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장밋빛 북핵 낙관론 불신 키운다
문 대통령의 장밋빛 북핵 낙관론 불신 키운다
  • 정용석 교수
  • 입력 2019-01-25 22:00
  • 승인 2019.01.25 22:02
  • 호수 1291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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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례에 걸친 문재인·김정은 회담에 이은 한 차례의 도널드 트럼프·김정은 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핵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진전은 아직 없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북핵 폐기와 관련, 장미 빛 낙관론을 계속 펼쳐 불신을 키운다. 문 대통령의 북핵 폐기 기대감은 작년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담 전부터 표출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북한 대표단으로 참가한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을 만난 데 이어 대북특사들의 방북과 김정은 면담 결과를 보고 받으면서 북핵 폐기 낙관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판문점 정상회담 1주일 전인 4월 19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성급히 낙관했다. 이어 그는 “혹여 (자신이) 북한의 말만 믿고 너무 낙관적인 기대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면 곤란하다”며 북의 비핵화 의지를 믿어도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한 그는 “과거에 많은 분이 북한의 저의가 핵 폐기가 아니라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하려는 데 있다고 불신하지만 ‘비핵화 개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비핵화 개념’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요구하는 우리의 비핵화 개념과 다르지 않으며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 기만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CVID를 반대하며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북한 선전 사이트 ‘서광’은 “CVID를 입에 올리며 짖어대는 사대 매국노들은 우리 민족의 역적들”이라고 작년 6월 비난했다. 핵을 절대 포기치 않겠다는 주장이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8월 9일 이란을 방문한 자리에서 “핵 기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CVID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거부한 발언이었다. 북한은 주민들을 상대로 “핵무력 포기는 없다”는 정치학습을 시킨다고 작년 11월 14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보도했다.

결국 김정은은 올 1월1일 신년사를 통해 미국이 북한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공화국(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북핵 폐기를 위해 CVID를 요구하며 제재를 풀지 않는다면 핵 증산의 ‘새로운 길’로 가겠다는 통첩이었다. 이처럼 김은 핵을 폐기할 의도가 전혀 없는데도 문 대통령은 김의 “말만 믿고 너무 낙관적인 기대”로 들떠 있다. 지나친 낙관이며 오판이다. 문 대통령은 겉으로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약속하면서 속으론 핵을 개발해 온 김일성·정일·정은 3대 ‘김씨 왕조’의 거짓말에 속고 있는 듯싶다.

판문점의 중립국감독위원회에서 근무했던 스위스의 우르스 게르브르 장군은 북한에 대해 예측 불가능한 집단이라고 했다. 게르브르 장군은 “북한에 대해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건 북한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이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북한에 대해 낙관적으로 예측함으로써 오판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지난 12월 4일에도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연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으나 이 또한 오판이었다.

문 대통령의 김정은에 대한 낙관적인 예측은 세 가지에 기인한다. 첫째 자신의 대북 유화책이 성공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무리한 수사(修辭)에 연유한다. 둘째 김정은의 “말만 믿고 너무 낙관적인 기대”를 하는 신중치 못한 속단에 바탕한다. 셋째 친북 편향에서 배어나오는 친북적 기대감 탓이다. 문 대통령의 장미 빛 낙관 또는 오판은 대통령 지도력에 대한 총체적 불신으로 확산된다.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에 중대 위기를 몰고 올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의 보다 합리적이고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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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