위원회의를 열고 강승규 전 의원의 입당 심사를 추후 회의에서 재논의 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당원들이 강 전 의원이 2016년 총선 때 새누리당(옛 한국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일 등을 ‘해당행위’로 문제삼아 복당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의원 역시 비박계이자 친MB계 인사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공과 과’를 다 안고 가자며 특유의 화법으로 ‘책임론’을 피해가고 있다. 특히 황 전 총리가 당권 유력 주자일 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 경쟁에서 보수진영내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숨죽여 있던 친박·잔류파가 되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황 전 총리가 당권을 거머쥘 경우 비박계의 입지는 확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권을 노리는 입장에서 계파 관계없이 다 안고 가겠다고 하지만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태극기 세력과 친박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촛불시위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집권초 1순위로 내건 것과 마찬가지로 황 전 총리 역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인사들, 당이 어려울 때 탈당한 인사들에 대한 ‘인적청산’은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이를 잘 아는 비박계 역시 정치생명을 걸고 전대에 임할 수밖에 없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롯해, 김병준 비대위원장, 홍준표 전 대표에 김무성 의원까지 전대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비박계의 경우 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전체 후보별 득표율에서 황 전 총리를 이겨도 당 대표는 황 전 총리가 될 공산이 높다.

한국당이 전대를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로 친박·비박 간 죽기살기로 싸우는 것에 대해 영남권 민심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세력도 보기 싫지만 그렇다고 당이 재차 사분오열될 경우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 심경일 것이다. 자신을 버린 한국당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을 리 없는데 여전히 자신을 정치적 볼모로 삼아 권력을 잡으려는 당내 계파에 대해 ‘속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설 명절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는 1년중 몇 안되는 연휴다. 특히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가장 팽배한 곳이 바로 영남권이다. 근 10년 정권을 잡았다가 빼앗긴지 2년이 다 돼가지만 보수를 자처하는 한국당의 미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국당 당권.대권 주자들뿐만 아니라 소속 의원들은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 생존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판을 자칫하면 ‘보수의 텃밭’으로부터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