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수, 늘려야 하나? 줄여야 하나?

문희상 국회의장 만나는 심상정 의원 [뉴시스]
문희상 국회의장 만나는 심상정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선거제 개혁 논의가 답보 상태다. 여야가 합의한 1월 중 시한이 끝나 가는데도 여야 4당이 내놓은 선거제 개혁안의 차이가 큰 데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자체안도 없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이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한국당 300석 ‘고수’, 야3당 330석 ‘증원’
천정배 “한국당, 연동형비례대표제 반대 고수는 합의 위반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전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이 선거제도 개편안을 내놨다. 하지만 제1야당인 한국당은 의원정수 확대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자체안을 내놓지 않고 있고, 여당과 야3당이 제안한 안의 의견 차이도 큰 상태다.

 

본격적인 협상
시작도 못했다

 

정의당 의원인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여야 이견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12월 여야 5당 원내대표들 간에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을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고 했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지키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논의의 가장 큰 쟁점 사안은 ‘국회의원 정수’ 증원 여부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큰 만큼 300석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은 100%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의원수를 최소 33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민주당은 현재 253명인 지역구 의원 수를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명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했다. 한국당은 자체안을 내세우지 않았지만, 의원정수 300명 유지와 100만 명 이상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는 도농복합선거구제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내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국회의원 정수를 민주당이 주장한 300인을 유지하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민주당이 제안한 지역구 의원을 200석으로 축소하자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안으로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원로인 유인태 사무총장께서 (민주당 안을) 불가능에 가까운 방안, 여론의 눈치를 보는 협상이라고 혹평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원내대표 합의에서는 의원 정수도 10%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고 명확하게 돼 있다.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보면 민주당이 내놓은 방안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는 5당 합의 정신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한국당을 향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하는 입장을 지금까지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합의 위반”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 상태로는 도저히 정개특위 논의를 통해 1월 말까지 선거법 개혁을 합의할 방법이 없다”고 답답해 했다. 

 

한국당·민주당 미온적
오십보백보, 여론도 ‘싸늘’

 

이에 야3당 내부에서조차 선거제 개혁 논의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흘러나온다. 거대 양당의 현재 태도로는 여야가 합의한 1월 시한 내 합의 타결이 힘든 것은 물론 최종적인 결론 도출도 어렵다는 시각이다.

한 의원은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는 여당 안은 반대할 명분을 준 것에 불과하다. 결국 남 탓으로 돌리고 책임을 안 지려는 전략적 발언”이라며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이 어렵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한국당과 민주당의 미온적인 태도가 오십보백보고 여론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며 “정치권이 계속 사고를 치고 있는데 정치 혐오감이 들 수밖에 없다. 선거제 개혁의 근거가 될 수도 있지만 고개를 돌리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양당제 구조에선 군소정당들의 장기 생존 가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 전 합의점을 찾는다면 총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치권에선 우선 당론을 내놓은 야3당과 여당이 합의를 끌어내는 일이 급선무라는 시각이 나온다. 야4당이 하나의 안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한국당을 압박해야 승산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 처리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중간에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최장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 안건으로 자동 상정된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선거제 개혁은 여야가 선거라는 게임의 룰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추진이 상당히 무리일 것”이라며 “법률안과 달리 게임의 룰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하는 게 기본 중 기본”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현 상황에선 군소정당이 결국 소멸되고 다양한 정당이 앞으로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여성, 청년 등의 다양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제도 개혁 
걷어차려는 한국당?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이자 자유한국당은 2월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를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정의당은 지난 24일 자유한국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종대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조 후보자 임명 강행을 규탄한다는 명분이지만 그 속내는 뻔하다”며 “선거제도 개혁을 걷어차고 이 중대한 사안을 자신들의 전당대회 이후까지 끌고가겠다는 속셈”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답안을 작성하라고 시간을 줬더니 남의 답을 비난만 하던 한국당이다. 5·18 진상조사위원 추천도 매듭짓지 않은 한국당”이라며 “상임위원 임명이 이 모든 것을 팽개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에 엄중히 경고한다. 하루빨리 자당의 선거제 개혁안을 내놓고 명분 없는 보이콧은 철회하라”며 “5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보이콧을 할 것이라면 선거제 개혁 불참을 천명하고 원내 4당에 모든 것을 위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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