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위협비행’ 논란…한일 군사 갈등 격화

광개토대왕함이 표류 중인 조난 선박에 대해 인도주의적 구조작전을 하는 가운데 일본 초계기(노란 원)가 저고도로 진입하는 모습. [뉴시스]
광개토대왕함이 표류 중인 조난 선박에 대해 인도주의적 구조작전을 하는 가운데 일본 초계기(노란 원)가 저고도로 진입하는 모습. [뉴시스]

 

[일요서울 | 박나리 기자] 일본의 초계기 근접 위협 비행으로 한일 간 군사 갈등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 1월 23일 또다시 이 같은 일이 불거진 것이다. 이 밖에도 일본은 오는 2월 말 제2차 북미정상회담 예정 소식 이후 ‘재팬 패싱’ 논란에 다시 불이 붙자 이를 의식한 듯 주요 언론에서 북미회담 관련 고강도 발언을 보도하는 등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어 지난 1월 23일 ‘두 번째’ 논란…‘재팬 패싱’ 염두?
정치외교 전문가 “레이더-위협비행, 철저히 ‘국내용’…자국 국민 관심 돌리기 위한 꼼수”


국방부가 지난 1월 24일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3 초계기가 작전을 수행하고 있던 우리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 주변으로 초저고도 위협 비행을 한 정황이 포착된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은 이날 오후 대조영함의 IR 카메라 영상을 캡처한 사진 2장을 비롯해 캠코더에 찍힌 영상 캡처 사진 1장과 일본 초계기의 고도와 비행속도, 근접거리 등이 기록된 3차원 해상감시레이더(MW08) 화면 사진 2장 등 총 5장을 언론에 배포했다.

군 관계자는 “대조영함의 대공레이더에 고도 60~70m, 최근접거리 540m로 정확하게 기록뙜다”며 “기계(레이더)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강력 대응했다.

국방부는 이번 일본의 P-3 초계기가 지난해 12월 20일 P-1 초계기 비행 때처럼 함선으로 향하는 비행, 공격모의 비행, 함선 선수 쪽으로 횡단하는 비행 등 3가지 방식으로 비행한 정황을 바탕으로 저공 근접위협비행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영상은 합참으로 보내졌으며, 이를 본 군 관계자들은 다각도 분석을 통해 일본 초계기의 근접 비행을 도발 행위로 간주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합참은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차례로 방문해 전날 일본의 위협 상황과 시각별 대응, 또 향후 대응 방안과 전략 등을 보고하고 국회 차원의 협조를 주문했다. 

아울러 정부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해 최근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상임위원들과 재발방지를 위해 엄중 대응하겠단 입장을 피력했다.

 

韓 “기계는 거짓말 하지 않아”
日 “위협 가할 의도·이유 없다”

 

반면 일본은 우리 측 발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은 이날 한국이 공개한 초계기의 위협 비행을 담은 사진을 봤다면서 “무방비의 초계기가 한국 해군 함정에 위협을 가할 의도도, 이유도 아무것도 없다”면서 “(이날 비행은) 국제법 및 국내법 기준에 맞춰 적절히 운용했다. (일본은) 위협비행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 자위대 수장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통합막료장(합참의장격) 역시 같은 날 진행된 정례 기자회견에서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위협 비행이 있었다는 한국 군사 당국의 발표에 대해 “결코 상대에게 위협을 가하는 비행은 하지 않았다”며 “한국 측에 냉정한 대응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논란이 된 자위대 초계기의 당시 위치에 대해 “적어도 고도 150m 이상, 거리는 1000m 이상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자위대 초계기 비행 기록을 두고 “당연히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비행 데이터를 한국 측에 제시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일본은 미군 고위급과의 접촉을 통해 위협비행을 두고 빚어진 한일 갈등 국면에서 자국의 주장을 미국에 이해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야와 방위상은 지난 1월 16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패트릭 섀너한 미국 국방부 장관대행과 회담을 갖고 한일간 ‘레이더-위협비행’ 문제에 대해 자국의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한일 간 레이더-위협비행 갈등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정치외교 전문가는 “철저하게 (일본) 국내 문제용”이라며 “(일본 정부는) 내부 문제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고 싶어 하는데, 어떤 사안을 활용할까 하다가 ‘이 사건을 가지고 하자’고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아베 정권은 지지율 하락 문제가 있을 때마다 북한의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실험 등을 문제 삼아 위기를 극복해 왔는데, (비핵화 논의로 인해) 지금 이게 안 된다”며 “일본 정부가 자국의 주장이 합리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강조를 하면서 (논제를) 끌고 가는 이유는 최소한 국내 문제에 대해 일본 국민의 관심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레이더-위협비행’ 통해
자위대 보유 ‘큰 그림’?

 

한편 일본이 군비를 확장하는 이유가 ‘재팬 패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대두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는 “(러시아와의) 평화협정 논의 이후 일본 내에서 (자국이)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했고, 국제 사회에서 분담하는 역할이 있는데 언제까지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느냐는 반발이 있었다”며 “아베 정권은 정권 유지를 목적으로 이러한 의견을 대변해 적극적으로 군비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봤다.

실제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헌법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시한 개헌안을 내놓았으나, 국민의 무관심으로 인해 개헌 논의 속도가 더디다는 장벽에 부딪혔다. 이에 한일 군사 갈등 연출을 통해 개헌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 한다는 해석이다.

그는 일본의 외교 스타일과 관련해 “주로 친미 전략 위주로 구사하나, 현 아베 정권의 경우 ‘(자국의) 힘에 의존한 외교’ 스타일을 많이 보여준다”며 “한국이나 중국을 대할 때도 경제적·군사적 능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외교를 구사하려는 경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국제 외교 무대에서 소외된다는 ‘재팬 패싱’ 논란은 일본 아사히신문이 지난 1월 23일 일본 정부가 북미 실무 협상이 치러지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파견했으나 북한과의 접촉이 불발됐다고 보도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날인 22일 일본 정부는 스톡홀름에 가나스기 국장을 보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접촉 방안을 모색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협상에 초청받지 않았음에도 가나스기 국장을 현지에 급파한 것은 ‘재팬 패싱’을 우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대다수였다.

이에 관해 전문가는 “일본이 북미 실무 협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북한과 직접적으로 양자 간의 대화를 통해 풀고 싶은 사안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들이 해당 사안을 의제로 던질 수 있는 기회를 보기 위해서”라는 견해를 내놨다. 앞서 교도통신은 가나스기 국장과 최 부상 사이의 접촉 여부가 논의될 당시 “(두 사람의) 접촉이 성사되면 가나스기 국장이 납치 문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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